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미술관에서 보는 만화, 소마미술관 ‘만화로 보는 세상’展
[전시리뷰]미술관에서 보는 만화, 소마미술관 ‘만화로 보는 세상’展
  • 박희진 객원기자(과천시시설관리공단)
  • 승인 2012.04.16 11: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완연한 봄이 찾아오면서 나들이 겸 미술관을 찾는 관람객들이 많아졌다. 몇 년 전에만 해도 유명화가의 명화전시가 아니고는 미술관이 붐비는 일은 드물었지만 최근에는 아이들 손잡고 꽃구경 겸 전시관람 나들이 나온 가족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미술관에서도 이목을 끌만한 이벤트나 교육프로그램들을 다양하게 내놓고 있어 모처럼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최근 관람객몰이에 나선 만화 전시들이 유난히 눈에 띤다. 만화는 연령 구분 없이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유일한 소재이기도 하다. 문화콘텐츠사업의 하나로 만화가 크게 주목받으면서 미래 유망산업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만화전시는 90년대 만화페스티벌을 시초로 2000년대 예술로 바라보는 만화전시로 발전해왔다. 팝아트나 디지털아트가 유행하면서 이제 어엿한 예술의 한 장르로 만화의 위상을 떨치고 있는 것이다. 몇 일전에는 만화아트마켓에서 만화가 이두호(69) 화백의 ‘임꺽정과 아들’이라는 수채화 만화 원화 한 작품이 200만원에 판매되기도 했다. 이제 미술시장까지 점령할 모양이다.

만화가 대세인 만큼 ‘감성을 자극하는’ 만화전시를 찾았다. 방이동 올림픽공원 옆 소마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만화로 보는 세상’ 전시는 엽기토끼 신명환 작가와 미키 변대용 작가, 아토마우스 이동기 작가 등이 참여한 전시로 기획부터 기대 가득했던 전시이다. 만화가 대중들에게 오래 사랑받는 비결은 세대를 초월하는 일상의 단면을 신선하게 재해석하는 맛이 있어서가 아닐까. 이번전시는 여느 만화전시와는 조금 색다른 맛이 있다. 첫째는 만화를 만화이상에 예술로써 전시로 담아내고 있다는 점. 둘째, 현대미술작가와 원로만화가들의 작품이 조화를 이룬다는 점. 세 번째는 쪼개짐이 많은 전시공간을 적절히 잘 소화했다는 점이다.

평면, 입체, 영상 100여점의 작품이 다양하게 구성됐다. 드로잉부터 설치작품까지 구석구석 잘 활용해 마치 연출된 무대인 것처럼 동선과 작품의 이야기를 잘 풀어냈다. 소마미술관 전시실을 잇는 복도에는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팝아트 작가의 현대미술작품도 관람할 수 있다. 쪼개져 있는 공간을 섹션처럼 활용하면서 버려지는 빈틈이 없도록 작가마다 개성을 살린 공간을 연출했다. 근대 명랑만화부터 현대만화, 현대미술까지 전체적인 흐름을 밟아오면서 지루하지 않을 만큼 세심하게 공간을 연출하려는 노력이 대단하다. ‘훵’해 보이던 소마미술관의 드높은 천장까지 공간을 잘 살려냈다.

‘로봇찌바’의 신문수, ‘요철발명왕’ 윤승운, ‘심술통’ 이정문, 성인만화 ‘고인돌’ 박수동의 원화도 볼 수 있다. 옛 추억 생각하며 소소한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준다. 어른들에게는 추억을, 아이들에겐 동화 속 놀이터로, 현대미술을 쉽게 바라보는 예술체험으로 제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