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연휴, 외국관광객 바가지 단속 헛점 많다
황금연휴, 외국관광객 바가지 단속 헛점 많다
  • 서문원 기자
  • 승인 2012.05.01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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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부ㆍ서울시ㆍ관광협회도 단속못하는 관광업계의 백태

“지난 29일 주말, 서울 종로구 사직동 사직공원 앞과 신문로에 관광버스부터 미니버스까지 즐비하다. 일본, 중국, 홍콩, 몽골에서 온 관광객들이 인근 아파트 편의점 앞에서 사진촬영(?)을 하면서, 오후를 보내고 있다. 기자가 여행객들에게 다가가 “왜 여기에 있는가?”라고 묻자, “자기들이 타고 온 버스가 여기에 정차했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이들은 사직공원과 효자동을 관광하러 온 것 같지만 실상은 길 맞은편 허름한 슈퍼마켓에서 판매하는 한국산 과자와 라면을 구매하는 시간이라 그냥 서있는 것이다. 이런 중에 중년여성으로 보이는 홍콩관광객에게 명함을 내밀며 ‘기자’라고 신분을 밝히자, 그녀는 “지난 저녁 택시 때문에 바가지요금을 냈다”며 호소했다.

▲ 명동시내는 주말뿐 아니라 평일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북적대는 번화가다. 이곳은 현재 일본,중국, 동남아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서울 명소중 하나다. 해외방문객들이 늘어난만큼 명동시내 일부 업주들이 농간으로 바가지요금과 불법영업장소로도 악명 또한 높다. 문제는 명동 뿐 아니라, 동대문, 남대문, 인사동 등 여러곳에서 각종 불법행위가 한국과 한류에 먹칠하고 있다는 점일게다.
이야기는 이렇다. 홍콩에서 온 중년여성이 일본 친구들과 함께 투숙 중인 서울 중구 명동 호텔 앞에서 청담동에 위치한 연예기획사 SM타운 건물 앞까지 여행사 가이드가 소개한 택시를 불러서 타고 갔지만 “무려 3만원을 냈다”며 “너무 비싸다”는 것이다.
 
다시 취재를 위해 중국관광객들이 구매하는 슈퍼마켓으로 건너가 봤다. 여행사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가이드냐?”고 묻자, 그는 손사래를 치며 자기는 ‘그냥 인솔자’라고 대답했다. 기자가 “외국관광객들을 데려온 가이드가 어디 있는가?”라고 다시 묻자 “잘 모르겠다”며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

일본의 골든위크(28일~5월6일), 중국의 노동절 연휴(28~30일)는 국내 여행업계에서는 가장 큰 연중행사로서 관광성수기에 해당된다.

지난 28일 서울시관광협회와 문화부, 서울시가 공동으로 호스피탤리티 아카데미 수료자들을 관광홍보대사로 임명하고 친절한 한국을 알리고자 비상근무까지 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관광사들의 불법영업에 따른 단속이 너무 어렵고, 관광협회도 업계 친절서비스 독려 외에 다른 역할이 없어 보인다.

서울시 관광과는 위 같은 관광업계 불법영업과 관련해 “서울역은 물론 광화문, 인사동, 동대문, 남대문 등지에서 콜밴택시 단속 등 불법영업 근절에 나서고 있지만 관광업자들의 동선까지 찾아다니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가령 “콜밴택시와 숙박요금 단속은 가능해도 일부 택시영업자들의 바가지요금백태는 단속에 무리가 있다”고 항변한다.

서울시관광협회도 “협회차원에서 이번 황금연휴기간동안 비상근무체제로 돌입했지만 친절서비스 독려 외에 신고가 들어오지 않는 이상,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단속기관이 아니기 때문이다.

해외관광대국, 체계적인 민관협력으로 관광객유치

유럽의 관광대국 이탈리아의 경우 불친절, 불법영업을 근절하기 위해 지역관광협회에 등록된 가이드들을 해외 각국에서 오는 단체여행관광객 인솔자로서 허가하고, 이외에 등록인증이 안된 사람들은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경찰단속에서 바로 고발조치를 하도록 돼있다.

연관광객 1억명에 육박하는 체코는 자국 수도 프라하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을 위해 등록된 여행사들에게 관광코스를 기획안으로 제출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등록된 관광버스가 아니면 단 1분도 시내주차를 못하게 막아놔 교통혼란도 통제하고 있다. 면적이 서울시에 비해 5분의 1도 안되는 체코 프라하시는 관광객들이 적어도 일주일 이상을 보고 갈수 있도록 유리세공, 공예전문가들과 연계해 관광상품을 개발하고, 심지어 프라하 옆에 있는 필첸이라는 소도시의 ‘필스너 맥주’를 홍보하고자 백방으로 뛰고 있다. 

한류열풍, 관광상품으로 연계 어렵다?

최근 들어 한류열풍에 열광하는 아시아 관광객들이 비싼 요금을 물고 한국을 찾아오는 등 1천만 외국방문객 시대를 맞이했다. 하지만 이들에게 보여주는 관광지는 앞서 서술한대로 아파트단지밖에 없는데다 이탈리아처럼 불법영업 근절과 관련된 법령이 없다보니 단속도 미미한 실정이다.

한때 ‘디자인 서울’을 외치며 지난 몇 년 동안 서울시가 야심찬 계획아래 도심지 곳곳을 개조하고 개발했지만 역시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 눈에는 아파트만 보인다. 또한 서울 종로구 인사동 같은 문화지구도 시내 어디건 볼 수 있는 화장품 대리점과 편의점 그리고 커피전문점만이 사세를 확장하는 추세다.

그렇다면 국내음악차트 뮤직뱅크 공연이 있는 서울 여의도 KBS공개홀은 다를까? 아시아는 물론 미국과 유럽 각국에서 온 10대부터 40대 K-POP팬들이 밤새 기다리지만 이들을 범죄로부터 보호할만한 여건과 숙박시설 그리고 음식점은 너무도 열악하다.

더 한심한 것은 마포구 서교동 홍대에 위치한 게스트 하우스가 사창가와 단란주점이 밀집된 지역에 있다는 점이다. 홍등가가 위치한 게스트 하우스에 해외에서 온 10대들이 다닌다고 생각해보면 이것만큼 아찔한 순간이 있을까?

외국관광객들에게 쇼핑만을 강조한 허술한 관광프로그램부터 시작해 콜밴과 같은 불법영업을 넘어 택시기사와 가이드가 소개비 명목으로 외국방문객들을 우롱하고, 심지어 다시 안볼 사람들처럼 바가지 요금마저 거둬간다면 ‘1천만 해외관광객 유치’는 조만간 거품으로 끝날게 너무도 자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