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홍희 서울시립미술관장]
[인터뷰-김홍희 서울시립미술관장]
  • 인터뷰 이은영 편집국장 / 정리 윤다함 기자
  • 승인 2012.04.24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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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취적·수준 높은 전시 선보여 세계 수준 현대미술관 도약할 터

 ◆미술 대중저변화 및 관객층 개발 위해 미술소통팀 운영 중

     지난 1월, 첫 여성 서울시립미술관장이 탄생했다. 광주비엔날레 총감독 그리고 쌈지스페이스 및 경기도립미술관 관장을 역임하고, 현재 서울시립미술관을 이끌고 있는 김홍희 관장이다. 큐레이터 출신인 김 관장은 전시와 교육·홍보를 연계한 통합적 시각으로 서울시립미술관의 비전을 제시한다.
     1980년 뉴욕, 김 관장은 현대무용가 머스 커닝햄의 후원회장 바바라 툴과 함께 백남준 선생을 조우한다. 마침 백 선생은 바이올린과 레코드판을 때려 부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었고, 김 관장은 공연 후, 깨진 조각들을 하나하나 주워 그에게 사인을 부탁한다. "그런 걸 줍는 사람이 얼마나 있었겠어요.(웃음) 한창 미술사를 공부하고 있을 때라 사료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기에 주웠던 거죠" 그때의 깨진 조각들은 지금 김 관장의 골동품 보석함에 보관돼 있고, 그 때 백남준과의 만남 이후, ‘아방가르드’(전위예술)에 심취한다. 그를 만나 새로운 관점을 배웠고, 시각을 넓힐 수 있었다. 이제 김 관장은 세계 도시 서울의 시립미술관 수장으로서 시대적·장르적 균형을 이룰 수 있는 컬렉션을 정착할 발판을 다지고 있다.

 

▲김홍희 관장

 

◆청년작가, 한국미술계 이끈다

관장님 취임 후 첫 전시 ‘SeMA 청년 2012: 12개의 방을 위한 12개의 이벤트’를 얼마 전 오픈했습니다. 기존의 시립미술관 기획전시의 틀을 깨는 파격적인 전시입니다. 이번 전시가 앞으로 시립미술관 전시기획 방향의 가늠자라 할 수 있겠는데요.

“한국작가들을 지원하고, 또 한국예술 발전에 기여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준비한 기획전입니다. ‘12개의 방을 위한 12개의 이벤트’는 열두 명의 작가들에게 각각 30평 정도의 공간을 분배하고, 하고 싶은 작품을 마음대로 할 기회를 준다는 취지로 마련됐습니다. 액자소설같이 열두 개의 개별적인 작은 이야기가 모여 하나의 큰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새로운 형식의 전시회입니다. 앞으로 한국현대미술을 이끌어나갈 우리미술계의 ‘블루칩’ 작가들을 통해 서울시립미술관도 함께 발전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동시에 작가들도 이번 기획전을 계기로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이번 기획전 참여 작가 선정기준이 궁금합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계기를 만들어준다면 성공하겠다싶은 작가들을 선정했어요. 작품세계가 시대정신을 반영하고 발전 가능성이 있으며, 동시에 대중적 어필이 가능하죠. 열두 명의 작가는 서로 추구하는 장르도 다양하고 하는 얘기도 각양각색에 작품 형식도 모두 다릅니다. 최고의 전시를 뽑아내기 위해 고심해 선정한 분들이죠.”

 

 

취임하신지 불과 3개월여 되는 시간에 많은 일들을 진행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작품이 미술관 안에만 있다는 점이 아쉬워서 현재 조각공원을 조성 중이에요. 밖에 놓여있는 공공 조형물을 가까이할 수 있어야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순차적으로 작품들을 채워갈 것입니다. 또 자치구마다 순회하면서 미술관 컬렉션 전시를 진행합니다. 미술관 소장품을 사장시키지 않고 시민들에게 돌려줘야 하기 때문이죠. 오는 5월엔 은평구 주민 센터와 관악구가 예정돼 있어요. 얼마 전에는 서울역 노숙인 쉼터에 벽화 작업을 진행했어요. 작가를 초대해서 누추한 벽면을 예술적으로 탈바꿈시켰죠. 전시도 중요하지만 미술문화의 저변을 확대시키는 대중적 프로그램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봅니다”

자체 기획전으로 세계와 교류한다

시립미술관은 서울 시민들을 위한 공간인데 좀 더 가깝게 다가 갈 수 있도록 할 프로그램들은 어떤 것들 일지요? 

