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티켓후원' 이대로 좋은가?
기업 ‘티켓후원' 이대로 좋은가?
  • 편보경 기자
  • 승인 2009.06.02 09: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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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물교환식 국내 기업공연후원문제, 더 이상 관행으로 지속될 수 없다 쓴 소리
티켓 초대권으로 제공, 대가 바라지 않는 후원문화, 위러브아트와 같은 프로그램 개발 필요

오랜만에 좋은 콘서트가 보고 싶어 티켓을 예매한다. 그런데 주말 알맞은 시간은 이미 다 매진돼 있어서 숱한 시도 끝에 간신히 표를 구한다.

어려움이 많았던 만큼 기대도 크다. 드디어 공연장에 입장. 소문난 공연답게 만원사례, 아래위 좌석이 꽉 찼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무대 바로 앞쪽의 로열 좌석 몇십 개는 텅 비어 있다.

아마도 단체로 예매한 좌석들이겠지, 그리고 단체로 늦는 모양이지라고 생각한다. 이윽고 콘서트가 시작된다. 하지만 단체 손님들은 끝까지 나타나지 않는다. 대체 어떤 사람들이 그런 행동을 하는지, 몹시 화가 난다.

그런 장면에 화가 나는 사람들은 또 있다. 공연을 하는 공연자들이다.

“처음에 매진이라는 말을 들으면 단원들이 얼마나 들뜨고 흥분하는지 몰라요. 그런데 막상 무대에 올라갔을 때 좌석 한쪽 구석이 텅 비어 있는 걸 보면 맥이 쭉 빠지죠. 화도 안 나고 그저 어이가 없고 허탈해집니다.”

전업 작곡가 A씨는 이런 경험이 한두 번이 아니라며 울분을 토한다.

“공연 하나를 무대에 올리기 위해 연주자나 작곡자들은 얼마나 많은 준비를 하는데 가장 좋은 앞 좌석들이 비어 있는 거예요.”

그 ‘빈 좌석’들은 공연을 후원한 기업들의 ‘몫’이고, 기업과 공연단체가 지원금과 티켓을 주고받는 ‘물물교환식’ 문화 마케팅의 결과다.

“이런 ‘물물교환식’ 지원이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어요. 기업 후원을 받았을 때 기업에 티켓을 제공하는 건 뭐라 말할 건 없지요. 그 티켓이 관객들에게 정확하게 전해지지 않을 때가 많다는 것이 문제지요. 며칠 전에 막을 내린 B축제도 그래서 공연을 망친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축제가 서울문화재단과 공동주최라면 서울시의 지원을 받게 되지만 제작비 전체를 지원받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여전히 기업들의 후원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후원 기업들에게 티켓을 지급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들을 위한 살롱 콘서트 등도 지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저희가 일반 공연을 기획하는 기획사이지만 공연장 무대 앞의 고급 좌석들이 비게 되면 매우 안타까운 것이 사실이지요.”

공연기획사 C의 기획팀장은 사실 티켓이 관객들에게 전달되지 않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개별적으로 사람들에게 우편 발송을 한다든지 해서 공연 관람을 유도하지만, 티켓이 정확하게 전달이 되는지 알기가 참 어려워요. 그래서 초대 교환권을 드리기도 하는데, 어떤 기업은 현장에서 직접 티켓을 수령하실 수 있도록 한다더군요. 그런 경우에는 관객 손실이 조금 적지요.”

사실 스폰서가 티켓을 가져가는 것을 기업이든 공연 기획자든 잘만 활용을 하면 좋은 일이다. 하지만 기업이 처음 제안한 후원 방식대로 진행을 정확하게 하지 않는 경우가 실제로 많다. 그래서 구로아트밸리의 경우 꼭 개인에게 관람 여부를 전화로 확인한다. 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립극장도 초대권을 발행해 당일 관람을 온 사람들에게 좌석권으로 교환해준다.

“기업들이 올 만한 사람에게 티켓을 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고 무작위로 증정하는 것이 빈번해서 문제입니다. 그래서 국립극장은 후원 계약을 맺을 때 기업들에게 처음 세운 원칙대로 시행해줄 것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나마도 혹여 스폰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올까 조심스럽지요.”

국립극장 류상록 공연홍보팀 팀장의 말이다.

그러나 ‘기브앤테이크’ 방식의 후원문화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가령 ‘법무법인 바른’도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를 지난 3년 동안 후원하고 있는데, 그동안 개막식과 페막식 티켓 몇 장을 수령했을 뿐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다고 했다.

“몇 년 전부터 지인들과 함께 문화예술 지원에 관심을 가지고 후원하는 데 참여해 왔습니다. 문화비로 사용할 경우 세액 공제도 받을 수 있어서 기업 쪽에서도 유리한 측면이 있지만, 그보다는 우리나라 문화예술이 발전하기를 바라는 순수한 마음으로 지원할 수 있는 공연들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법무법인 바른의 김동근 대표의 말이다.

CJ문화재단의 ‘위러브아트(We love art)’와 같은 공연지원 프로그램도 획기적이다.

“위러브아트 프로그램은 공연 관람료의 정가를 30% 낮춰서 발생하는 차익을 기획사에 지원하는 방식입니다.”

CJ문화재단 위러브아트 담당자 김선아 대리의 말이다. 관람객은 5만 원권 티켓의 경우에 그중 3만5000원만 부담하게 돼서 좋고, 공연 기획사 측은 또 공연 준비 비용에 대한 부담 없이 좋은 공연을 제작할 수 있어 ‘꿩 먹고 알 먹게’ 되는 지원 프로그램이라는 말이다. 그는 특히 공공연하게 행해지고 있는 좌석과 스폰 교환 방식의 문화 마케팅이 지양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좋은 좌석과 교환하는 스폰 방식에 부작용이 많다는 것을 알고 그런 것을 지양하고자 우리 회사는 위러브아트와 같은 방식으로 공연을 지원하고 회사 측에서 공연 좌석이 필요한 경우 직접 구매를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수요는 많은데 공급은 태부족이다. 후원을 하겠다는 기업은 손가락에 꼽는데 후원받아야 할, 후원받고자 하는 공연은 널려 있는 상황에서, CJ그룹처럼 후원 기업뿐만 아니라 공연자와 관객들 입장까지도 고려하는 후원 방식이 확산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아직 무리일까.

서울문화투데이 편보경 기자 jasper@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