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터수첩 속의 추억의 전시] 큐레이터 토크 6 - 현실과 환타지의 경계시리즈
[큐레이터수첩 속의 추억의 전시] 큐레이터 토크 6 - 현실과 환타지의 경계시리즈
  • 이은주 큐레이터(아트스페이스 갤러리 정미소)
  • 승인 2012.05.17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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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날 미술작품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전국의 수 많은 미술관과 전시장에서 이뤄지는 전시들을 물리적으로 다 감상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에 본지 <서울문화투데이>는 기획 연재를 통해 전시회의 최일선에서 담당하고 있는 큐레이터들의 전시기획 의도와 작가 및 작품에 대한추천글을 '큐레이터 수첩속에 기록돼 있는 추억의 전시' 코너를 운영하고자 합니다.

코너는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들이 자신들이 앞으로 기획할 전시나 또는 지나간 전시라도 작품성이 높은 작품들을 다시 한 번 리뷰하는 형태로 진행됩니다. 그 첫번째로 대안 전시 공간인 아트스페이스 갤러리 정미소의 이은주 큐레이터가 맡아서 연재할 계획입니다. 큐레이터님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독자 여러분의 깊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이번에 소개할 전시는 2008년 12월 8일부터 2009년 2월 27일 까지 강남구청 주최로 열렸던 <현실과 환타지의 경계시리즈>라는 제목으로 열렸던 기획 그룹전이었으며, 무엇보다 컴퓨터의 기술적인 발전으로 인해 야기되는 현실과 가상에 대한 쟁점을 담아내는 전시였다. 컴퓨터 매체를 통해 구현되는 인터넷 공간을 통해 새롭게 제시되는 사회적 이슈와 더불어 이미 우리의 일상적인 삶에 깊숙이 스며든 상황들을 짚어보고 컴퓨터의 기술적 발전과 맞물려 제기되는 사회와 개인의 문제들을 단지 도구적인 측면으로 바라보기 보다는 인터넷을 통한 새로운 공간의 출현을 사회, 문화의 전반적인 영향력에 대한 이해를 기술 하였다.

  특히나, 우리는 네트워크로 연결된 디지털 세계가 컴퓨터의 인터페이스에 연결되어지는 것을 당연시 여기고 있으며, 이로 인해 우리는 컴퓨터의 키보드와 마우스가 있는 모니터 앞에 앉아서 생활하는 것에 익숙해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인간의 사고방식의 많은 전환을 가져왔으며, 우리의 광범위한 역사적 삶들을 어떠한 방식으로 기록하고 내다보아야 하는지에 관한 제시점도 포괄하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컴퓨터 기술로 야기된 이러한 사회적 현상은 단연 예술의 영역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정적인 화면의 작품을 수용했던 예술가와 관객들은 오늘날, 움직이거나 언제 어디서나 접속할 수 있는 동영상 인터넷 기반의 예술작품을 수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상스크린 작업은 회화작업과 동일하게 벽면에 걸리게 되지만, 그 조형적 형상은 관객의 참여도에 따라 바뀌기도 하며, 참여자는 마치 다른 공간에 있는 듯 한 체험 등을 제공받기에 이는 미술의 영역에 흥미로운 시사점을 제시하기도 한다.

  전시는 오늘날 다양한 분야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가상과 현실에 관한 맥락을 중심으로 “현실보다 더 나은 현실”, “현실을 기반으로 구성된 환상”, “현실외 공간에서의 사유”등의 세 가지 카테고리를 구분하였으며, 김강용, 황용진, 노경희, 딜립샤르마, 강애란, 박은선, 사쿠라다 무네히사, 이서미, 김아영, 김산영, 전영근, 쿠사마 야요이, 석철주, 차명희, 이우환, 김혜련 등 총 16명 작가의 작품이 소개되었다. 

