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작가 티츠의 ‘세상을 구원하는 예술’ 이란?
독일작가 티츠의 ‘세상을 구원하는 예술’ 이란?
  • 서문원 기자
  • 승인 2012.04.17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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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서울 청담아트센터, 백 아티스트 '티츠' 전시회 개최

지난 2010년 한국화랑협회 주최 ‘국제아트페어’(키아프, KIAF)에서 쇼핑백을 캔버스에 붙인 작품들이 관람객과 전문가들로부터 눈길을 끌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출신인 ‘티츠’(Thitz)라는 이름의 작가가 그 주인공이다. 

▲ 지난 14일 만난 독일 작가 티츠는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기 보다 작품을 구상하는 과정에 담긴 '소통'이라는 매개체를 주로 설명했다. 위 작품명은 '드레스덴'으로 2011작이다.

백아티스트로 알려진 독일 작가 티츠가 청담아트센터 초청으로 2년 전에 이어 다시 한 번 한국을 찾았다. 이번 전시회 주제는 ‘티츠, 세상을 구하는 예술’(Thitz, "Art saves the world")로 다음 달 2일까지 서울 강남 청담아트센터에서 전시될 예정이다.

지난 14일 본지가 독일작가 티츠를 만나 그의 독특한 작품세계와 가치관을 인터뷰했다. 아울러 작가가 한국을 찾기 이전까지 여러 나라에서 시도한 ‘가방여행프로젝트’의 다른 이름인 ’대화 프로젝트’(Dialog Project)에 대해서도 들어봤다.

기자가 만난 독일작가 티츠의 첫 인상은 깔끔한 독일식 정장에 푸근하고 친절한 모습을 한 서양 사람이다. 하지만 그의 신발을 내려다보면 다른 생각에 잠기게 된다. 티츠의 구두 오른쪽은 빨간색, 왼쪽은 노란색이다. 의상과 달리 신발은 엇박자다.

쇼핑백과 대화를 소재로 한 ‘백아트’(Bag Art)

   
▲ 티츠의 구두는 다양한 색상을 구사하는 그의 작품과 닮아있다. 티츠에 따르면 아래 빨간색과 노란색의 구두는 '자신과 30년을 같이한 친구'라고 표현했다.

-당신의 작품들은 대화와 종이쇼핑백을 소재로 삼고 있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작품 소재로 사용된 쇼핑백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세상을 말합니다. 가령 저는 여러 도시들을 여행하며 현지 사람들과 대화를 하고, 그곳에서 수집한 쇼핑백들을 캔버스에 붙인 뒤 대화 속에서 발견한 담론과 색깔을 그려냈습니다.

-작가가 오기 전에 이곳 큐레이터가 안내해준 ‘서울의 100년’(seoul in 100 years, the future is now)을 감상했습니다. 서울의 미래를 담았군요? 작품 속에서 몇 몇 한글간판이 눈에 띄던데 국회의사당으로 보이는 건물에 ‘평화’라는 한글단어는 알고 쓰신 겁니까?

이 작품을 자세히 보시면 다른 그림들에 비해 빈틈이 없어요. 이 점은 예전 제가 전시회로 찾은 멕시코 혹은 미국과는 다른 면입니다. 제가 받은 한국의 인상입니다. ‘허술하다 싶어’ 들여다보면 꼼꼼히 메워져 있어요. 저는 이걸 두고 ‘하모니’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국회의사당에 쓰인 ‘평화’라는 한글 단어는 ‘구글 번역기’에서 찾아낸 겁니다. 싸우지 말고 평화롭고 슬기롭게 나라를 이끌기를 희망하는 뜻에서 넣어 봤습니다.

이 부분에서 기자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동안 유럽 매스컴은 매년 반복되는 한국 정치인들의 폭력사태는 물론 경찰과 시민들이 충돌하는 장면을 여과 없이 보도했다. 서양인들 눈에는 그 점이 안타깝게 비춰진 것이다. ‘조용한 아침의 나라라고 알던 곳에서 멱살 잡고 싸움이라니..’하는 식의 표현 말이다.

-쇼핑백을 사용해 여러 작품들을 구현하셨던데 언제부터 ‘백 아트’를 시작하셨습니까?

지난 1985년 대학생시절부터 시작했습니다. 주변 사람들과 대화(소통)를 하기위해 ‘쇼핑백을 구한다’고 요청하고 현장에서 대화를 하면서 작품구상을 시작했습니다. 그 뒤로 호응도 받고, 독일 도시 곳곳을 돌면서 쇼핑백을 수집하는 등 ‘대화 프로젝트’(Dialog Project)를 진행하며 작품전시회를 열었습니다.

티츠, “현지 방문이 아니고는 작품구현 어렵다”

-현지에 가지 않고 작품을 구상하신 적이 있습니까?

없었습니다. 현장에서 얻어지는 담론과 쇼핑백이 아니고는 작품을 구상할 수가 없어요. 제가 추구하는 미학은 ‘소통’이기 때문입니다.

