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경의 여행칼럼] 힐링의 땅 나가노(長野)에서 한국의 흔적을 만나다 (최종)
[이수경의 여행칼럼] 힐링의 땅 나가노(長野)에서 한국의 흔적을 만나다 (최종)
  • 이수경 도쿄가쿠게이대학교 교수
  • 승인 2012.05.31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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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고의 원시림과 유황냄새, 온천수 분출하는 협곡사이로 흐르는 눈 녹은 에메랄드빛 아즈사강과 신비의 호수, 백제 불교의 명사찰 젠코지(善光寺), 그리고 마츠시로(松代)

우리는 비행기 시간을 의식하며 오후 2시에 현지를 뒤로 한 채, 막히는 주말의 고속도로를 다섯시간 거의 쉬지도 않고 달렸다. 우리는 하네다 국제선에서 재회를 기약하며 이별을 하였지만 짧은 여정 동안에 1000킬로미터를 달리며 나가노현에 있는 한국의 흔적을 확인하였고, 서로 뿌듯한 충만감으로 다음 만남을 위해 건투를 빌었다.

▲필자 이수경 도쿄가쿠게이대학교 교수가 연구실에서 자료를 검색하고 있다.

필자가 귀가를 했을 땐 밤 10시가 넘었고, 다음 날 아침 수업에는 교원자격 필수 수업인 200명의 인권 교육 수업이었는데, 나가노의 현지에서 확인한 시민 의식과 전쟁이란 최대 폭력의 초라한 결말, 교사란 자기가 맡은 학생들을 이끌고 올바르게 가도록 신념을 가지고 책임을 져야 한다는 역설로 수업을 시작하였다.

내가 본 것을 전하고 그들이 앞으로 해야 할 미래의 책임에 대해 토로를 하였을 때, 적어도 그 수업의 200여명의 학생들의 눈동자는 모두가 나만을 응시하였고, 허튼 행동이나 잡담으로 분위기를 흐트리는 학생은 없었다.

당연히 우리 학생들의 의식 수준이 높고, 자신들이 학교때 매력을 느꼈던 선생님들처럼 재미있고 친근감 있게 공부를 가르치는 교사들이 되고 싶다고 희망하여 수강한 학생들이 대부분이기에 모두 필자의 취지나 의도를 이해하려하는 것 같았다. 무엇보다도 교과서만을 외운 이론이 아니라 그 이론을 뒷바침하는 현장답사와 편견을 갖지 않고 내 눈으로 내 발로 확인한 상황이나 현장의 장단점을 전하는 것이 설득력과 진지함으로 전달된 것도 있을 것이다.

왜냐면 인권 문제나 전쟁 관계는 리얼리티, 그 사실감을 전달하고 문제의 소재 및 해결 방안에 대한 모색이 중요하기에 확인 작업과 기록 내용을 그대로 진솔하게 전달하는 것이 필수 불가결하다.

오랜만에 주말을 보람있게 다니고 와서 기분 좋게 수업을 끝내고 나니 필자 자신도 배우고 노력해야 한다는 겸허한 자세로 새삼 나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혹시라도 이 기사를 읽는 독자들이 기회가 있어서 일본을 방문한다면 가급적 스케쥴을 만들어서 필자가 다녀온 곳을 한번 나름대로의 시선으로 봐 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그곳에는 우리 조상의 흔적도, 우리를 평안히 만드는 대자연도, 그리고 우리를 든든하게 만드는 인적 만남도 준비되어 있을 것이다. 과거의 흔적은 미래를 위해 기억하고, 현재는 미래를 향한 기반 만들기로 노력하며 진취적으로 다가서려는 한일 시민관계가 구축된다면 미래는 희망적일거라는 생각을 해 본다.

결코 단편적인 부분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는 미숙한 극단적 발상은 버리고, 다양하게 볼 수 있는 여유도 찾을 수 있다면 하는 바램도 가져본다.

끝으로 필자를 항상 격려해주고, 예리하고 현명한 의견으로 좋은 어드바이저가 되어주며 여정의 많은 부담 조차 가벼이 짊어졌던 이지원 교수에게 진심으로 생일 축하의 마음을 보낸다.

(참고; 이 기사내용을 포함한 근현대 한일간 교류 내용은 다음 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수경편저 [한일교류의기억] 한국학술정보사출판, 201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