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야 웰빙 작곡가
나는야 웰빙 작곡가
  • 강은수 작곡가
  • 승인 2009.05.28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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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 강은수의 음악칼럼

웰빙의 사전적 지식은 육체적·정신적 건강의 조화를 통해 행복하고 아름다운 삶을 추구하는 삶의 유형이나 문화를 통틀어 일컫는 개념이다. 산업 고도화로 인하여 현대산업사회의 가치기준이 물질적인 부와 풍요를 강조하고 정신건강은 가벼이 여기는 데에 대한 자각에서 나온 1980년대 이후의 경향을 말한다.

작곡계에 데뷔한 이래 나는, 소위 말하는 현대음악 작곡가, 즉 난해하고 즐겨듣기에는 너무나 거리감이 있는 음악을 만드는 작곡가라는 이름을 줄곧 가져왔었다. 때로는 스스로가 듣기에도 좀 심하게 긴장이 느껴지는 음악을 작곡하기도 하였다. 해결되지 않은 불협화의 연속, 비대칭적인 리듬의 사용과 불규칙한 액샌트, 극단적인 대조를 보여주는 다이나믹, 귀에 전혀 익숙지 않은 특수기법의 사용 등으로 나의 작품을 듣는 이들은 옳게 숨조차 쉬지 못하고 긴장의 연속을 경험한다. 곡이 끝나면 함께 숨을 몰아쉬건만 청취동안 얻어진 긴장이 제대로 해소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고, 이 긴장은 의문을 낳는다.

" 현대음악, 이래야만 해? "
" 도대체 이해하기 어렵군." 하지만 나는 그들의 반응에 초지일관 ,
" 습관의 문제이니 그저 반복청취가 약입니다."
" 그럴수록 현장에서 연주자와 함께 호흡하며 집중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 음악은 향유의 대상이지 이해의 대상이 아닙니다."
라는 대답을 하며 그들의 괴로움을 애써 모르는 척 하였다.

"당신들은 어찌 귀에 좋은 곡들만 계속적으로 듣기를 원하는가?"
"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이 느끼는 감성이 어찌 100년 전, 200년 전의 고전음악이 만들어지던 그 시대와 같을 수 있겠는가? 시대가 변하면서 감성 언어 또한 달라지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 아닌가? 새봄이면 아지랑이 아른아른... 하는 그 아지랑이를 요즈음 세상에 누가 본 적이나 있다는 말인가? 그러니 언어가 달라지는 것이 당연한 것이며 음악 또한 달라질 수밖에 없음" 을 강조하였다.

내 식대로 계속 그렇게 불협화를 쓰겠다는 자기 합리화였다.

생활 곳곳에서 부는 웰빙의 바람은 대략 시기를 같이하여 현대음악 무대에조차 영향을 미쳤다. 극도의 불협화적인 소리가 점차 감소하고 무조성이 조성으로 회귀하고, 각 악기마다 극단적인 음역, 최고음역과 최저음역의 사용, 특수주법 등을 동원하여 최고도의 테크닉을 보여주기를 추구하고 음량도 작게 아주아주 더 작게 부터 크게 엄청 더 크게,  할 수 있는  만큼 크게, 등의 가능한 한 극도의 변화를 추구하던 경향이 차츰 감소하며 지금까지 긴장과 거듭된 긴장만을 요구하던 요인들이 많이 둔화된 것이다. 시대의 자연스런 흐름이다.

공장의 굴뚝을 몰아내고 복개한 개천을 들어내고, 무기를 녹여 쟁기를 만드는 곳곳에서의 평화적인 움직임과 더불어 현대음악의 극단적인 난해함이 마침내 최고 꼭지점에 도달하였다가 순순히 하향하고 있는 것이 감지되는 것이다.

육체적 정신적 건강의 조화를 추구하는 것이 누구나의 자연스런 소망이요 노력이요 관습으로 화한 것이다. 늘 숨 쉬고 더불어 살아가는 자연에 눈길을 한 번 더 주고, 사계절의 변화에 감탄하고, 스스로를 자연 속에 내어 맡기며 감사하는 생활의 변화가 문화를 주도하는 예술가들에게는 더 빠르게 나타나는 법이다.

일상적인 것을 소재를 그림 그리고 그저 평범한 사람의 수수한 이야기가 궁금하고, 각계 각층의 너나 없는 사람들이 책의 저자가 되는 그런 사회로 변하고 있다는 것은 다 육체적, 정신적 건강의 조화를 꾀한다는 공통적인 명제 안에서 이해되는 것이다.

음악. 귀에 한없이 달콤한 음악만을 추구할 것이 아니다. 다소 익숙지 않게 들리겠지만 작곡가에 대한 기본적인 애정과 작품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으로 대하면 처음 듣는 창작곡 역시 웰빙 식단의 무공해 음식처럼 몸과 맘을 신선하게 하여 줄 것이다.

이 땅에 두 다리를 든든히 박고 하늘을 쳐다보며 흔들리는 나뭇가지와 대화하며 새소리를 듣고 피는 꽃에 기뻐하고 지는 꽃을 아쉬워하며 빗소리를 감사하는 작곡가의 사물을 바라보고 이 세상을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생생한 소리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러한 웰빙 식단을 무대에 제공하며 진실하게 청중과 만나고자 하는 웰빙 작곡가이다.

강은수 작곡가 press@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