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정글의 법칙’ vs 獨 ‘정글캠프’
韓 ‘정글의 법칙’ vs 獨 ‘정글캠프’
  • 서문원 기자
  • 승인 2012.05.14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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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서바이벌 리얼리티 쇼프로 하나로 시청자와 광고주를 사로잡다

한ㆍ유럽 및 한미자유무역협정의 가장 큰 맹점은 금융산업과 저작권이다. 나머지 단계별 관세철폐와 시장개방도 중요한 이슈다. 하지만 콘텐츠, 소프트웨어와 관련된 저작권은 민감할 수밖에 없다. TV오락프로그램 제작판권 하나로도 일평생 먹고살만한 ‘저작권 수익’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지난 해 가을, SBS방송사가 야심찬 기획아래 개그맨 김병만을 중심으로 아프리카 나미비아와 오세아니아 파푸아뉴기니 정글 속에 방치하고 그 생존과정을 담은 ‘정글의 법칙’이라는 프로그램을 국내에 방영해 화제다.

▲ 지난 해 가을과 올해 SBS방송에서 인기리에 방영중인 정글생존 리얼리티쇼 '정글의 법칙' 중 한 장면

韓 ‘정글의 법칙’ vs 獨 ‘정글캠프’

‘정글서바이벌 리얼리티 쇼’라는 이 프로는 지난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영국 맨체스터에 본사를 둔 ’그라나다 ITV’에서 인기리에 방영된 ‘나는 유명인사, 여기서 나가게 해줘’(I’m a Celebrity, Get Me Out of Here)가 원조다. 이 프로그램이 영국은 물론 유럽 전역에 방영돼 큰 인기를 모으자, 독일과 미국, 프랑스, 네델란드, 헝가리, 스웨덴 등 각국 TV제작사에서 판권을 사들여 2004년부터 방영, 시청률과 광고주 확보  등 두 가지 토끼를 잡으며, 인기오락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독일도 ‘정글캠프’(Dschungelcamp)라는 타이틀로 지난 2004년부터 아프리카와 호주 외진 곳에 위치한 정글 속에 캠프를 차려놓고 자국의 유명 인사들을 출연시켜 이들의 생존프로그램을 방영해왔다.

이 프로그램은 남녀 출연자들이 잠자리는 커녕 먹을 것 하나 없는 정글에서 쥐까지 잡아먹는 것은 물론 미모의 여성출연자를 사이에 두고 남자 출연자끼리 서로 시비 끝에 언쟁과 몸싸움마저 벌어지는 등 인간본성을 밑바닥까지 드러내 시청자들로부터 욕설과 항의를 받기도 했다. 반면 이 같은 갈등이 역대 최고시청률로 이어지면서 해당 방송사가 광고이익등을 포함해 막대한 순익을 보기도 했다.

▲ 지난 2004년부터 시작된 독일의 정글캠프는 유럽전역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중이다. 리얼리티 쇼임에도 외설과 도덕성시비가 끊이지 않을 정도로 국내 정글의 법칙과는 다른 양상을 띄고 있다.

TV프로 콘텐츠, ‘K-POP’ ‘드라마’만 있는 게 아니다

독일에는 일반인이 참가하는 TV오락프로그램이 많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RTL방송에서 인기를 모았던 1990년대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를 서바이벌 게임에 출연시켜 총상금 5천만원과 부상으로 고급 자동차와 해외여행상품을 제공하는 결혼프로젝트 ‘꿈의 결혼식’(Traum Hochzeit)이 있다.

