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돼지 작가' 한상윤] 동양철학 담긴 ‘한국적 팝아트’ 정립할 것
[인터뷰 -'돼지 작가' 한상윤] 동양철학 담긴 ‘한국적 팝아트’ 정립할 것
  • 윤다함 기자
  • 승인 2012.06.14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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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학재단 설립·문화부장관 꿈꿔… 미술인 장관으로서 미술계 돌보고 싶어…

대만에서 개최되고 있는 소장품 전시에서 바로 며칠 전에야 한국에 돌아왔다는 팝 아티스트 한상윤(28)을 만났다. 새빨간 머리만큼이나 뜨거운 열정을 지닌 그는 미술계 아이돌(?)이라 불리며, 어딜 가나 주목받는 외모와 함께 ‘돼지 작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미술계 불황이라는 요즘에도 전시만 했다하면 불티나게 팔리는 작품들 때문에 작업량을 늘려야 하나 고민이라며 웃는 그를 미워할 수 없었다.

지난 5월, 인사동 갤러리 록에서 초대전을 마치기가 무섭게 내달 6일까지 하나은행 평창동 지점 내 하나사랑 갤러리에서 초대전 형태로 전시가 열린다. 일본에서 귀국 후에 갖는 열 번째 개인전이자 올해 세 번째 갖는 개인전이다.

▲<여름이 왔다> 장지에분채 117X80.5cm 2012

-요사이 활발한 전시활동 중이다. 대만에서도 전시가 열린다고 하니, 이제는 세계적인 작가로 나아가는 것인가?
한국시장에만 주력할 생각이다. 아직 국내에도 날 다 알리지 못 했는데, 세계로 나가는 건 말이 안 된다. 국내에서 확실히 각인시키고 세계로 나가겠다. 지금껏 3년 동안 앞만 보고 질주해왔는데, 요즘에서야 그 결과물이 비로소 주목을 받으며, 조금씩 빛을 보는 것 같아 행복하고 뿌듯하다. 달리기 시작 전, 하얀 출발선 위에 발을 올려놓은 것 같다. 이제야 본격적인 시작인 듯하다.
심지어 요즘에는 전시 때 그림이 좀 팔리지 않았으면 할 정도이다. 전시할 때마다 작품이 모두 남아나질 않고 판매가 되니, 작업량이 내년 치까지 밀려있다. 남들은 행복한 비명이라고 하겠지만, 작가로서는 계속 새로운 걸  보여줘야 하니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다.

그의 작품은 전통 채색기법인 분채기법을 통해 탄생되며, 이는 본디 오랜 작업 시간을 요한다고 한다. 작품을 건조시키는 데만 사나흘이 기본이다. 작품에 임하는 시간만큼은 자신의 수양이라고 생각한다고.

-화려한 색감과 귀여운 캐릭터 그리고 명품 문양까지 다채로운 요소가 많이 들어있다. 이런 이미지들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가?
물질적 욕망을 향해 거리낄 게 없는 20-30대를 풍자하고 싶었다. 초기에는 슈퍼맨, 배트맨 등 미국 영웅들을 대상으로 했다. 영웅들조차 굳이 할 필요가 없는 명품을 두른 모습을 통해 현대인의 모습을 말하고 싶었던 거다. 하지만 미국 영웅만화캐릭터는 내 고유의 것이 아니란 것에 한계를 느꼈다. 당시 서유기에서 인간과 가장 비슷한 저팔계에서 영감을 얻었다. 그래서 돼지 슈퍼맨이 탄생됐고, 명품문양, 외제차, 골프 등을 통해 표현하고 있다.

