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대 '훈민정음 해례본' 쟁탈전 점입가경
1조원대 '훈민정음 해례본' 쟁탈전 점입가경
  • 서문원 기자
  • 승인 2012.05.07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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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vs조계사, 소유주 조씨vs피의자 배씨의 국보유물 숨은그림찾기?

지난 2008년 7월 경북 상주에서 발견된 것으로 알려진 국보급 문화재 ‘훈민정음 해례본’을 놓고, 소유자와 피의자 간의 법정싸움에 이어 문화재청과 조계사간의 소유권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기증식에 소개됐어야 할 ‘훈민정음 해례본’은 행방이 묘연하다. 더구나 이 문화재는 일부 학자들 사이에서 추정가만 “1조 원대를 상회한다”고 밝혀 국가유물 행방에 대한 관심이 점차 증폭되고 있다. 

▲ 훈민정음 해례본(상주본) 일부(왼쪽)와 훈민정음 해례본(간송본) 복사본(오른쪽)

국보 제70호로 간송미술관(서울 성북동) 소장본인 ‘훈민정음 해례본’(간송본)은 세종 28년(1446) 훈민정음 반포 당시 출간됐으며, 창제 동기와 제작원리 및 사용법을 설명한 목판본이다. 

전문가들은 이번에 발견된 해례본이 기존 국보 유물과 비교했을 때 사라진 서문 4장과 뒷부분 1장을 제외하고 상태가 좋고, 간송박물관에 있는 해례본에는 없는 표기ㆍ소리ㆍ 주석 등이 기록돼있어 학술적 가치가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일부학계에서는 “이 제본 추정가치만 1조원대에 달할 것”이라며 흥분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7일 문화재청(청장 김 찬)이 "현재 절취․은닉되어 행방이 묘연한 훈민정음 해례본(상주본)을 소유권자(2011.5.13 대법원이 조용훈의 것으로 확정 판결)가 소유권 일체를 국가(문화재청)에 기증하는 기증서 전달식 한다"며 서울 국립고궁박물관 강당에서 개최했다.

국보유물은 어디갔고, 기증식은 또 뭔 소리요?

이날 행사는 기증자 조용훈(67세, 경북 상주)씨가 훈민정음 해례본(상주본)을 놓고 "한글의 제작원리 등을 해설해 놓은 매우 귀중한 기록유산으로 현재 제본이 해체․은닉돼 그 보존대책이 시급해 조속히 회수, 기증한다”는 골동품업자인 조씨의 기증의사를 토대로 이뤄진 행사다.

하지만 문화재청은 7일 “현재 훈민정음 해례본(상주본)은 피의자 배모 씨가 절취해 은닉시켜 놓고 반환을 하지 않고 있는 상태”라고 말하며. “배모 씨는 문화재보호법 위반으로 구속되어 제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에 항소하여 제2심(대구고등법원) 재판이 진행 중에 있다”고 밝혔다.

다시말해 ‘실물은 없고 훈민정음 해례본 소유자가 국가에 기부한다’는 애매한 발언만 한 것이다.

이날 고궁박물관에서 개최된 기증식에 참석한 일부 인사들도 “ 국보급 원본이 저 사진 인가요?”라고 묻고, “기증식은 또 뭔소리요? ”라고 되묻는 등 희한한 진풍경이 펼쳐졌다.

문화재청 vs 조계종, 골동품업자 조씨 vs 복역중인 배씨가 찾는 숨은 그림찾기?

또한 지난 5일 조계종이 훈민정음 해례본 소유권을 주장하며 “지난 1999년 안동 광흥사 불상 속에서 훔쳐간 해례본을 국가가 일방적으로 기증받으려는 건 유감”이라고 기자회견을 하는 등 ‘환수소송절차’를 밟고 있는 중이다. 향후 국보유물 소유권을 놓고 국가와 불교계의 미묘한(?) 갈등이 예상된다.  

한편 문화재청은 기증될 실물은 없고 기증자만 있는 훈민정음 해례본 기증식에 대해 “지난 2008년 문화재청 문화재위원이 진품확인 취재요청에 따라 두차례나 방문했으며, 기증물품 중  일부는 확인됐다”고 말하면서 “소유자가 분명한데 결국 기증되지 않겠냐?”며 애매한 답변만을 반복했다.

하지만 현재 없어진 해례본 행방은 기증자인 골동품상 조용훈씨로부터 절도죄로 고발 구속돼 현재까지 복역중인 배씨가 알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황평우 한국문화정책연구소 소장은 이와 관련해 “훈민정음 해례본을 국가에 귀속시키는 것이 옳다"라고 말하며, "문화재청과 조계종이 서로 소유권을 주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