현실보다 더 나은 현실

  오늘날, 디지털 매체가 사회 전반적으로 이슈가 되는 것은 무엇보다 가상적 인 것을 마치 현실과 동일한 것으로 재현해 내는 시각체계 때문이다. 이미 수 많은 대중들은 온라인게임과 시뮬레이션 및 각종 인터페이스 기계장치를 통해 현실공간에 존재하지 않는 공간과 시각성을 부여받게 되었다. 르네상스 시대의 예술가들이 그림을 그리는 이유 중에 하나는 자신이 경험한 현실적인 이야기들과 시각 세계를 화면에 그대로 옮겨 놓으려는 욕망에서 비롯되었다. 그러한 재현욕구를 실현시키기 위해 그들은 좀 더 사실감있는 리얼리티를 추구할 수 있는 하나의 원리로 원근법을 사용하기도 하였다. 이처럼 예술의 영역에서 현실에 대한 논의는 끊임없이 활용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겠다.

  현실에 대한 문제를 구체적인 대상물을 통해 지속적으로 연구해온 작가 김강용의 초기 작품에서 보여 지는 벽돌은 2차원의 평면에 마치 실제의 대상물을 옮겨 부착해 놓은 듯 한 환영을 불러일으키는 작업이었다. 그렇기에 80년대 초, 한국화단에서는 극사실주의 작가로 분류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작업은 산업화의 뿌리에서 일구어낸, 단지 시대상을 반영했던 벽돌, 시멘트라는 소재와 재료면 보다 미술사적 의미에서의 환영 시각체계에 대한 조형적 해석의 틀을 제공해 준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실제보다 더 실제처럼 보이게 하기 위한 현실에 존재하는 물리적인 대상이외에 시각적 환영성에 대한 연구가 현재까지 그의 작업을 진행시켰던 주요원인이라 하겠다.

  그로인해 김강용의 화면에 등장하는 오브제들은 실제 삶속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벽돌보다 더욱 현실감 있는 시각성을 획득하게 한다. 과거 지향적이며 인간의 본질적이고 근원적인 문제를 화면에 옮겼던 작가 황용진의 새로운 조형 언어가 생겼다면 단연 추상에서 구체적인 사물을 표현하는 작업으로의 전이양상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화면에 구체적으로 표현되는 책을 비롯한 다양한 대상물은 모두 작가를 대변할 수 있는 사물들이다. 이러한 구체적인 사물들을 배경으로 삼고 있는 하늘은 어쩌면 작가가 선정한 또 다른 현실로 들어가는 출구이다. 왜냐하면 현실의 자아를 담아내기 위해 선택한 실질적인 물건들은 그가 염두하고 있는 시, 공간의 초월 상태에 여전히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작가의 화면에 등장하는 하늘이라는 풍경은 자연과 인간의 근원적인 물음을 되물었던 자신의 과거와 실질적인 오브제를 통해 드러내는 자아의 표현에 힘쓰는 현재를 연결시키는 하나의 가교역할을 담당한다. 이렇듯 황용진은 과거의 반추를 통해 현재를 더욱 현실감 있게 재현해 내는 작가라 할 수 있다.
  작가 노경희의 작품은 마치 실제로 촬영한 듯 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회화작업이다. 그가 자신의 캔버스 안에서 사용하는 소재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자연의 풍경과 이야기들이다. 그렇기에 이 작가는 자신이 경험했던 사적인 감정들을 화면에 그대로 재현하여, 관객들에게도 고요하고 평화로운 상태의 몰입을 제공한다.             

▲김산영-20070304_acrylic on canvas_97x873cm_20072

현실기반으로 구성된 환상

  예술가들이 작품을 제작해 내는 창의력에 기반이 되는 것은 그들이 경험하고 있는 시대상과 더불어 자신의 흥미로운 상상력을 어떻게 조화시켜 작품을 완성시키는가에 대한 사고이다. “현실기반으로 구성된 환상” 섹션에서는 현실에서 있을 법한 상황과 조합들을 예술가의 창의력이 상상력과 만날 때 어떠한 방식으로 작품의 결과물이 생성되는가에 대한 부분을 조명해 볼 수 있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작가들은 현실 경험속의 가지각색 시나리오를 자신의 독창적인 해법으로 풀어내게 되는데, 이러한 작품을 관람하는 관객은 잠시 동안 작가가 선정하고 제시하는 믿을 만한 환타지에 빠져볼 수 있게 된다.

