공연장ㆍ상인들 힘 합쳐 대학로 부활 시켜야
공연장ㆍ상인들 힘 합쳐 대학로 부활 시켜야
  • 이소영 기자
  • 승인 2009.05.28 11: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학로 140개 소극장, 세계 유일무이한 곳... 세계적 문화지구로 잘 가꿔야


2004년 외환위기로 공연예술계가 침체기에 맞닥뜨리자 대학로가 유흥물결에 휩싸여 정체성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정부는 대안으로 대학로를 문화지구로 지정했다. 하지만 그에 앞서 대학로를 위기에서 구해내고자 대학로 상인과 연극인 등을 중심으로 하나의 단체가 결성됐다.
이른바 대학로문화발전위원회다. 그 후 이 단체는 대학로 청결, 불법포스터 단속, 호객행위 및 시위 추방 등 다양한 사업을 시행하며, 대학로의 공연예술문화가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제반활동을 꾸준히 해왔다. 특히 예술단체와 상인과의 연계성을 높여 정부에 정책을 제안하고 새로운 문화를 적극적으로 이끌어냄으로써 대학로의 대표지킴이로 자리매김했다. 정부에서도 이 단체의 활발한 활동에 고무받아 많은 사업들을 도와주고 함께 진행하고 있다.
이런 대학로문화발전위원회가 얼마 전 제4대 이사장에 연극배우 박웅 씨를 선출했다.
그는 1965년 「제작극회」 동인으로 연극 활동을 시작해 극단 「자유」 단원, 한국연극배우협회 초대회장, 제19대 한국연극협회 이사장 및 극단 「자유 이사장을 맡았다. 또한 다양한 작품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며, 대학로의 역사와 함께한 연극배우다.
대학로문화발전위원회의 취임식 당일인 지난 4월 30일 대학로 마로니에공원과 낙산공원 가는 길 사이에 자리하고 있는 사무실에서 박 이사장을 만났다.
그는 “배우의 일에 매진하다보니 나의 고향, 대학로라는 공간을 전체적으로 보지 못했다”고 말했지만 그 누구보다 날카로운 시선으로 대학로의 현 상황과 문제점(현실)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인터뷰/ 대학로 문화발전위원회 제4대 이사장 박웅

박웅 이사장은 “그동안에는 대학로가 상인들 위주로 이끌어져 왔다”면서 “상가번영회 같은 집단들이 정부와 지역 자치단체와 이익을 위한 일들만 해오다보니 연극인과 상인들 사이에 서운한 감정이 있었다”고 지적하며, ‘연극인과 소극장 및 상가들 간의 소통’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대학로, 5~10년 내다보며 발전 도모해야

▲ 대학로 문화발전위원회 제4대 이사장 박웅

그는 현 위치를 제대로 파악하고 대학로 전반을 조망하기 위해 대학로문화발전위원회를 소통의 장으로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지다.

주민, 연극인, 상인, 소극장 건물주, 대학교 총장 등 대학로에서 각기 다른 분야의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모두 대학로문화발전위원회의 이사 및 임원진으로 구성한 것이다.

박 이사장은 “대학로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기존 공연예술문화만 가지고는 어렵다. 대학로를 공유하는 모든 이들과 더불어 어느 한 곳에 치우치지 않는 적절한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누구나 자신의 이익을 우선하는 이기주의적 태도의 전환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에 “힘들다고 외면할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한 발짝 물러나 조금 양보하고 개인의 이익보다 대학로를 먼저 생각해야 발전할 수 있다”며 “특히 1~2년 단기적으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5~10년을 내다보고 모두 함께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현재 대학로가 안고 있는 문제점들에 대해 정부의 정책적인 접근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모든 연극인들이 하나같이 지적하고 있는 대학로 일부 극단들의 호객행위는 2007년부터 다른 민간단체들과 함께 단속해오고 있지만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정부나 관계기관 등에서 적극적으로 관여해야 할 부분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소매를 잡고 길을 막는 등의 행동은 관객들의 선택권을 박탈하는 행위일 뿐 아니라 혐오감을 느끼게 한다”며 “이는 대학로의 이미지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어 순수연극을 하는 대다수의 극단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대책 없이 무조건 단속하고 있는 주차문제를 지적하며 정부에서 규제를 풀거나 공영 주차장을 마련하는 등의 우선적인 해결을 촉구했다.

“돈을 내더라도 주차할 공간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600~700석의 대극장조차도 주차공간이 없다”며 “이런 상황을 알면서도 대책 없이 무조건 단속만 하고 있어 사람들의 발길을 끊게 한다. 대책 마련이 안 되면 이 지역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특히 문화지구 대학로를 틀에 박힌 법에 따라 획일적인 잣대로 규정하고 관리해서는 안 된다고 강하게 피력했다.