-팝아트를 정의하자면?
팝아트란 그 나라의 근현대를 표현하는 것으로 민중미술이다. 하지만 요즘 우리 젊은 작가들은 시대상은 전혀 없고, 단순히 예쁘게만 묘사하고 있는 듯하다. ‘야매’ 팝아트라고 할까… 한국적 사상을 지니고 있는 작가는 얼마 없다. 앞으로 그 문제를 타개하는 것이 한국 팝 아티스트의 과제이다. 얼마 전, 마리킴이 ‘Famous Show’展에서 선보인 ‘신사임당’과 ‘유관순’이 정말 좋았다. 자신의 캐릭터로 잘 소화했더라. 또 낸시랭도 자신의 고양이 인형을 어깨에 얹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을 작품으로 보였다. 내면의 조롱이 느껴지지 않나. 그게 바로 철학이다. 팝아트는 남들이 공감할 수 있어야 하며, 어려워서는 안 된다. 또한 당대의 시대상을 담고 있어야 한다.

2년째 그의 ‘달마도 시리즈’는 중국과 홍콩에서 반응이 좋다. 한 시대의 성인인 달마대사가 카리스마 있는 얼굴로 루이비통을 입고 있는 모습에 호응을 얻은 것. 보다 더 동양적 내음이 가득한 달마도 시리즈를 조만간 국내에서도 선보일 생각이다.

-만화 석사전공 뒤 왜 뜬금없이 동양화 전공을 하게 됐는가?
6년 일본 유학생활을 접고 귀국해 무작정 동국대 동양화과 교수님을 찾아뵀다. 노란 머리에 찢어진 청바지에… 교수님께서 날 보고 놀라셨다. 그리고 박사과정 모집 면접을 보러 간 날, 다섯 분의 심사위원들께서 날 보더니 동시에 입을 떡 벌리고 하는 말씀이 왜 여기 왔냐고 하시더라. 내 작품을 보시곤 다들 서양화과 가라고 하시더라. 내 작품이 팝아트이긴 하지만, 지금의 재료도, 앞으로의 작업과 철학도 모두 동양 쪽이라고 했고, 다섯 분 중 유일하게 내 편을 들어주신 지금의 지도교수님 덕분에 학교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의 통통 튀는 외모 덕에 그를 ‘날라리’라고 착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음주가무에 약하고, 클럽도 싫어한다고. 전시와 강의준비, 작품 활동에 시간을 쫓겨 놀 시간조차 없어도 정기적인 봉사활동은 빼먹지 않는다. 세상은 서로 베풀며 살아야하는 거라며, 자신부터 좀 더 따뜻해지고 싶단다.

-최연소 대학 강사란 타이틀도 인상적이다.
학교에서 원래 30대 이하에게는 강의를 안 내주는데, 지도교수님께서 날 잘 봐주셨다. 한 타임 들어가고 있다. ‘미술과 현장’이란 현실과 연계되는 멘토 프로그램 형식의 수업이다. 이제 두 학기 째 해오고 있다. 이번 수업은 수강신청 10분 만에 꽉 차버리기도 했다. 학생들에게 그림 그리는 법을 가르치기 보단 진솔한 얘기들을 많이 해주려고 한다. 20대 초반의 어린 학생들만이 뿜어내는 젊은 열기와 그때만 할 수 있는 예술이 있다고 생각한다. 당시에는 다들 그걸 모르고 그냥 스쳐지나가기도 하는데 난 그걸 잡아내 끌어내주려고 한다.

-작가치고 방송 출연경력이 예사롭지 않다.
당시 팝아트가 성행하고 있을 때라 자연스럽게 섭외가 들어왔다. 한 번 이슈가 되기 시작하니 여기저기서 섭외가 계속 들어왔다. ‘화성인바이러스’에 ‘된장녀 혐오남’으로 출연했을 땐 10년 치 욕을 다 먹었다.(웃음) 방송 후 특강 섭외가 많이 들어와서 여기저기 강연도 하러 다니고, 또 그걸 계기로 ‘끝장토론’에 시민패널로도 나가고… 지금은 내 작품이 중심이 되는 조건하에만 출연하고 있다.