또한 지난 1999년부터 시작된 퀴즈프로그램 ‘100만 유로 갑부는 누구?’(Wer wird millionaer?)는 물론 지난 1983년부터 공영방송 ZDF에서 시작된 ‘내기 할까?’(Wetten Dass)는 한국의 ‘스타킹’보다 30년 먼저 방영된 장수오락프로그램이다. 최근까지 방송사는 물론 출연진들에게 인기와 순익을 동시에 안겨주는 등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특히 이들 대부분은 일반인이 출연하는 ‘프로젝트 성 오락프로’라는 점에서 연예인만 나오는 국내 오락프로그램과 큰 차이가 난다. 하물며 한국은 ‘한류열풍’ 덕분에 이전보다 훨씬 창조적인 아이템과 제작환경을 갖고 있어도 제대로 활용 못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대표적인 예가 ‘커버곡과 댄스’ 분야다. 일반인들이 K-POP스타들의 안무와 노래를 따라하는 열풍이 지난 2005년부터 아시아를 덮었고, 2년 전부터 국내스타들을 쫓아 짝퉁 가수들이 중국은 물론 동남아시아 자국방송국에 출연하는 등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이를 소화시킬만한 상시적인 프로그램이 없어 한류열풍이 자칫 일본과 중국으로 넘어갈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

일례로 지난 1998년 네델란드에서 일반인들을 선발해 촬영세트가 완비된 집에 투숙시키고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빅 브러더스’라는 타이틀로 제작ㆍ방영한 프로덕션 ‘존 앤 드몰’이 벌어들인 수익은 수 억 달러에 달한다.

‘빅브러더스’라는 프로그램은 유럽 각국은 미국과 남미브라질에서 고가에 판권과 촬영세트 등을 구매하는 등 제작 및 저작권관련 수입이 상당한 수익을 창출해냈다. 하지만 이 프로는 제작초기부터 외설시비가 끊임없이 제기됐으며 TV등급판정에서도 ‘19금 성인용’으로 방영제한을 받는 등 건전하지 못한 오락물로 치부되어왔다.

장점이 많은 한류문화

반면 한국은 위 사례처럼 각국의 ‘외설시비’에서 상당히 멀리 떨어져있다. 그래서 아시아는 물론 중동국가들 사이에서도 아무런 제재 없이 한류문화를 해외에 확산시켜왔다. 케이팝 외에도 쇼프로와 드라마가 가족적이고 건전한 프로그램으로 제작됐기 때문이다.

독일에서 인기리에 방영 중인 ‘정글 캠프’도 리얼리티 쇼프로임에도 출연했던 유명인사들의 잦은 외설시비로 말썽을 일으켜왔다. 반면 한국의 ‘김병만의 정글의 법칙’은 방영 초 출연자들이 정글 속에서 먹을 것 하나 놓고 빚어진 갈등 때문에 시청자들로부터 빈축을 사기도 했지만 회를 거듭하면서 출연자들의 인간적이고 단합된 의지를 보여주면서 많은 호응을 받고 있다.

이 부분은 보수적인 이슬람과 유교성향이 강한 아시아 쇼프로시장에서 틈새시장으로 각광 받을 수 있는 장점이다. 캐나다 인기라디오 프로에 출연했던 슈퍼주니어 팬클럽 회장인 ‘chay’라는 친구는 기자와의 서신인터뷰에서 한류를 이렇게 설명했다.

“내가 태어난 고향은 튀니지다. 그곳은 미국과 유럽의 팝뮤직이 대단한 인기를 누려왔던 곳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외설과 욕설이 담긴 가사에 질린 현지 틴에이저들이 건강하고 화려한 안무가 장점인 K-POP으로 유행 포인트를 옮기기 시작했다. 이런 현상은 비단 튀니지만 국한되지 않고 이웃나라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아시아 전역에 확산된 상태다. 바로 K-POP과 한국드라마가 지닌 큰 장점이다”

한류문화를 단순히 국가홍보차원에서 접근키 보다 저작권을 포함, 다양한 콘텐츠로 재생산돼야하는 이유가 바로 전 캐나다 친구가 언급한 장점이 크기 때문이다. 국내 리얼리티 쇼프로 ‘정글의 법칙’과 독일의 ‘정글 캠프’, 이들 두 프로그램을 바라보며 한국이 가진 장점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봐야할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