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빼어난 절경 담은 진경산수화의 거장
‘겸재정선기념관’
조선의 빼어난 절경 담은 진경산수화의 거장
‘겸재정선기념관’
  • 이소영 기자
  • 승인 2009.05.28 13: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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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전도, 인왕제색도 등 모든 작품, 한 자리에서 영상으로 펼쳐져


조선시대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절경이 보고 싶지 않은가. 멀지 않은 서울, 강서구 가양동에 진경산수화의 대성자인 겸재 정선과 그의 작품, 관련 자료 등을 볼 수 있는 ‘겸재정선기념관’이 지난 4월 23일 개관했다. 특히 올해는 겸재 정선(1676-1759)이 서거한지 250주년이 되는 시기로, 기념관이 위치한 강서구 가양동은 겸재가 양천현령으로 재직 당시 ‘경교명승첩’, ‘양천팔경첩’ 등의 산수화의 걸작을 남긴 곳이라 그 의미를 더한다.
우리 산천의 특징을 그림으로 표현하는데 가장 적합한 고유화법을 창안해 우리 산천에 내재된 아름다움을 표출해내는데 성공한 겸재정선의 눈으로 본 조선시대 우리나라 산수화폭에 빠져보자.

‘겸재정선기념관’은 정선의 작품 원본 5점을 포함해, 당대 3재중 한 명인 심사정, 정선파 화가의 작품과 조선시대의 금강산의 경치를 그대로 볼 수 있는 금강산 관련 책자 등 51점을 소장하고 있다.

▲ 1층 양천현아실에는 겸재정선이 그린 양천현아의 모습을 축소모형으로 볼 수 있다.

3층으로 나눠진 전시실에는 소장품과 함께 원본과 같은 재질로 제본한 영인복제 작품이 있으며, 그의 모든 작품들을 데이터베이스화해 한 자리에서 영상을 통해 감상할 수 있다. 또한 전문 해설사 교육을 받은 안내인들이 고운 한복을 입고 친절하게 설명해줘 작품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1층은 양천현아실과 현재 작가들의 작품전이 열리고 있는 기획전시실이 있다.

양천현아실은 겸재 정선이 양천(현 강서)현령 재임 시 머물렀던 양천현아를 축소모형으로 복원해

▲ 2층에는 정선의 생애와 그가 그린 작품들이 자세한 설명과 함께 전시돼 있다.
그가 그린 그림 속의 양천현아와 비교해 볼 수 있다. 또한 정선이 그린 강서구 일대의 승경을 통해 예전의 강서구의 모습도 만나볼 수 있다.

2층에는 정선의 생애 및 작품을 살펴볼 수 있는 겸재기념관실과 직접 정선작품을 학습하고 체험할 수 있는 진경문화체험실, 영상실, 휴게실로 꾸며져 있다.

겸재기념관실에는 정선의 생애와 작품 외에도 다른 화가들이 그린 실경 작품도 함께 전시돼 있다.

▲ 겸재 정선의 대표작품 가운데 하나인 금강전도.
특히 옛 한강의 모습의 모형으로 한강을 주제로 한 겸재정선의 작품을 모형으로 짐작해보고 영상을 통해 그림 속 장소의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볼 수 있다.

어린이들의 흥미를 자극하는 진경문화체험실은 진경산수화에 좀 더 친근하고 쉽게 접근 할 수 있는 다양한 체험공간이다. 그의 그림 속에 작게 존재하는 사람들을 찾아보고, 어떤 모습으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 표정까지 자세하게 살펴볼 수 있다.

또한 그의 작품에 빠진 그림을 스탬프로 채워볼 수 있으며, 그림 앞에서 몸을 흔들면 그림 속의 사람과 동식물이 소리를 내며 살아 움직이는 흥미로운 장면이 나타난다. 특히 정선의 그림에 알록달록 색을 칠해 다채로운 나만의 산수화도 그려보고, 영상을 통해 작품에 대한 설명도 볼 수 있다.

▲ 겸재정선기념관 2층 진경문화체험실에서 세 살짜리 어린이가 엄마의 도움을 받아 스탬프로 겸재 정선의 작품의 빈 풍경을 채우고 있다.

영상실에서는 겸재정선의 삶과 예술세계를 종합영상으로 구현해 상영하고 있으며, 금강내산 영상실에 들어가면 센서가 감지해 금강내산도의 4계절을 담은 영상이 자동으로 상영된다.

