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배우 임승대] ‘문화테러’ 일으킬 것… 브로드웨이서 우리문화 1인극 계획 중
[인터뷰 - 배우 임승대] ‘문화테러’ 일으킬 것… 브로드웨이서 우리문화 1인극 계획 중
  • 윤다함 기자
  • 승인 2012.05.17 10: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근거 있는 악역 맡아 악랄함의 끝판 보여주고 싶어…

 어딘가 부족한 배우 되는 게 꿈…배우 연기지도자로도 유명해 “나만 빼고 모두 잘 됐다”

     지난 4일 종영한 KBS ‘TV소설 - 복희 누나’에서 성실한 양조장 일꾼 ‘배달봉’을 맡아 빠지면 섭섭한 감초 연기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전해준 영화배우 임승대. 영화 ‘이끼’, ‘달빛 길어올리기’, ‘과속스캔들’, ‘공공의 적’을 비롯해 드라마 ‘포세이돈’, ‘싸인’, ‘아현동 마님’, ‘마왕’ 등 흥행성과 작품성을 겸비한 작품에는 늘 그가 있었다. 뛰어난 연기력과 서글서글한 인상을 지녀 ‘명품 조연’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 그는 이제 연기경력 20년을 넘긴 영화배우이다.

     중학교 3학년 때 우연히 들어간 청소년 연극단에서 힘겹게 얻은 대사 한 마디에 설명할 수 없는 가슴 속 뜨거움을 느꼈다. 1987년 전국청소년연극제에서 최우수연기상을 수상, 1988년 고등학교 3학년의 나이로 희곡작가협회로부터 연기상을 받고, 같은 해 ‘아가씨와 건달들’을 통해 정식 데뷔한다. 지금까지 100여 편의 작품에 출연하며 매번 새로운 역할과 연기를 선보여온 그는 지금도 신인에 불과하다며, 연기란 순수함과 변화만이 답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

 

 

-연극으로 연기를 시작하셨고, 주로 연극무대에서 활동해오셨습니다.
“요즘은 영화와 드라마에 주력하고 있어서 연극에 조금 소홀해진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연극에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열정이 있어요. 그날그날 커튼콜에서 박수를 받으며 제가 관객들과 얼마나 교감했는지 알 수 있죠. 제가 한만큼 관객들이 알아주고, 제가 한만큼 박수를 받을 수 있다는 게 너무나도 좋습니다. 평생 연극 무대에 오를 거예요. 죽더라도 무대 위에서!”(웃음)

-연기자들은 한번쯤은 연기관에 변화를 맞는다고들 하는데요. 연기생활에 터닝 포인트를 겪은 적이 있으신지요?
“임권택 감독님과의 작업 후 제가 많이 변했다는 걸 느꼈습니다. 뭐랄까… 연극과 뮤지컬을 많이 해서 그런지 이전까지는 연기가 조금은 형식적이고 계산적인 느낌이었다고나 할까요. 하지만 감독님께선 있는 그대로의 제 자신을 보이라고 하셨죠. 연기를 생활로 해야 된다는 걸 깨닫게 해주셨습니다. 그 이후 제 연기를 보시곤 많은 분들이 ‘실제 같다’, ‘친근감 있다’고 평해주시곤 합니다”

영화를 주로 하다 드라마로 전향했을 때 그는 드라마 계의 텃새에 마음고생이 있었다고 한다. 영화배우라고 하니 얼마나 잘하나 보자란 분위기였다. 영화의 카메라 동선이 여유 있는 반면, 드라마 촬영 시엔 조금만 움직여도 카메라에서 벗어나니 익숙지 않은 탓에 면박도 종종 당했다고. “초반엔 이런 어려움들이 많았죠. 애써 촬영했더니 그냥 통 편집 당한 적도 많았고… 조연에서 단역으로 전락하기도 하고요. 어머니께선 우울해하는 제게 재방송에선 나올 거라고 말씀해주시며 위로해주셨어요”(웃음)


