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만 관광객? 숫자에 연연치 말자!
2천만 관광객? 숫자에 연연치 말자!
  • 서문원 기자
  • 승인 2012.05.09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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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관광업계, ‘관광 정책워크숍’개최

“2천만 관광객은 숫자에 불과하다” “작년에 970만명이 한국을 다녀갔지만 그들이 다시 찾아올지 걱정하는 우리는 진정성이 필요하다” “음식, 숙박, 상품 이 모든 것에는 진정성이 있어야 된다”

“서울시장이 일본관광객으로 변장까지 하면서 관광실태를 점검해서야 되겠나? 민간이 자체적으로 해야할 일 아닌가?” 이 내용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8일 명동 M플라자 해치홀에서 개최된 ‘관광정책워크숍’에서 120분간 열띤 토론 끝에 한 마무리 발언이다.

▲ 8일 명동 M플라자 해치홀에서 개최된 관광정책워크숍에서 마무리 발언을 하는 박원순 서울시장. 이날 그는 "음식, 숙박 등 모든 관광서비스에는 진정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방송인 따루씨가 패널로 출연, 한국에서 겪었던 바가지 요금과 한옥, 전통문화에 대한 무관심 등을 설명하며 주목을 받았다. 특히 이번 워크숍에서는 자유발언에서 관광업계는 물론 각계 인사들의 불만과 제안들이 쏟아졌다.

한국, 뭔가 보여드리겠습니다? 

’2천만이 찾는 서울관광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를 주제로 8일 관광업계 및 시민들과 정책워크숍이 있었다. 이날 정책워크숍엔 박원순 서울시장은 물론 최노석 서울시관광협회 부회장, 여행잡지 편집장, 여행 파워블로거, 국내 거주 외국인등 관광 소비자, 여행사, 관광식당운영 업체, 관광통역안내사, 한옥게스트하우스, 인터내셔널 택시운영자 등 관광업계 종사자 100명이 참석해 120분간 열띤 토론을 펼쳤다.

남상만 한국관광협회중앙회회장은 인사말에서 “서울시가 해외홍보에 나설 때도 관광겁계 대표들과 동행해 큰 홍보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하며, 서울시와 민간관광분야가 한 몸이 되는 이번 토론을 통해 새로운 시도와 제안들이 국익이라는 큰 틀에 적극 반영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먼저 홍보, 마케팅 제안과 관련해 일본인바운드 여행사 H.L.S. 임정인 이사는 “무분별한 숙박비가 문제”라며 ‘단속에 아랑곳없이 진행되온 바가지요금’을 지적했다. 아울러 “한국관광홍보를 위한 적극성이 부족하다”며 “대만정부처럼 현지 마케팅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8일 개최된 서울시-관광업계 토론회 '2천만명이 찾는 서울관광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 자유발언 장면.

높은 빌딩은 언제든 갈수있지만, 사라진 종로피맛골의 정취와 맛은 찾기 힘들어..

한강 전통시장과 관련해서는 방송인 따루 살미넨씨가 피맛골을 주상복합빌딩으로 바뀐 점을 놓고, “높은 빌딩은 언제든지 갈수 있지만 피맛골처럼 막걸리와 빈대떡, 고등어구이를 파는 전통음식점은 이제 찾아보기 힘들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아울러 따루씨는 핀란드에 사는 가족들의 한국방문기를 소개하면서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순대 한접시에 삼만원을 받은 곳도 있었다”라고 말하며, 바가지요금의 백태를 꼬집었다. 또한 따루씨는 ‘국내 전통한옥마을에 대한 정부지원이 절실하다’고 밝히며, “서울에서 한옥마을보존지구가 아니라는 이유로 지원도 못받고, 유지조차 힘들어 매매를 하는 주민들이 늘고 있다”고 비판했다.

▲ 따루 살미넨씨는 외국관광객들의 불편사항을 소개하며 바가지요금으로 인해 자신의 가족들이 "순대 작은 걸로 한접시를 먹고 3만원을 지불했다"며 외국인이면 무조건 더 올려받는 음식점들의 행태를 꼬집어 참가자들로부터 박수갈채를 받았다.

연세대에 다니는 중국유학생 동윤정씨는 택시요금을 예로 설명하면서 “저같은 외국인들은 어눌한 한국어 발음으로 손해 본 것이 많다”고 밝히고, “신촌에서 택시를 타고 시내가까운 곳으로 가달라며 부탁했는데 한강너머 잠실까지 간 적도 있었다”며 목적지도 아닌곳에 내려놓고 바가지요금을 받아가는 택시기사가 ‘황당하다’고 지적했다.

‘인터내셔널 택시’ 이행렬 팀장은 택시기사의 불법바가지요금백태에 대해 “서울에 있는 인터내셔널 택시는 총 400대이며, 이들에 대해 철저한 서비스교육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히고, “하지만 다른 택시회사와 대중교통종사자들에게 인식전환을 위한 서비스교육을 실시할수 있도록 서울시와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줬으면 좋겠다”라고 제안했다.

