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문인들과 함께 정신수련회를 하다.
안동문인들과 함께 정신수련회를 하다.
  • 강승환 대기자
  • 승인 2009.06.02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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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3일부터 24일까지 ‘안동문학인의 날’ 열려

5월 23일 아침, 안동으로 가는 고속버스 안에서 속보로 ‘노무현  대통령 서거’ 방송을 보고 있었다. 안동시외버스 터미널에 내릴 때까지 급체한 한 것처럼 가슴이 아렸다.

문인들이 모여 있는 장소에 도달했을 때, 모두들 얼굴이 밝지 않았다. 굳게 입을 다물고 있는  그들과 함께 아동문학작가인 권정생 선생의 생가를 찾았다. 지난 5월 17일은 권정생 선생 2주기가 되는 날이었다. 생가는 초라했다.

집 앞에  강아지 집과 오른쪽에 화장실이 주인을 기다리며 외롭게 있었다. 옆 들에는 소 한 마리 역시 외롭게 풀을 뜯고 있다. 리플렛을 보니  선생이 쓴 시 ‘소’의 일부가 눈에 들어온다. ‘소는 자유를 잃지 않으려 남을 절대로 부리지 않는다.’

집 옆에 새들에게 집을 지어주는 마음, 쥐들에게 먹이 주려고 옥수수를 걸어 놓는 마음처럼 선생은 항상 하찮은 존재들과 함께 했다. 선생의 역작 ‘강아지똥’은 앞마당에 강아지똥이 비를 맞고 흐물흐물해져 땅으로 스며들었고 그 자리에서 민들레가 피는 것을 보고 쓴 것이라고 했다. 평생을 가난으로 살았지만 진실하게 살았던 권정생 선생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많은 문인들이 눈시울을 적신다.

‘안동문학인의 날’의 압권은 김지하 시인의 강연이었다. 김지하 시인의 강연은 안동시내에 있는 태사묘( 고려 건국시 후백제 견훤을 토벌한 개국공신 김선평, 권행, 장성필 등 삼태사의 위패를 봉안하고 있는 곳)에서 열렸다.

강연의 주제는 ‘삼승지도(三勝之道)에 관하여’ 즉, 예의에 대한 정신은 없고 오직 물질에만 집착하는 오늘에 던지는 화두였다. 김지하 시인의 첫 마디는 ‘21세기에도 유학(儒學)은 유효한가?’라는 의문을 안동에게 던지고  공경과 확충과 복승이라는 이른바 삼승지도(三勝之道)의 실천을 주장했다. 유교에 강연을 들으며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이 시기의 해결점이 ‘삼승지도’일까 하는 생각에 잠겼다. 

아직 우리는 통합이 잘 되지 않고 진보와 보수는 끝없이 대결구도를 갖고 타협이 잘 되고 있지 않고 있다. 뿐만아니라 같은 민족인 남북은 극단적인 대결구도로 가고 있다.  김지하 시인은 그 해결점을 삼승지도에서 찾는 것이 어떤한가 하고 화두를 던지는 것 같다.

김지하 시인은 이미 생명을 다한 유학이 다시 꽃피울 곳이 중국이 아닌 바로 안동이라 했고, 안동을 새 땅, 새 시대의 새로운 3.1운동의 촛불의 자리라고 했다. 명운을 다한 유학이 새로운 시대의 주체를 안동에서 이끌라는 주문이다.

예정된 시간보다 많은 시간이 흘렀는데도 많은 문인들을 자리에서 흩어짐 없이 경청을 한다. 강연회가 끝나고 ‘안동문학인의 날’의 꽃인 문학의 밤이 그 자리에서 열렸다. 고 노무현 대통령 서거 소식으로 인하여 분위기는 엄숙하다.

사회자인 안상학 시인은 분위기 때문인지 목소리가 작았다. 난장으로 이어질 것 같은 프로그램은 없앤 듯했다. 시낭송을 하기 위해  무대에 오른 이영광 시인이 ‘삶과 죽음은 하나가 아니겠는가?’라고 노무현 대통령의 유언을 말할 때, 여기저기서 탄식이 흘렀다. 프로그램은 많이 생략이 되었고, 노래패도 흥겨운 노래는 없었다.

어두운 분위기를 누가 만들었나?

이번 안동문학인의 날은 안동문학인 뿐만 아니라 다른지역의 문인들도 많이 초대를 했었다.

안동문인협회장은 안동지역 출신 문인에게 “고양의 정서를 잊지 말고 작품에 반영해 달라”는 주문했다.  안동은 유교의 대표적인 고향이고 정신문화도시답게 안동 전 지역이 유교의 향이 깊에 배어 있다. 퇴계 선생을 비롯한 이육사, 권정생, 유안진, 권여선, 안상학, 이위발 등이 이 지역 출신의 문인이다.

문학의 밤 행사가 끝난 친교의 시간, 화두는 대통령 서거에 있었다. 많은 이는 정치보복이라고, 현 정부가 노무현 대통령을 죽인 것이라고 성토를 한다. 다른 자리에서는 황석영 사태와, 황지우 시인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침통한 분위기 속에서도 모든 것을 잊자는 듯 노래를 부르는 이들도 있었다. 그렇게 친교에 밤은 깊어가고 날이 밝았다.

서울문화투데이 강승환 대기자 press@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