박 이사장은 “주차나 공연포스터 등의 단속도 융통성 있게 해야 한다.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불편 주지 않는 한도 내에서는 편의를 봐주는 것이 지역에서 마땅한 것이 아닌가”라며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연극인들의 공연 홍보 퍼포먼스 규제도 현실을 무시한 정부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대개 실내나 지하에 공연장이 있는 경우 외부와의 연결고리로 퍼포먼스를 하는 것인데 그것마저 규제를 한다면 연극인들이 어떻게 관객과 만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특혜를 달라는 것이 아니다. 연극인들이 자유롭게 활동하는 여건을 마련해줘 대학로의 자유분방하고 개성 있는 분위기를 살려야 한다.”

그동안 제작비와 관련해 정부에 계속 건의해오던 것이 최근에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것은 다행한 일이다. 자유로운 창작활동에 어려움을 겪던 연극인들의 고충이 조금이나마 해소될 수 있게 된 것이다. 기존 소극장을 정부가 임대하여 연극인들에게 싼 가격에 대관해주는 방식인데, 지금 200석 규모의 소극장 세 곳을 지원받아 7~8월 개관을 앞두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부족한 정부지원금의 사전심의에 대해서는 “과거에는 배우나 기획, 제작자 모두가 고통 분담하면서 공연했는데 지금은 철저하게 사전에 계약하는 시대가 되어서 제작비에 대한 부담이 크다”며 “일부 극단에게 사전지원금이라도 확보돼야 작품을 준비할 수 있기 때문에 사전지원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털어놓았다.

또한 “제작비와 대관료도 상승했는데 현재의 지원금은 몇 년 전 책정한 것으로 대관료에도 못 미치고 있어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하며, 지원금 재 책정과 작품에 대한 충분한 심의 등에 대해 정부의 협조를 당부했다.

박 이사장은 “서울에만 200여 개의 극단이 있어 3개의 소극장 지원으로는 충족이 안 된다”며 “점차적으로 10여 개의 소극장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상설 연극공연장 마련, 낮에도 관람할 수 있게 해야

대학로의 공연은 대부분 밤에 많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관광객들이 즐기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박 이사장은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200~300석의 상설공연장을 마련해 오전, 오후 2회 공연하고 이 상설공연장과 주변 상권의 식사를 묶은 상품을 만들어 제공하자는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의 몽마르뜨 언덕이라 불리는 대학로 낙산공원에 마련된 야외 공연장이 무척 안타깝다고 했다.

“5월부터 야외공연장에서 음악회를 열고 있지만 시민들로 하여금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며 “조금만 더 손질해주면 멋진 무대로 다양한 문화공연을 하고, 공연이 활성화되면 대학로와 함께 훌륭한 관광코스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최근 홍대 주변에 인디밴드 중심의 공연문화가 활성화되면서 공연장이 생기고 있어 사람들의 발길이 대학로에서 홍대로 옮겨갈 것이라는 주변의 우려에 대해서는 “두 지역은 경쟁이 될 수 없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인디밴드 등의 독특한 공연들은 개성 있는 젊은이들의 요구사항으로 만들어진 다변화된 문화의 하나로, 공연예술의 근거지인 대학로 고유의 문화가 있듯이 홍대에도 대학로와는 다른, 하나의 문화가 생긴 것이라는 것이 그의 시각이다.

“특히 대학로는 30년 넘게 자연스럽게 형성된 문화지구로, 일부러 만들어 내려고 해도 쉽지 않은 소극장이 현재 140여 개나 된다. 이는 우리나라에서도, 세계적으로도 유일무이한 것이다.”

그는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속담처럼 대학로에서 연극을 보고 문화를 즐기던 이들이라면 누구나 자기 표현 욕구와 문화에 대한 잠재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관객이나 시민 모두와 함께 문화를 즐기고 공유하는 대학로를 만들기 위해 힘”쓰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이를 위해 대학로문화발전위원회의 이사장으로서 어디서도 흉내낼 수 없는 대학로만의 색깔을 가진 세계적인 문화지구를 만들기 위해 객관성에 기반한 중간자 역할을 다할 것을 다짐했다.

또한 “누가 하는 것이 아니라 이곳에 있는 나와 우리가 함께하는 것”이라며 국민 모두가 사랑하고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 후손들에게도 떳떳하게 물려줄 수 있도록 모든 이들의 동참을 당부하는 말도 잊지 않았다.

서울문화투데이 이소영 기자 syl@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