-이제 스물여덟, 앞길이 창창하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정 교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훗날문화부장관을 꿈꾸고 있다. 그리고 학교법인과 장학재단을 설립하고 싶다. 내 자식들에게 내 그림은 물려주고 싶지 않다. 그 그림으로 따라오는 사상과 이념을 물려주고 싶다.

-젊은 예술인의 꿈이 참 당돌하기도, 인상 깊기도 하다. 어떻게 문화부 장관을 꿈꾸게 됐나?
장관, 특히 문화부 장관은 정치인이 아닌 그 분야의 현장 전문인이 해야 한다. 창조적 작업을 해온 예술인이 문화부 장관을 해야 하며, 미술인도 얼마든지 문화부 장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껏 그래왔지만 미술에 대한 지원은 너무나도 미약하다. 가장 나중에 챙기는 게 미술이다. 미술인 장관은 그런 점을 개혁할 수 있지 않겠나. 또한 나중에 사립 고등학교와 장애우를 위한 장학재단을 설립하고 싶은 꿈이 있다고 했는데, 그걸 다 설립할만한 경제적 여건이 되더라도 사회적 지위가 없다면 힘들 거란 생각이 들더라. 지위로 승부수를 던진다면 최고 지위를 꿈꿔야 하지 않겠나.

▲<풍성한감이열렸다> 장지에분채 130.5X162.5cm 2012

-군 입대를 앞두고 있다던데…?
내년 9월쯤 입대 예정이다. 오히려 빨리 가고 싶다. 해병대를 가고 싶었지만 나이가 많아서 안 된다고 하더라.(웃음) 입대 전까지 작품 좀 많이 해놓고, 휴가 때 전시할 생각이다. 미리 가발까지 맞춰 놨다.(웃음)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주저하지 말아라.’ 안타까운 경우를 종종 본다. 학생들이 다른 사람의 말을 신경 쓰지 않고, 그저 받아들일 것만 받아들이고, 걸러낼 건 걸러냈으면 좋겠다. 괜히 주눅 들고 꿈을 버리지 않았으면 한다. 자신감 잃지 말고 자신이 하고자 하는 걸 하길 바란다.

-예술인으로서의 꿈이 있다면?
한국적 팝아트를 정립해 그리고 싶다. 그래서 지금도 동양적 재료를 사용하고 있는 것. 지금껏 작업해온 작품들은 다채로운 색감으로 화려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단순화돼 가며, ‘비통맨’ 돼지가 동양적 철학이 담겨 나만의 캐릭터로 확실히 자리 잡게 될 거다. 10년 후쯤엔 동양적 사상이 깃든 작품에 집중하고 싶다. 지금 한국 팝아트엔 미국문화가 너무 많다. 나는 한국 사람으로서 한국팝아트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적이고 동양적인 게 오히려 더 세계적인 것 아니겠나. 힘들지만 지금도 동양적인 연구에 몰입하고 있는 거다. 작품에서 궁극적으로 도달하고자 하는 건 바로 동양 철학을 담는 것. 우리만의 아름다움인 먹과 화선지를 통해 말이다. 우리는 채색이 아니라 수묵화가 길이라고 본다. 그걸 어떻게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풀어날 것인지가 내 연구과제이다.

현재 동국대학교 출강

△ 2005 한군이 본 이상한 나라 일본 (일본 오사카 크라후토 갤러리) △2006 섬나라 일본 (하나아트 갤러리) △2009 운수대통 (아트스페이스 SPOON) △2010 초대전 나이스 샷 (장은선갤러리) △2011 드로잉전 순회전 (범패박물관) △2011 황금시대 (장은선갤러리) △2012 Happy Family (갤러리 전) △2012 Blooming Day (갤러리 록) 외 개인전 다수

△교토세이카대학교 예술대학 예술연구과 풍자만화전공 석사과정 졸업 △동국대학교 일반대학원 한국화과 박사과정 수료 △2005 일본 텐노지학관 전람회 우수상 △2010 서울미술대상전 대상 △2011 A&C 미술상 산토리니 서울 특별상방송 및 언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