-지금껏 수많은 감독님들과 함께 해 오셨어요.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감독님이 계신가요?
“영화 ‘달빛 길어올리기’를 함께 한 임권택 감독님이요. 캐스팅 후 제가 시나리오를 보고 싶다고 말씀드렸더니, 아직 못 들었냐며, 우린 그날그날 대사가 나온다고.(웃음) 정말 거짓말처럼 현장에서 바로바로 대사를 적어주셨어요. 그러다보니 어느 부분을 찍고 있는지도 잘 감이 안 오곤 했는데, 시사회 때 봤더니 제게 큰 역할을 주신 거더라고요. 더군다나 제 분량을 하나도 편집을 안 해주시고 그대로 내보내주셨습니다. 감독님께선 편집할 건 아예 찍지도 않는단 말씀을 하신 적이 있는데, 사실이었던 거죠. 정말 좋았어요”

그는 ‘명품 조연’이란 이름으로 주연 배우의 그림자에 가려져 있었다. 그도 한번쯤은 튀고 싶단 생각을 해보지 않은 건 아니라고 했다. 다만 그게 과연 합당한 것인지 의문이 들었단다. “배우란 혼자 튀는 게 아니죠. 적절히 다 어울리는 배합으로 가야 합니다. 오히려 저처럼 주변에 스며드는 역할이 더 힘든 것이더라고요”(웃음)

-꼭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으신가요?
“제 내면의 악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웃음) 악역이 의외로 매력 있고 재밌습니다. 근거 있는 악역을 맡고 싶어요. 아주 악랄하고 얄밉지만 엔딩에선 관객들이 공감하며 눈물 흘려줄 수 있는 그런 악역이요. 마치 검은 천 뒤에 숨겨져 있는 굉장히 작지만 밝고 따스한 빛 같은… 환경자체가 그렇게 악하게 만들어버린 거죠. 성장과정이라든지 배경 등 근거가 뒷받침 돼주면 관객들의 증오(?)뿐만 아니라 공감도 함께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올드보이’의 유지태 씨도 그런 역할이었죠”

-연기 지도자로도 유명하세요. 배우 김정은, 최강희, 정우성, 정준, 이정현, 김소연, 이정재, 가수 세븐, 탑에 이르기까지 유명 연기자들은 모두 임승대 씨를 거쳐 갔습니다.
“1995년부터 시작했으니 벌써 20년이 다 되가네요. 주변에서도 ‘임승대 사단’이 생길 정도라고들 해주시니까요. 열심히 가르치니 결과가 좋았던 것 같습니다. 또 대부분 어릴 때부터 제게 배우기도 했고요. 얼마 전, 우연히 만난 한 여배우가 저를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아는 척을 하더군요. 초등학교 5학년 때 제게 연기를 배웠다고 하면서요. 시간이 지나 이렇게 현장에서 만나게 되니 기분이 참 좋았습니다”

그는 현재 '나비아카데미'의 수석강사로, 어린 아이들부터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청소년들까지 폭 넓은 연기지도를 하고 있다. 그는 연극영화과나 연기학과 입시 준비생들에게는 족집게 선생님으로도 유명하다. 주입식 교육을 벗어나 개인이 지닌 개성과 느낌을 살려 맞춤형 연기지도를 해오며, 올해 대학입시에서도 학생 전원을 합격시킨 바 있다. 또한 아역배우를 꿈꾸는 유치원생부터 초등생 아이들에게는 연기지도뿐만 아니라 인성교육도 강조함으로써 더 멀리, 더 깊게 생각하는 진심 어린 선생님이기도 하다.

-주로 어린 아이들 연기지도를 하고 계시는데, 어려운 점은 없으신지요?
“바로바로 결과물을 보고 싶어 하는 부모님들이 대다수입니다. 하지만 전 아이들과 시간을 갖고 영혼을 교류하며, 막연한 연기지도가 아닌 인성까지도 함께 가르치고 싶어요. 그걸 참고 지켜봐주신 부모님들은 훗날 아이가 잘 된 경우를 보고 감사해합니다. 부모의 고정관념을 깨는 게 힘들었어요. 수업시간을 찍어서 보여드린 적이 있는데, 보고 놀라시더라고요. 집에선 저렇게 안하는데, 수업에선 어쩜 저리 잘하냐며… 전 집에서의 수업이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엄마들의 역할에 대해 강조 드리곤 해요. 아이들의 생각과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요”

