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 : 2018.10.19 금 16:26
   
> 뉴스 > 칼럼 > 이수경칼럼
     
[이수경의 일본속보]따뜻한 마음이 오가는 日本명물 우동집 노부부 이야기
정직한 재료와 ,맛 따스한 정성으로 반세기를 이어온 음식 한결같아
2012년 06월 18일 (월) 14:01:15 이수경 교수(도쿄가쿠게이대학) sctoday@hanmail.net

필자가 재직 중인 도쿄가쿠게이(東京学芸)대학교는 신쥬쿠(新宿)에서JR 중앙선 오렌지색 열차로 약 30분 정도 걸리는 고쿠분지(國分寺)역북쪽 출구에서 7분 남짓 걸으면오른쪽에 정문이 나타난다. 봄에는 벚꽃나무 터널로 환상적인 분위기지만 지금은 초여름을 서두르는 짙은 녹음으로 울창한 숲 속의 풍경이 아름답다.

   
코우게츠안(光月庵)]의 주인인 시라쿠라 미츠루(白倉みつる)씨와 부인인 시라쿠라 마사코(白倉昌子)씨

도쿄가쿠게이대학교는 현재 일본 교원양성계 중심대학으로서, 1873년 이래 139년 동안 수 많은 초,중,고교 교사들을 배출해오고 있다. 현재의 캠퍼스로 옮겨 온 것은 1964년인데, 속칭 선샤인이라 불리는 9층 건물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아담한 건물들이다. 넓은 평지에 자리잡은 캠퍼스 안에는 부속 유치원과 초중학교가 있어서 아이들과 대학생들이 함께 배우고 자라는 공간이기에 오후가 되면 아이들이 귀가길을 서두르는 시끌벅적한 소리가 교실 안까지 들려온다. 교내에는 작은 농장도 있고, 건물 주변으로는 머리를 식히며 사색할 수 있는 숲 속의 오솔길과 연못(자칭 만요이케),꽃나무 사이사이로 마련된 목제 벤치에 앉아서 책을 읽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도시락을 먹는 학생들 모습이 싱그러운 자연과 어우러지는 한폭의 그림같다.

그래서인지 도심으로 나가기 보다 교내에서 시간을 보내는 학생들이나 교원들이 많다. 물론 필자도 해외 출장 외에는 피곤하게 도교 시내 외출을 하는 것보다 학교에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학교 주변에는 한국의 대학가처럼 화려하거나 세련된 옷가게나 근사한 카페, 레스토랑은 없지만, 맛깔스런 라면집이 즐비한 [라면 거리]가 인기가 있고,정갈한 음식으로 인기가 있는 [다락방]이라는 한국 음식점, 그리고 학교 북문 앞의 명물 우동집[코우게츠안(光月庵)] 등이 있다.

   
나베야키우동

그 중에서도 오늘은 필자가 평소에 소개하고 싶었던 학교 북문 앞 우동집을 소개해 보려고 한다. 의도는 음식점 홍보나 맛자랑이 아니다. 항상 성실하게 자신들의 직업을 천직으로 생각하며 우직한 신념으로 우동집을 경영하시는 노부부의 모습이 언제 봐도 아름답고, 아무리 바빠도 자신들만의 부부애와 맛으로 이어온 반세기의 고집스런 우동집 역사를 소개하고 싶어서이다.

학교 정문 반대 쪽에 있는 테니스 코트와 그라운드 사이의 북문 수위실 옆에는 지금 한참 붉게 물든 장미꽃들이 만발하다. 그 꽃들을 보며 교문을 나서면 11시 방향에 자그마한 우동집이 나타난다. 북문 앞 도로를 건너서 [코우게츠안]으로 들어가면 언제나 변함없는 웃음으로 [이랏샤이(어서오세요)!!]하는 정감어린 목소리가 맞이하여 준다.

   
▲카쿠게이 대학에서 코우게츠안으로 가는 길

식당 안에는 30명 남짓의 손님을 수용할 수 있는 단조롭고 소박한 분위기의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있고, 입구 왼쪽의 작은 방에도 앉아서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벽에는 그들의 역사 만큼이나 다양하게 만들어 온 긴 메뉴판이 눈에 들어온다. 이 식당에 가면 동료 교수들과도 마주치지만, 주로 멀리서 일부러 찾아서 오는 손님들로 북적거린다. 지난 주에 갔을 때는 90세가 가까운 분이 이 식당 소바(메밀 국수)세트를 먹고 싶다고 해서 그를 모신 가족들이 우동과 소바 세트를 시켜서 먹으며 행복해 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물론 요즘처럼 SNS를 이용한 홍보 선전이나 방송 전파를 타는 등의 광고 같은 것을 그들은 선호하지 않는다. 학교 뒷문 앞의 한적한 곳에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노부부는 자신들의 페이스로 정성껏 음식을 만들기때문에 박리다매 보다는 단골 손님을 소중히 생각하는 식당이라고 할 수 있다. 돈을 버는 것보다 이 부부는 평생 천직으로 음식 만들기를 즐기며 살아왔기에 욕심없이 음식에 재료를 듬뿍 사용하고 있고, 때로는 계절 진미를 서비스도 해주는 마음이 정겨워서 찾는 사람이 많다.

