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법 연구, 창의적으로 계승해 세계화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법 연구, 창의적으로 계승해 세계화
  • 이소영 기자
  • 승인 2009.05.28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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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이석우 겸재정선기념관장

겸재정선기념관의 이석우(경희대 명예교수) 초대 관장은 역사학자로서 중앙박물관장을 역임한 후 역사문화연구소를 개원, 연구하면서 한국 사학자로는 처음으로 영국왕립역사학회 해외 펠로우로 선정되어 활동하고 있다.

▲ 이석우 겸재정선기념관장
선정될 당시 영국왕립역사학회의 해외 펠로우는 48명 - 동양에서는 인도 2명, 중국 1명, 일본 1명뿐이었으니 그의 국제적인 성가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해볼 수 있다. 그런데 국제미술평론가협회 회원이라는 경력이 붙어 있는 것이 무척 이채롭다.

사실 이 관장은 역사학자이기 전에 화가 지망생이었다. 그동안 펴낸 ‘그림, 역사가 쓴 자서전’(시공사), ‘역사의 들길에서 내가 만난 화가들’(소나무), ‘예술혼을 사르다 간 사람들’(아트북스), ‘명화로 만나는 성경은 새롭다’(예영), ‘역사의 숨소리, 시간의 흔적’(인디북) 등, 미술관계 서적의 제목만 보아도 역사와 미술에 대한 연구 활동을 심상치 않게 했음을 알 수 있다.

역사학자가 그림을 이야기하면 미술사 연구가나 화가들로부터 눈총을 받아왔다. 그러나 지금은 역사와 미술 사이뿐만 아니라 모든 영역과 장르 사이에 벽이 없어져가는 융합의 시대에 와 있다.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양쪽을 아우르는 사람이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나를 뽑은 것 같다” 이 관장이 겸재정선기념관의 초대 관장에 선임된 것도 그러한 시대적 흐름의 연장선상에 있다.

지난 4월 23일 개관, 서울 강서구 가양동에 자리잡은 겸재정선기념관은 진경산수화의 거장 겸재 정선의 업적을 기리는 한편, 진경산수화풍을 현대적으로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만든 것이다. 앞으로 기념관은 미술관과 박물관의 중요한 역할인 연구, 교육, 전시를 목적으로 운영된다.

이 관장은 “초대 관장이 방향을 잘 잡아줘야 하니까 깊은 책임감 느낀다”며 “이제 시작이기 때문에 해야 할 일이 많지만 조급해하지 않고 모두의 기대에 부흥해 확실하게 해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특히 ‘연구’ 중심의 기념관으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하고 싶다는 그는 ‘국제학술대회’를 목표로 하고 있다.

겸재 정선의 원화는 현재 400~500점이 존재하지만 겸재정선기념관에서는 원화 5점과 관련 서적 등의 자료를 58점 소장하고 있다. 160여 점을 간송미술관에서, 100여 점을 국립박물관이 소장하고 있으며, 고려대, 호림박물관, 삼성 리움 미술관과 북한, 일본, 독일에도 일부가 남아 있다.

이석우 관장은 겸재 정선의 원화 확보의 한계를 인정하며 연구뿐만 아니라 교육, 전시를 위해 대여하는 노력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또한 “작품을 많이 소유하지 못하더라도 겸재 정선의 모든 자료를 수집하고 목록을 작성해 연구자들이 활발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권위 있고 창의적인 작가의 작품들을 전시하고 참다운 예술인들을 많이 배출하고 지원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더불어 “후계자가 없어 그의 화풍이 단절됐다”고 안타까워하면서, “겸재 정선의 작품을 모사하고 연구하고 있는 분들의 도움을 받아 제2, 제3의 겸재를 키울 것”이기 때문에, 그 교육을 위해서 자료 수집은 중요한 일임을 강조했다.

단순히 과거 겸재의 화원을 되살리는 것이 아니라 그 정신을 받들어 우리 문화의 수준을 끌어올리고 그의 화법을 창의적으로 계승해 세계화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른 시일 안에 ‘겸재정선학회’도 만들고 싶다는 이석우 관장은 강서문화원(원장 김병희)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아 내년 2월 말까지 1천만 원의 상금을 내건 ‘겸재 정선 학술 현상논문’을 공모하고 있다. 응모 자격은 대학원 석사 이상. 시상식은 겸재정선기념관 1주년이 되는 내년 4월 23일. 그리고 이날 학술회의와 함께 학술대회도 가질 계획이다.

이소영 기자 syl@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