“현재 글로벌전시팀과 미술소통프로젝트팀을 나눠 각각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한편으론 미술관의 수준 높은 전시, 한편으론 미술의 대중 소통을 위한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어요. 대중의 층은 다양합니다. 아직 미술이 익숙하지 않은 대중들을 위해선 그들의 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전시를 개발 중이고, 미술을 즐겨왔던 대중을 위해선 그들의 수준을 보다 더 높일 수 있는 전시를 계획하고 있고요. 서울시립미술관은 보다 더 많은 관객층을 개발해, 미술이 어떤 것인지 알리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특별히 선보이고 싶은 작품들이 있을까요?

“서울시립미술관이 현대미술관으로서 세계적 위상을 갖기 위해선 진취적이고 앞선 예술을  선보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말하자면 형식보다는 내용을 앞세운 예술, 콘텐츠가 강한 작품,현대미술의 방향성에 부합하는 그런 작품들이죠”

현재 운영 중인 교육프로그램이 굉장히 많습니다.

“한달에 두 번 야간 개장하는 ‘뮤지엄데이’를 신설하여 일반 시민, 특히 직장인들에게 좀 더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보다 폭넓게 제공하고 있어요.  또 주5일제 수업 시행에 따라 주말프로그램을 신설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미술관을 방문해 작품을 감상하며 직접 체험하고 이해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입니다”

지난 2006년부터 2010년까지 경기도립미술관 관장을 맡으셨죠. 안산에 위치한 경기도립미술관과 서울에 위치한 서울시립미술관과 지역적 차이점이 있을까요?

“서울시립미술관은 서울 한복판에 위치해 있죠. 지리적 여건에서 오는 차이점이 아주 큽니다. 서울에서도 아주 도심, 중심에 위치한 서울시립미술관에 비해 안산에 위치한 경기도립미술관은 비교적 장소적으로 불리했죠. 경기도립미술관은 지역적 요구를 수용하는데 고심했다면, 서울은 서울이란 도시적 특성 자체로 인해 그런 부분에서 자유롭습니다”

공공미술관은 작품 소장도 중요한 일인데요. 사실 이 문제가 또 민감한 문제잖아요. 시립미술관의 작품 구입방향에 많이들 궁금해 하실 것 같습니다.

“기존 컬렉션을 분석해 모자란 부분을 채워가고 있습니다. 현재 평면작품의 수가 많은 것을 감안해서 올해는 조각과 미디어 작품 위주로 구입할 계획입니다. 또한 기획전을 개최한 후, 기획전에서 작품을 구입할 예정이에요. 작가들에게 동기부여도 하고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봅니다. 전시기간 내내 작품을 볼 수 있어 좋은 선정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많은 수의 작품을 구입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수작 위주로 구입하는 것이 미술관 정체성과 위상을 위해 중요해요. 컬렉션 숫자를 줄이더라도 수준 높은 작품을 사야하죠. 누구의 어떤 작품이 어느 미술관에 있느냐가 그 미술관을 평가하는 하나의 잣대가 되요. 얼마 전, 영국 전시에 초대된 한국 작가 전시를 위해 우리 소장 작품이 대여됐는데, 참 자랑스럽더라고요”

 

 

 앞으로 서울시립미술관의 나아갈 방향과 직면해 있는 과제에 대해 좀 더 구체적인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서울시립미술관의 과제는 시립미술관으로서의 기능 수행과 동시에 세계적인 미술관으로 도약해야한다는 점입니다. 세계적인 수준을 지닌 미술관과 시민과 소통하는 미술관이란 양대 과제가 서로 상충되지 않고 보완적으로 맞물려야 하겠지요. 특히 세계적인 미술관이 되기 위해선 국제교류전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봐요. 외부 기획사를 통해 전시되는 상업적 해외특별전을 지양하고, 우리 스스로 기획해 외국기관과 직접 교류하는 국제전을 위해 해외네트워크를 개발해야죠. 또 시립미술관으로서 국내 도립·시립미술관과의 교류 또한 활발히 해나갈 생각입니다. 수평적 네트워킹과 수직적 네트워킹의 동시운용이랄까요”

◆나는 편집증, 남편은 분열증(?)