-연기를 배우는 아이의 부모님께 도움의 말씀 한 마디 해주세요.
“연기란 액션과 리액션이 함께 합쳐진 것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액션만 할 줄 알아요. 모두 주입식 교육에서 비롯된 거죠. 아이들이 그걸 깨고 나와 진정한 개성을 뽑아내게끔 하려면 결과물이 늦을 수밖엔 없습니다. 하지만 뒤돌아 봤을 때 아이들이 엄청 성장해있죠. 모든 부분은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해요. 아이의 생각이나 능력은 신경 쓰지 않고, 동기부여마저 결여돼 있는 아이에게 다그치기만 한다면 결국 카메라 앞에서 느끼는 공포감과 눈치만 늘어갈 뿐이죠. 혼란에 빠져 기가 죽고 꿈을 꾸지 않기 시작한다는 겁니다. 단점보다는 장점을 많이 말해주고, 아이를 다독이며 이끌어줘야 해요”

그는 얼마 전 10주년 결혼기념일을 맞이해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꼭 신혼여행을 다시 온 느낌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부부 사이를 넘어선 그 이상의 신뢰를 서로 지니고 있어요. 몇 번의 위기가 찾아왔을 때도 제 옆을 지켜준 아내에게 너무도 고마워요” 11살 큰아들은 벌써 사춘기를 맞았다며 함께 여행을 다니며 부모와 자식 간의 틈을 채워나가려 한다고. “우리 아이들을 교육하면서 저도 배웁니다. 어른들이 생각지도 못한 것들을 아이들이 품고 있곤 해요”

-어떤 배우가 되고 싶으세요?
“뭔가 부족한 배우? 그래서 그걸 메꾸려고 노력하는 과정이 귀여운 배우가 되고 싶네요. 항상 뭔가 빈틈이 있어야 보듬어주고 싶고, 칠이 벗겨져 있어야 칠해주고 싶은 거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전 늘 뭔가가 부족한 배우입니다”

연기란 순수해야만 하는 것이라고 그는 재차 강조했다. 관객들과 처음 마주했을 때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한다면 관객은 결국 끝까지 연기자를 믿어주지 않는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순수해야 해요. 순수해야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습니다. 순수한 마음으로 연기를 해야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죠”

-다음 작품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당분간은 스크린을 통해 관객들을 뵐 것 같습니다. 영화배우 박중훈 선배가 집필하고 연출하는 작품이 있어요. 진행되는 대로 거기에 투입될 것 같고요. 개그만 서승만 형님께서 영화 각본부터 연출까지 맡은 코미디 영화에도 참여하게 될 것 같습니다. 서승만 형님이 꾸준히 영화작업을 해오셨어요. 형님이 연출한 스릴러물 ‘지나버린 시간’에서는 제가 첫 주연을 맡기도 했죠”

-앞으로의 꿈은 무엇인가요?
“미국 브로드웨이에 가서 자막 없이 순수 우리말로 1인극을 하고 싶습니다. 멀지 않았다고 봐요. 5년 안에 하게 될 거라고 믿고 있어요. 그 전까지 열심히 제작비를 벌어놔야 겠죠.(웃음) 한국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잔잔하면서 마음 속 깊숙하게 파고드는 ‘한’(恨)에 대한 이야기말예요. 우린 한을 즐길 줄 알고 그걸 풀어나갈 줄도 안다는 걸 보여주고 싶습니다. 또 우리 모든 게 문화이고, 문화 안에 살고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고요. 우리문화 전도사가 될 겁니다”

임승대

△서울예대 연극과 졸업

△연극·뮤지컬
양반전, 효행별, 쾌지나칭칭, 아가씨와 건달들, 햄릿, 아라아라, 피노키오, 곡마단이야기, 탬패스트, 웨스트사이드스토리, 해상왕장보고, 장보고의꿈, 이집트의 왕자조셉, 팔만대장경, 박수칠때 떠나라, 웰컴투 동막골, 택시드리벌 외 다수

△영화
킬러들의 수다, 박수칠 때 떠나라, 공공의 적, 공공의 적2, 투 가이즈, 아는 여자, 화성으로 간 사나이, 묻지마 패밀리, 일단 뛰어, 킬러들의 수다, 아랑, 거룩한 계보, 연애 그 참을수 없는 가벼움, 과속 스켄들, 킹콩을 들다, 이끼, 달빛 길어올리기

△드라마
마왕(KBS), 아현동마님(MBC), 스포트라이트(MBC), 파트너(KBS), 아버지! 당신의 자리(SBS), 맨땅에 헤딩(MBC), 산부인과(SBS), 국가가부른다(KBS), 커피하우스(SBS)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