  최근 한국에서 가장 많이 소개되었던 인도 작가, 딜립샤르마(Dlieep Sharma)의 작업은 무엇보다 작가가 경험한 서구의 현대문화의 단상을 다소 사적인 상상과 연결하여 시각화 시켰다는데 의의가 있다. 그의 현재 작업의 시나리오는 작가가 인도 밖을 벗어나 새로운 문화를 습득하게 되면서부터 그려내는 광경들이다. 서구의 패션문화와 대중적이며 키치적인 요소들은 작가 자신이 내재하고 있는 표현의 욕망을 자극했으며, 그로인해 작가는 인도에서 금기시 되었던 서구에서 받은 다양한 문화적 충격에서 얻어낸 오브제들을 자신의 화면 안으로 끌어 들이기 시작한다. 비키니 혹은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성, 그리고 그것을 응시하는 남성들, 헐리우드의 유명배우 등의 등장이 바로 그것들이다. 이렇듯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과 그를 예술로 승화시키는 작가의 환상은 딜립 샤르마의 작품을 이해하는 중요한 관점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온라인 공간을 통해 가상의 자아를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 가상의 이름(ID)와 주소(Webpage)등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는 현실세계의 자아와는 또 다른 아바타를 생성해 낸다. 바로 이서미가 탄생시킨 “새서미(Bird+Seomi)”라는 캐릭터는 디지털기술의 맥락에서 제작되지는 않았지만 그의 화면 속에 등장하는 새 모양의 얼굴을 하고 있는 인간형상은 곧 작가의 분신과 같은 가상의 인물이다. 주로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적인 이야기들을 담아가는 그의 작업은 현실이 반영된 상상의 이야기들도 포함되어 있다. 현실공간에서 이서미가 겪었던 뉴스들과 작가의 상상력으로 구성되는 작품 안에서의 새서미 이야기들의 조합을 통한 작품 결과물들은 곧 이서미가 관객에게 말을 거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작가 전영근의 작업은 너무 일상적이고 소소해서 그냥 지나쳐 버릴 수 있는 소재들을 흥미로운 화면 구성력을 통해 시선을 이끌어 내는 작가이다. 주전자, 책, 볼펜, 화분, 휴지 등의 정물은 자신의 자취방에서 획득된 재료들이며 작가는 어느 날 문득 사물을 하나씩 하나씩 쌓아 올리기 시작한다. 초기 작품에서 개별 사물들을 시작으로 정물작업을 시작한 전영근의 화면이 현재 흥미로운 구성력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무엇보다 사물의 쌓이는 그럴법한 현실속의 규칙과 더불어 불안하고 쓰러질 것 같은 아슬아슬함이 화면 속에 동시에 베어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나의 벽면에 다중 공간을 탄생시키는 박은선의 작업은 실질적인 현실 공간에 다양한 컨셉을 이용하여, 가상이지만 마치 실제와 같은 공간을 연출한다. 그가 제안하는 가상의 공간이 좀 더 의미가 있는 이유는 예술가 들이 기존에 많이 시도했던 캔버스 속의 일루젼 현상을 캔버스 밖으로 끄집어내었다는 부분이다. 또한 이렇게 창조되어 새롭게 완성된 작가의 또 다른 공간은 단지 가상의 공간 그 이상의 지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이처럼 박은선이 환영적인 공간을 마치 실제의 공간의 경험을 제공한다면 김산영은 현실이 아닌 자신이 매일 꾸는 꿈 이야기를 소재로 하여 자신의 화면을 구성하는 작가이다. 항상 현실에 있을법한 일들, 하지만 현실과는 또 다른 경험으로 펼쳐지는 꿈의 세계, 그리고 자신이 경험한 일이지만 잠에서 깨어나 보면 남의 경험이 되는 듯 한 경험 등, 이 모든 부분은 현실을 살아가는 김산영에게 더 이상 의식 속에서 행해지는 행위만이 현실을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무의식의 세계에서 경험했던 다양한 꿈의 경험이 현실의 이야기로 시각화 될 때 벌어지는 광경, 즉 작가의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선상에서 재구성되는 그의 작업은 현실과 상상의 공간에 대한 삶의 의미를 다시한번 생각하게끔 한다.