남편 천호선 컬쳐리더인스티튜트 원장님은 2004년 인사동에 쌈지길을 열고, 홍대앞 쌈지스페이스 개관에도 기여를 하면서 국내 미술·문화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당시 홍대앞 쌈지스페이스에 작가 레지던스 공간을 운영하며, 입주 작가들에게 작업 공간을 마련해줬죠. 스튜디오에서 여러 작가들이 함께 기거하며, 작업에 임하는 게, 기대이상으로 시너지를 불러일으키며 서로 자극이 되는 것 같더라고요. 작가들이 직접 다음 기수 작가들을 선정하다보니 수준이 떨어질 수가 없고 경쟁도 엄청났었죠. 외부에선 무서운 곳이라며 소문이 나기도 했고요.(웃음)”

두 분은 집에서나 일터에서나...지금까지도 호흡이 척척 잘 맞으시는 것같습니다.

“지금껏 같은 길을 함께 걸어왔지만 서로 다른 점도 많아요. 저는 미술사를 깊이 파고들며, 한 가지에 몰두하는 ‘편집증’적인 성향을 지닌 반면, 남편은 미술을 중심으로 문화전반을 폭넓게 섭렵해왔죠. 제가 남편보고 스쿠버다이빙하고 병아리감별만 빼고 세상 모든 일을 다 해봤을 거라며, ‘분열증’이라고 표현해요.(웃음) 이렇게 다른 성향을 지닌 사람들끼리 부족한 부분을 서로 채워주며 도움을 주고받았죠. 남편은 평생 공무원의 길을 걸어와서인지 평소에도 공익을 위한 공공마인드가 커요. 이타적이죠. 그런 점을 많이 배운답니다”

관장님과 더불어 국립현대미술관장, 국립중앙박물관장 등 국공립미술관과 박물관의 수장 모두 여성입니다. 문화예술계 특히 미술계에 '여성시대'가 열렸다는 평이 심심치 않게 들려옵니다.

“여건이 좋아진 건 사실이에요. 예전에는 여성이 기관장으로 가는 것 자체를 자연스럽게 보질 않았죠. 똑같은 조건이면 당연히 남성에게로 자리가 갔고… 하지만 이제는 동등한 위치, 같은 선상에서 경쟁하는 걸 보니 세상이 많이 달라졌죠. 하지만 여전히 관장 앞에 ‘여성’이란 접두어가 붙는 건, 아직도 사회의식에 더 많은 변화가 와야 한다는 방증이 아닐까요?”

◆큐레이터란 전시담론 창안해내는 문화생산자

미술 산업이 발달하면서 큐레이터란 직업이 각광받고 있습니다. 그만큼 관심을 갖는 사람들도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일단 큐레이터가 무슨 일을 하는 지를 정확히 알아야 할 것입니다. 제가 보기엔 큐레이터에 관한 인식이 왜곡돼있는 듯해요. 큐레이터는 단순히 작가를 섭외·초대해서 벽에 그림 거는 사람이 아닙니다. 큐레이터는 전시담론과 전시방법론을 창안해내는 문화생산자입니다. 이처럼 전시철학을 포괄해야하기 때문에 많은 공부가 필요한 것은 물론, 글을 쓸 줄 알아야 해요. 끊임없이 공부를 하고, 글로 표현할 줄 아는 큐레이터야말로 진정한 문화생산자일 것입니다”

끝으로, 미술이 우리 생활에 정말 필요한 이유는 뭘까요?

“미술은 장식, 잉여가 아닙니다. 물리화학과 마찬가지로 ‘앎’의 영역이죠.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건 단순히 벽에 거는 장식 따위가 아니라 바로 인식론, 앎의 형태라고 봐요. 미술도 알기위해선 공부해야 하는 걸요. 현대미술은 회화, 조각을 넘어서 건축, 패션 등 미술인접분야로 장르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미술의 영역이 넓어지는 한편 미술의 경계는 모호해지고 있는 거죠. 이런 현상에 대한 인식이 세계관을 넓혀줍니다. 미술은 세상을 바라보는 하나의 창구이자 강력한 소통의 매체라고 생각해요”

김홍희 △현 서울시립미술관 관장 △전 경기도미술관 관장 △전 광주비엔날레 총감독 △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커미셔너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우대겸임교수 △전 광주비엔날레 호주전 커미셔너 △전 쌈지스페이스 관장 △전 제1회 광주비엔날레 특별전 정보예술 큐레이터 △홍익대학 미술사 박사 △이화여대 불문과 졸업

△저서 '굿모닝 미스터 백!', '여성과 미술', '백남준'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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