숙박시설부족? 인식전환 필요..

이번 관광워크숍에는 숙박문제가 계속해서 지적됐다. 39년째 일본인관광객들을 위한 인바운드여행사를 경영하는 광화문여행사 이광석 대표는 “이번 토론회는 물론 매스컴에서 저가여행상품을 파는 여행사들에 대한 비판이 많은걸 잘 알고있다”고 말하고, “하지만 여행사들도 여행상품단가를 맞추기가 예전에 비해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특히 호텔가격이 너무 비싸다”며 업계현실에 대해 토로했다.

아울러 이 대표는 “한국이 3만엔짜리 여행상품이 있다면 중국은 2만엔짜리가 있다. 중국은 다양한 축제행사도 많고 저렴하고 시설도 좋은 호텔들이 많다. 반면 한국은 축제, 행사도 적고 숙박가격도 비싼 편”이라며 양질의 식사와 다양한 여행상품을 내놓지 못하는 국내여행업계의 현주소를 밝혔다.

또한 ‘더 트래블’의 김미현 팀장은 숙박시설과 관련해 “게스트하우스에 대한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한옥 뿐 아니라, 8~90년대 빌라와 다세대주택도 잘만 활용하면 민박시설로 손색이 없다. 굳이 호텔로 숙박하는 분위기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관광워크숍은 예정된 토론시간이 넘었음에도 참가한 업계종사자들의 발언이 계속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자신의 발언시간을 줄이며 이들의 목소리를 계속해서 경청하는 등 쉽게 끝날 분위기가 아니었다.

▲ “뉴욕의 브로드웨이 보다 더 큰 공연거리가 서울 대학로에 있다”며 서울시는 물론 각계의 많은 관심과 지원을 밝히는 한국형 퍼포먼스 뮤지컬 카르마 제작사 권은정 대표.
한국도 뉴욕 브로드웨이 못지않은 공연거리 있다!

관광콘텐츠분야와 관련해 한국형 판타지 퍼포먼스 뮤지컬 ‘카르마’ 제작자 권은정 대표는 “지난 5년간 전 세계 11개국 40개 도시를 순회하며 투어공연을 마쳤지만 국내 무대는 여전히 싸늘하다”고 밝혔다.

권 대표는 ”미국 뉴욕의 브로드웨이, 영국 런던의 레스터 스퀘어의 오디언 웨스턴 엔드 극장보다 더 큰 공연거리가 서울 대학로에 있다“고 말하면서 ”앞서 말한 극장보다 더 많은 150개의 공연무대가 있는데 홍보 지원이 안돼 거리로 떠밀린 형편“이라며 서울시와 정부의 지원이 아쉬워했다. 아울러 서울컨벤션뷰로 실장 머린(Maureen O'Crowley)씨는 ”당신들이 진지하게 토론하는 모습을 잘 지켜봤다”고 밝히면서 “이제부터는 이 모든 것을 해외에 홍보할수있는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홍보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이날 워크숍 마지막 발언을 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앞서 따루씨가 지적한 피맛골의 정취가 사라진 것은 유감”이라고 말하면서 “이제부터 서울시가 해야할 일은 지금까지 말씀하시고 지적한 모든 부분을 로드맵으로 설정하고, 장기적인 대안을 내놓아야 할 때”라고 밝혔다.

▲ 지난 1월 31일 서울 남대문에서 남산, 동대문, 성북동, 북악산까지 하루코스로 <전문가와 함께하는 원순씨 한양도성 순성계획>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둘레길 행진을 마친 박원순 서울시장과 기자들의 모습. 당시 박 시장은 "이 한양도성과 둘레길이 제대로 복원되면 훌륭한 관광자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돌이켜보면 당시 진눈깨비로 인해 많은 일행들이 빠져나가기도 했다.

또한 박 시장은 “하지만 관공서와 민간업체가 해야할 일이 따로 있다. 각자가 가져야할 책임의식이다. 서울시장인 제가 오죽 답답했으면 일본관광객으로 변장을 하고 일본인 여성과 동대문, 남대문, 명동 등 서울 시내를 돌며, 바가지 요금과 친절서비스를 점검하고 나섰겠나?”고 지적하며, “진정성이 결여된 마인드와 관광서비스로는 어떤 관광객도 다시 찾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끝으로 박원순 시장은 “지난 1월 남산에서 동대문, 성북동, 북악산까지 이어지는 ‘한양도성 길’ 하루 코스를 계획해 돌면서 이런 문화재와 녹색의 자연환경을 볼수 있는 둘레길이 빌딩숲으로 가득한 서울시내에도 존재하는데 이를 적극 활용해 관광객들의 여행루트를 개발하는 것도 관광정책개발의 한 예가 될 것”이라며 마무리 발언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