3층에는 가양동 일대를 내려다볼 수 있는 카페테리아와 뮤지엄 숍, 다목적실, 수유실 등이 마련돼 있다.

특히 다목적실에서는 5월 30일까지 겸재미술대전수상작 전시전이 열리고 있으며, 매주 금요일 저녁 7시, 토요일 오후 4시에 어린이들도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를 10월까지 상영한다.

또한 9월 3일부터는 기념관 대학 강좌가 있을 예정이며, 영상시청, 강의 및 세미나, 전시를 할 수 있어 대관도 가능하다. 또한 겸재정선의 작품을 담은 다양한 상품을 개발해 뮤지엄 숍에서 판매할 계획이다.

기념관 3층과 연결된 길로 나가 겸재정선이 그림 그리며 산책하던 궁산(공원)의 소악루에 오르면 한강 전체가 한눈에 보인다.

또한 인근에는 양천고성지와 양천향교 등이 있으며, 조금 거리가 있지만 허준박물관도 있어 기념관과 함께 강서의 여러 명소를 둘러볼 수 있다.

겸재정선기념관은 평일 10~6시까지, 토·일요일 및 동절기(11~2월)에는 5시까지 운영하며,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날, 추석에는 휴관한다.

관람료는 19세부터 64세 이하 어른은 개인 1천원, 19세 이하는 개인 500원으로 개관을 기념해 8월 31일까지 무료개관을 실시하고 있다.

겸재정선기념관, 어떻게 갈까요?
1. 지하철 9호선 양천향교역 1번 출구 (도보 5분)
2. 지하철 5호선 발산역 3번 출구 (택시 5분)
3. 버스 (발산역 앞에서도 탑승 가능)
초록(지선) : 6631, 6632, 6633, 6712  
파랑(간선) : 8661(평일맞춤) 
빨강(광역) : 9602  
마을버스 : 강서06

 

겸재정선(1676-1759)은 ‘진경산수화’라는 회화의 한 분야를 확립한 개척자로 한국적 진경산수화풍을 완성한 인물이다.

독창적인 한국의 산수기법을 창안해 우리 조선의 실경을 그린 겸재정선의 진경산수화는 현대적으로 계승하고 새롭게 발전시켜야 할 우리 문화유산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18세기에 현실 지향적 사고와 취향이 형성되면서 상상의 풍경을 그렸던 관념 산수화에서 벗어나 조선에서 실재하는 경물을 그려한 한다는 새로운 주제의식과 목표를 제기했다.

전국의 유명한 진경을 직접 여행하는 산수유람(山水遊覽)을 실천하며, 진경을 보고 느낀 것을 생생하고 사실적으로 전달해내면서 산수화에 대한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이전에도 실경산수화의 전통은 존재해왔지만 정선의 진경산수화는 주제의식의 측면 뿐 아니라 화풍과 기법 측면에서도 18세기 하단의 새로운 유행을 이끌어갔다.

화강암질이 많아 강인하고 기세가 넘치는 우리나라 실경의 특색을 살리기 위해 짙고 풍부한 먹과 힘찬 필세의 적묵법, 골산을 묘사한 수직준, 토산을 묘사한 미점준, 독특한 T자형의 소나무, 일렁이는 파도, 번잡하지 않고 정돈된 구도 등 우리 자연의 실감을 잘 전달하는 화법을 개발해, 이를 정식화 하고 화법화 했다.

그의 3대 작품으로는 금강전도, 인왕제색도, 박연폭이 있다. 특히 36세에 금강산을 그린 ‘해악전신첩(海嶽傳神帖)’으로 당대에 화명을 날리고, 관동 지역 등 전국 각지의 명승명소를 담아낸 기행사경도(紀行寫景圖)를 그려 높은 명성을 이룩했다.

이후 46세 때부터 하양(현 대구)현감을 청하(현 포함)현감을 지내면서 이 시기에 정선은 진경산수화를 확립하고, 양천(현 강서)현령을 지내면서 ‘경교명승첩’, ‘양천팔경첩’과 같은 기념비적인 역작을 남겼다. 그의 진경산수화풍은 양천에서 무르익어 절정에 이르렀다.

더불어 각종 화보와 서적에 실린 새로운 기법을 연구하고 관념, 은유적 제재를 담은 사의(寫意)와 진경의 경계를 넘나드는 회화의 세계를 구축했다.

서울문화투데이 이소영 기자 syl@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