-프로필을 읽어보니 ‘지난 2010년 그리스 아테네에서 개최된 ‘환경 예술 페스티벌’(Eco Art Festival)에서 주목받았다’고 소개되어 있습니다. 작가님이 추구하는 방향이 지난 해 미국과 세계 곳곳에서 열풍이 일었던 ‘오큐파이 운동’(월가를 점거하라, Occupy Wall Street) 참가 작가들과 같은지요? 이를 테면 환경과 인권문제를 다뤄보지 않았는지 여쭤보는 겁니다.

‘오큐파이 운동’에 참가하지 않았지만 그들의 활동에 동감합니다. 근본적으로 인간 본연의 모습을 그리고자 한 부분은 목적의식이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와 비교해보면 방법론에서 차이가 있다고 생각되네요. 정치적이기 보다 시민사회 속에서 구현해내는 작품 활동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 이번 '티츠, "세상을 구하는 예술"' 전에 전시된 <서울의 100년>은 올 해 2012년 완성된 작품이다. 캔버스 주변에는 지난 2010년 서울 국제아트페어 당시 수집한 서울시내 쇼핑백이 보인다. 그는 방문한 현지에서 수집한 종이백과 그곳 사람들과의 대화를 토대로 작품을 표현해왔다.

-이번 전시회 작품들을 보면 뉴욕 브로드웨이, 파리 노틀담성당이 상징화된 파리 Bag Side, 상하이 100년 등은 현재의 모습에 작가의 상상력이 더 해진 경우인데 반해, ‘서울의 100년’은 미래형으로 표현 했더군요?

‘서울의 100년’이라는 작품을 보면 백남준 아티스트의 작품들을 오마주 형태로 구현한 한강 다리(작품 맨 하단에 위치)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주변에 제가 상상한 미래의 서울을 그렸습니다. 긍정적이면서 동시에 최첨단의 도시를 표현한 거죠. ‘물질과 사람이 공존하는 세상’이라는 느낌 속에서 작품이 완성됐습니다. 작품 속에서 회색 콘크리트로 상징되는 현대 물질만능주의와 정반대의 산업을 표현했습니다. 현재 독일정부처럼 원자력 발전소는 전부 폐기하고, 그곳에 태양광, 풍력, 수력, 조력을 이용한 발전설비와 친환경적인 건축물을 국가계획에 포함시켰듯이 제 작품들도 친환경적인 부분이 부각됐습니다.

본질은 같아도 시대정신은 다르다?

-당신의 작품들은 추상화라고 생각했는데 오스트리아의 프리드리쉬 훈더트바사와는 다른 면도 엿보입니다.

훈더트바사는 건축가이자 아티스트입니다. 그분 또한 친환경예술을 구현했던 작가입니다. 철학적인 면에서는 저와 유사합니다. 하지만 저는 쇼핑백 같은 일상소재를 통해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다른 차이가 있겠죠. 역사적 시간을 정해주는 시대정신은 늘 똑같은 주제가 아니니까요.

-향후 작품 활동은 어떻게 되나요?

이전부터 해왔던 대로 세계 곳곳을 돌며 현장에서 수집한 쇼핑백을 캔버스에 붙이고 그곳의 모습과 대화를 그려내고 싶습니다. 제 전시회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통이라는 주제는 ‘모두의 참여’가 먼저 라고 봅니다. 기회가 된다면 다음 한국 전시회에서는 찾아오는 관람객들에게 종이쇼핑백을 나눠주고 각자 그림을 그리게 한 뒤, 이들 쇼핑백들을 모아 천정위에 매달고 전시를 하고 싶습니다. 모로코, 스페인, 멕시코, 그리스 등 여러 나라에서 실행됐던 ‘가방여행프로젝트’를 펼쳐 보이고 싶습니다.

작가 티츠는 기자와 짧은 대화가 끝난 뒤 다른 이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독일 고히 미술관장 스테판 만 박사의 평론에 따르면, “티츠는 샤갈의 작품을 닮아있다. 대도시의 경관을 활력이 넘치는 붓놀림과 마치 미국의 액션 페인팅을 방불케 했던 덴마크의 화가 K.R.H. 숀더버그의 제자”라고 소개하면서, “티츠의 드로잉이 숀더버그의 재빠른 ‘획 솜씨’의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슈테판 만 박사는 “티츠가 기존 형식에 얽매이기보다 다양한 사람들과 그들 사이의 소통에 주목하고 작품 활동을 한 점은 현대사회의 복잡한 양면성을 그림으로 구현하는데 많은 영향을 줬다”고 서술했다. 그러면서 “티츠가 작품 주제로 사용한 ‘세상을 구하는 예술’이라는 문장은 희망사항을 넘어 멋진 발상”이라고 호평했다.

한편 이번 ‘티츠, 세상을 구원하는 예술’(Thitz, "Art saves the world") 전시회를 기획한 청담아트센터 장승현 디렉터는 독일 작가 티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티츠는 여느 유럽 작가들처럼 시대별로 나타나는 예술운동 속에서 활동해온 작가”라고 소개하며, “쇼핑백은 티츠가 작품 활동 중 사용하는 매개체로서 대중과 작품 사이에 끈을 연결해주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또한 장 디렉터는 티츠의 작업방식에 대해 “그는 소통을 주된 소재로 활용하고자 대중들에게 ‘쇼핑백을 수집한다’며 자신의 작업방식을 알렸고 이런 프로젝트를 꾸준히 추진해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