  한국에서도 여러 번 소개되었던 또 다른 환상의 공간을 연출해 내는 일본 작가 사쿠라다 무네히사(Sakurada Munehisa)의 화면은 작가의 화려한 경력에서 비롯된 연출 감각이 돋보인다. 일본의 유명한 패션모델과 아이돌 가수라는 타이틀을 지니면서 사진작가로 전향한 그의 업적은 자신의 내면에서 표출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화려한 색감으로 표출한다. 그의 화면에 등장하는 중성적인 인간형은 마치 인간에게 주어진 남성과 여성이라는 현실적인 논리들에 대해 또 다른 의미를 시사한다. 더 나아가 남성인지 여성인지 구분할 수 없는 중성적인 등장인물들은 화려하고 환상적이게 꾸며져 있는 인공낙원의 공간을 찬사하고 있는 듯 한 인상을 심어준다.

  그야말로 실제로 목격되는 사건들을 소재로 사진작업을 진행시키는 김아영은 현재 서울과 런던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는 작가이다. 미디어 시대에 넘치는 정보와 기사거리들은 모두 그의 관심대상이 되며, 더 나아가 미디어의 특정 텍스트와 이미지는 사진의 결과물을 완성시키는 기본 스케치물이다. 실제로 현실에서 일어난 사건을 다시 자신의 의도와 컨셉으로 이미지를 모은 이후, 김아영은 또 다른 사건현장 무대를 제작한다. 현실기반으로 제작되는 그의 무대엔 작가의 의도적인 상상을 통한 다양한 오브제들이 개입된다.

  90년대 이후 개인용 컴퓨터가 상용화되면서 디지털과 사이버시대라는 화두가 언급되기 시작하였던 시기에 디지털화에 대한 문화적인 맥락을 예술의 영역에서 작품으로 이끌어 내는 것을 일찍이 시도한 강애란의 작품에서는 인쇄와 전자책과의 관계를 다시금 환기시키게 한다. 매체기술의 발전으로 저작물의 이용수단이 다양해지기 이전 기술복제시대에서의 배포에 관한 문제는 모두 복제권으로 해결이 가능했다. 하지만 디지털 네트워크 시대의 책에 대한 저작권 문제는 기존의 저작권법을 전면 개정하거나, 새로운 법률을 신설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이렇듯 작가는 아날로그 시대에서는 부각될 수 없었던 다양한 디지털 시대의 현상으로 인한 문제점들을 시사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가상과 현실공간의 간극 메우기 작업을 진행시킨다고 볼 수 있다.

  동일한 모양을 반복적으로 사용하여 화면을 메우는 작가 야요이 쿠사마(Yayoi Kusama)는 이미 한국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전시로 소개된 바 있다. 100여회가 넘는 개인전을 이미 치룬 이 작가는 지속적으로 쿠사마식의 화려하고, 다채로운 작품들을 제작해 왔다. 수 많은 그의 작업들 중 이번 전시에서 소개되는 작업은 그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소재들에서 발상되어 환영적인 공간경험 형태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가령, 식탁의자에 앉아서 일상적으로 보는 빨간 꽃들이 있는 식탁보와 방안에 가득 찬 꽃들을 보는 그의 시각은 어느새 방안의 꽃들이 자신과 온 우주를 감싸는 것 같은 상상으로 돌변하게 된다.          
 