   
▲메뉴판(좌)소바세트(우측 상)음식모형(우측 하)

하루는 한국에서 온 친구와 갔더니 마침 튀김을 만들고 계시기에 인사를 건네자 친구와 나한테 금방 구워낸 덴뿌라를 맛보라고 주신다. 두릅이나, 어묵 속에 갓나온 죽순과 새우를 갈아서 넣고 튀긴 상큼한 봄 냄새를 나눠주셨다. 또 어느날은 아는 한국인이 김치를 가르쳐줘서 처음으로 김치를 만들어봤다며, 제법 많이 나눠주셨다. 물론 필자가 한국인이라서 그런 것도 있지만, 단골 확보 차원의 상업적인 의도보다는 단지 좀 특별히 만든게 있고, 타이밍 좋게 그런걸 만들때 이 집에 왔으니 나눠서 먹어보자는, 마치 자식 챙겨주는 부모 마음 같았다고나 할까?

이 식당은 늘 변함없는 곳이라서 편안하게 찾을 수 있는 곳이다. 비교적 복잡한 시간을 피해서 가는 편인데, 비어있는 테이블 앞에 앉으면 남편 분이 녹차를 넣어 주신다. 그리고 주문을 받으면 부인이 부엌에서 음식을 만드신다. 익숙한움직임으로 두 분이 서로 묵묵히 자신의 역할에 전념하신다. 반찬을 꺼내고 튀김이나 우동/소바를 삶는 역할과 음식을 테이블에 나르는 역할은 주로 남편 분이 하신다. 올해 만 78세의 시라쿠라 미츠루(白倉みつる)씨는 지금도 학교 연구실 등에서 주문이 오면 작은 오토바이로 직접 배달을 하신다.

   
시라쿠라 미츠루(白倉みつる)씨

그리고 음식 간 맞추고 요리 만드는 역할은 부인인 시라쿠라 마사코(白倉昌子)씨가 하신다. 올해 만 76세. 인정 많은 어머니 같은 분이시다. 이 두분이 [코우게츠안]을 시작한 것은 1963년이라고 한다. 원래 니이가타(新潟) 출신이신 남편 분은 도쿄 아사쿠사에서 음식점을 했었는데, 군마(群馬)출신의 부인과 만나서 결혼을 하였고, 가정을 가지고 자신들의 점포를 운영하기 위해 우리 학교가 이전하기 한 해 전에 [코우게츠안]을 개업하셨다 한다. 이곳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공무원을 하며 결혼을 하여 모두 가정을 가지고 있고, 식당은 노부부가 별 욕심 없이 음식 만드는 즐거움으로 운영하고 계신다.

이 식당에서 특히 맛깔스러이 나오는 것은 뚝배기보다 좀 큰 냄비형의 도나베 가득히 우동과 각종 야채와 큰 새우튀김을 끓여나오는 [나베야키우동]이다. 물론 각종 우동과 소바 등을 일일이 소개하기에는 지면상의 문제가 있다. 더운 요즈음은 오이 해파리 냉채와 각종 야채, 양념된 표고버섯을 송송히 썰어 얹은 뒤, 깨를 갈아서 만든 소스로 만든 [히야시우동(비빔냉우동)]이 깔끔하다. 오리 고기 훈제를 넣고 끓인 [우동 니꼬미]도 별미이다.

   
히야시우동(비빔냉우동)과 디저트 구즈키리(좌,우)

모든 음식엔 장아찌 절임의 밑반찬과 계절 과일이 따라 나오고, 위장에 여유가 있으면 디저트로 구즈키리(葛きり; 칡가루를 반죽하여 만든 음식. 얇고 투명한 젤리를 칼국수처럼 잘랐다고 하면 느낌이 올까? 그릇에 넣은 뒤, 각종 과일이나 시럽을 곁들여 먹는 디저트 음식) 를 먹는 것도 별미일 것이다. 가격대는 500엔에서 1200엔 정도로, 교내식당 보다는 약간 비싼 편이지만, 시간적 여유가 되면 이곳에서 각종 신문을 읽으며 좋아하는 면종류 음식을 먹는 것도 시간과 5감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이다.

필자는 2005년 타대학에서 이곳으로 전근온 이후, 필자 수업이나 심포지엄, 각종 포럼 등으로 오신 외부 강사나 손님들, 혹은 해외 교수들에게 반드시 이 집의 우동 맛을 소개한다. 겨울철에는 도나베(냄비 같은 뚝배기)에 각종 야채와 덴뿌라를 넣고 끓인 우동나베에 큼직한 흰 떡이 들어있는 치카라우동(힘이 넘치는 활력소로 떡을 넣어서 끓인 우동)이 인기가 있다. 어느 해 겨울에 한국의 저명한 학자를 모시고 가서 치카라 우동을 대접했더니, 처음엔 뭐 이런 누추한 곳엘 데리고 가나? 하는 생각을 했다가 음식을 먹고 나서는 납득을 했고, 좋은 경험을 했다는 말씀을 공공 장소에서 몇 번이나 강조를 하셨다.

   
[코우게츠안] 전경

변명이 되지만 개인적으로 손님 대접을 할 여유가 필자에게는 없다. 그래서 때로는 점심도 저녁도 굶고 수업을 해야 하고, 항상 캠퍼스에서는 뛰면서 업무를 본다. 그만큼 교육과 연구, 학교 업무에 정신이 없기에 손님을 모셔서 화려한 곳에 갈 수 있는 정신적, 물질적 여유는 없다. 단지, 그런 상황을 이해하고 오신 분들에겐 적어도 일본의 우동/소바 속에서도 다양하고 개성적인 음식 종류가 많고, 무엇보다 노부부께서 하시는 고집스런 맛과 분위기의 기억을선물하려고 일부러 [코우게츠안]으로 모신다.

우리 학생들이 졸업할 때나 슬럼프에 빠져서 비틀거렸을 때도 [코우게츠안]으로 데리고 가서 격려를 한다. 인원수가 많을 경우엔 학생들이 가서 부인 마사코씨의 부엌일을 돕기도 하고, 녹차나 날라야 할 음식들은 우리들이 스스로 가져다 먹기도 한다. 커가는 학생들에겐 정겨운 경험이고, 두 분도 이제는 신뢰를 해서인지 이런 저런 일을 도우면 웃으며 좋아하신다.

   
▲필자 이수경 교수
한국도 물론 학교나 회사 주변의 식당들 중에 이렇게 인정으로 주객 관계가 좋은 곳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어떻게 보면 팔순이 가까운 노부부가 이렇게 젊은 사람 처럼 부지런히 현역으로 열심히 일하시는 그 모습은 배울만한 부분이 많다. 게다가 인건비 등을 절약한 만큼 좋은 음식 소재를 사용하여 정직한 맛으로 살아온 이 분들이기에 , 요즘처럼 광고 선전에 돈을 뿌리다보니 부실한 내용물로 음식을 만드는 얼렁뚱땅 상술적인 음식점들보다 훨씬 깊은 신뢰감이 간다.

자신들의 직업을 즐겁게 느끼며 부지런히 살다보니 어느새 50년이 되었다는 [코우게츠안]의 두 분에겐 죄송한 이야기지만, 이 분들이 오래 오래 장수하셔서, 항상 변함없이 찾아갈 수 있는 [나의 소중한 안식처]가 계속 존재해주길 바램해 본다.

그리고, 혹시 독자 중에서 도쿄를 찾을 기회가 있다면 여러분도 [코우게츠안]의 두 분의 삶과 맛이 스며든 명물 우동/소바를 맛 볼 시간을 만들어보길 바란다.

한 끼 음식에 불과하지만, 아마도 평생 기억할 수 있는 의미있는 기회가 될것이다.

     칼럼 주요기사
[탁계석의 비평의 창]국악관현악단을 ‘K-오케스트라’로 부르면 어떨까?
[공연리뷰] <헨젤과 그레텔>, 쉬운 곡과 드라마가 '미래의 오페라 관객' 이끈다
[성기숙의 문화읽기]신임 세종문화회관 사장의 당면과제
[이창근의 축제공감] 백제문화제, 문화유산과 지역주민이 답이다
[탁계석의 비평의 窓] 작품은 문화영토다
ⓒ 서울문화투데이(http://www.sctoday.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이 기사를 추천하시면 "오늘의 좋은 기사" 랭킹에 반영됩니다   추천수 : 0
전체기사의견(0)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비욘드예술단과 함께하는 ‘가능성 그대
[전시리뷰]미아리 택사스 추억을 떠
전시장이 된 호텔객실, 제2회 ‘사진
시인 고 정지용, 가야금 명인 고 황
제7회 예그린뮤지컬어워드, <웃는 남
"가을여행주간, 관광약자도 불편없이
이태리서 활동하는 현악기 제작가, 이
사계(四季)를 통해 보는 황진이의 삶
고판화박물관 '판화로 보는 극락과 지
오래된 사진 통한 과거사의 현대적 반
독자가 추천한 한주의 좋은기사
신문사소개기사제보구독신청하기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03150 서울시 종로구 삼봉로 81 두산위브파빌리온 742호 | Tel:070)8244-5114 | Fax:02)392-6644
구독료 및 광고/후원 계좌 : 우리은행 1005-401-380923 사과나무미디어그룹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은영
Copyright 2008 서울문화투데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