현실외 공간에서의 사유
앞에서 살펴 보았 듯이 예술가들은 시대를 반영하는 현실적인 경험들과 그들의 상상력의 조화를 통해 작품을 제작한다. 예술가들의 현실감각을 통한 상상결과물을 예술작품이라고 가정할 때, 물론 사실과 추상이라는 이분법적인 구분은 어쩌면 어리석을지 모른다. 하지만 사실주의적이든, 지극히 추상적인 작품이든 이 모두는 작가 자신이 다양한 생각과 사유를 현실세계에 표출해 내는 방법일 것이다. 따라서 “현실 외 공간에서의 사유”에서는 다소 현실적인 대상물이 그대로 화면에 담겨있지 않거나 다소 화면을 구성하고 이해하는데 일상적이지 않은 소통의 방식으로 제시될 수 있을 수 있다.   

  파랗고 핑크빛의 거대한 산들의 조합으로 몽환적인 느낌을 전달해 주는 석철주의 작업은 1447년 안견이 작업한 몽유도원도의 현대판이라 할 수 있다. 몽유도원도는 현실과 도원세계을 화폭에 조화롭게 담으려고 했었으며, 후에 산수화의 발전에 큰 영향을 주었던 것처럼 동양화를 전공한 석철주에게 몽유도원도라는 개념은 단시 과거지향적인 기법자체로 머물러 있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는 “생활일기”라는 작업시리즈로 자신만의 새로운 조형적 언어를 가지고 <신몽유도원도>를 탄생시켰기 때문이다.

  매해 다양한 소재와 방법을 통해 자신의 작업세계를 거침없이 연출하는 김혜련의 이번 출품작은 사과시리즈의 부분이다. 하지만 그의 사과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구체적인 대상물의 사과가 아니다. 작품화면 속에 멀뚝히 있는 사과는 생명력 있는 정물의 결정적인 시간경과를 포착하여 사과라는 과일의 본질적인 생김새를 표현하려고 했다. 실제로 자신이 선택한 소재에 대한 치밀한 관찰이후, 그는 자신의 관점에서의 진정한 사물의 본질을 드러내기 위해 사과의 씨가 보이는 단면도에 집중하고 더 나아가 여러 번의 붓 터치로 자신 고유의 사유를 더욱 확고히 표현하려한다.

  최근 “바라보다(Gaze)”와 “Sound(소리)” 시리즈를 제작하는 차명희의 작품에서는 붓터치를 통한 리듬감이 연출된다. 마지 음악의 선율에 손을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예술가의 모습을 금방이라도 상상하게 하는 그의 화면은 간명하지만 깊이감 있는 시선을 제공한다. 또한 그리고 지우는 것을 여러 번의 반복을 통해 하나의 견고한 화면은 절제되어 있으면서도 운동감 있는 멜로디를 전달해 주기에 관객은 시각적인 즐거움을 넘어서 흥(興)에 겨울 수 있는 감각을 제공받을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차명희의 작품은 단번에 이해할 수 있는 구체적인 현실오브제가 등장하지 않기에 시각이미지와는 또 다른 감상법을 착안해 내는데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은주(李垠周) Lee EunJoo

 홍익대학교 대학원 예술학과를 졸업했으며 판화와 사진 전문 아트페어인아트에디션 팀장을 역임했다. 현실과 환타지의 경계시리즈(2008), 다양한 매체 속에서 탄생된 예술작품의 시나리오(2008), 비주얼인터섹션-네덜란드사진전(2009), Remediation in Digital Image展(2010), 미디어극장전-Welcome to media space(2011), 사건의 재구성전(2011), 기억의방_추억의 군 사진전(2011) 외 다수의 기획전 및 개인전을 기획했다. 전시와 출판 관련 일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으며, 현재 아트스페이스 갤러리정미소 큐레이터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