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이 말하는 ‘한국영화가 필요로 하는 것들’
청년들이 말하는 ‘한국영화가 필요로 하는 것들’
  • 서문원 기자
  • 승인 2012.06.21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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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로 먹고살기 마지막 편 - 영화

영화계는 ‘천차만별’과 ‘학철부어’라는 고사성어가 어울린다. 전자는 양극화는 물론이고 산업화 정점에 올라선 모습으로, 후자는 조금만 지원해줘도 처한 현실보다 훨씬 더 훌륭한 ‘문화의 꽃’으로 도약할 수있는 곳이 바로 영화판이기 때문이다.

   
▲ 영화'나의 P.S 파트너 제작현장' 영화스탭들의 분주한 모습

현재 이곳은 영화산업복지위원회와 전국영화산업노조 ‘119응급구조대’ 성격을 지닌 곳이 일부 있고, 과거 도제방식을 넘어 서구식 영화제작 환경을 꿈꾸며 천천히 진화중이다. 물론 현재도 독점자본형태의 영화시장과 약육강식이 존재한다.

알고보면 한류열풍의 진원지는 드라마가 아니라 영화다. 먼저 국내영화 흥행작을 보면 곽경택 감독의 '친구'(2001)가 700만 관객 돌파뒤 ‘실미도’(2003)가 1천만 관객 시대를 열었고, 태극기 휘날리며(2004), 왕의 남자(2005), 괴물(2006), 해운대(2009)로 이어지는 1천만 관객 동원은 문화에 대한 수요창출이 상징적으로나마 산업화로 이어지는 발판을 마련했다.

또한 한국영화의 양적팽창에 힘입어 질적 수준도 세계 3대 영화제중 하나인 프랑스 칸 영화제는 물론이고 세계 유수의 영화제를 휩쓸며 문화계의 엘도라도로 성장했다. 국내영화시장도 부산 국제영화제가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영화축제로 자리잡았고, 전주국제영화제, 부천국제영화제, 청소년국제영화제, 제천국제영화제 등은 차별화된 섹션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여기까지가 한국영화가 가진 간판이다. 그럼에도 ‘한국영화’라는 간판 안으로 들어가면 상황은 달라진다. 어둑하고 후미진 골목이 나오고, 주변으로 홍등가처럼 너절한 가게들을 지나면 기업형 프렌차이즈들이 화려한 전광판과 네온사인 등을 비추며 우뚝 서있다. 이곳은 초대형 배급사와 멀티플렉스 영화관으로 알려진 곳이다.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청년들이 거쳐가야할 곳은 가판대 하나 놓고 자리잡은 1인 독립영화사, 저예산 영화, 임금체불 현장이다. 그곳에 서 조금 더 큰 영화사로 들어가도 형편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 영화산업고용복지위원회에서 운영중인 영화종사자 실무교육 중

전국영화산업노조 홍태화 조직국장에 따르면 홈페이지 ‘영화인 신문고’에 접수된 임금체불 고발 건수가 지난 2008년 28건에서 09년 45~49건, 지난 해에는 53건으로 상승했고, 현재 상반기만 20건이나 된다고 한다"고 밝히면서 “국내영화계가 11월부터 3월까지 비수기임을 감안하면 올 하반기에 쏟아질 임금체불 현상은 상당할 것”으로 내다봤다.

덧붙여 홍 국장은 “영화제작에서 기획.개발 부문은 지난 2008년까지 일정한 보상을 받았으나 현재는 이 마저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하면서 “약 2천개가 넘는 국내영화 제작팀 중 평균 150편이 일부 투자를 받아 제작할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나머지는 시도도 못해보고 무너졌다”고 밝혔다.

시나리오 작가와 연출가들은 영화 기획,개발 부분에서 90%가 한 편의 영화를 제작하고자 투자유치는 물론이고 기약 없는 사투를 펼쳐온 셈이다. 아울러 홍 국장은 “영화제작이 프리 프로덕션으로 넘어가면 제작 과정중 40%가 무산된다”고 전하며 “이 경우 연출, 제작, 미술, 의상, 분장팀의 일정이 무너지고, 이로인한 피해가 확산된다”고 설명했다. “설령 영화제작 초반비용인 시드머니(seed money)가 있어도 투자자를 찾아내기 전까지 스탭 임금마저 제작비로 쓰는 일이 허다해 결과적으로 영화제작전반에 걸쳐 스탭들의 임금을 보장받기 힘든 형편이다”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영화스탭들은 ‘항의’보다는 인내를 갖고 구두로 계약됐건, 어설픈 계약서로 영화제작에 참여했건 “언젠가는 밀린 임금을 주겠지” 하는 마음으로 영화판에서 버티고 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인 영화계에서 생계에 위협마저 받는 절박함 속에서 영화산업노조 홈페이지 신문고게시판을 찾는 경우가 많다. 아울러 그 수치가 올 해 상반기에만 20건이라는 것이 노조측 설명이다. 나머지는 통계수치는 영화계 스탭들이 ‘영화계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함구하는 이상, 잡히지도 않는다.

이렇듯 전국영화산업노조에서 근무하는 3명의 인원으로 파악된 한국영화계 암울한 현실. 이런 일들은 영화판 최전선에서 빚어지는 현상이다. 그럼 이제 조금 밝은 곳으로 가보자. 소개할 곳은 영화산업고용복지위원회(이하 복지위원회)이다.

   
▲ 지난 4월 9일 노사정협약식을 가진 문화부와 영화산업노조 및 영화제작배급사

지난 4월 9일 본지는 ‘영화산업종사자 근로환경 개선될듯’이라는 제목으로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영화산업노조, CJ 엔터테인먼트, CGV, 영화제작가협회, 영화진흥위원회 등이 영화 관련 종사자의 고용과 복지향상을 위한 ‘한국 영화 산업 노사정 이행협약식’ 개최”를 보도한 바 있다. 살펴보면 영화산업 종사자의 고용복지를 위해 4대보험 가입률 제고, 영화인 교육훈련 인센티브 제도 확대, 표준근로계약서 도입 등이다.

이 중 ‘영화인 교육훈련 인센티브제도’는 영화산업고용복지위원회에서 맡고 있다. 지난 해 12월에 출범한 복지위원회 실무교육센터는 올 해 4기수를 배출할 예정이다. 매 기수당 약 250명에서 300명 정도가 교육생으로 영화제작교육을 무료로 받게되며 실업수당을 통해 월 100만원의 급여가 지급된다.

실무교육센터 이진환팀장은 이러한 교육시스템이 영화산업계의 접점을 마련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교육센터가 할수있는 범위내에서 이들을 교육하고 다시 영화계로 보내는게 주된 역할”이라고 밝히면서 “올 해 교육생 500명 이상 배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한다.

그럼에도 이 팀장은 영화계 현실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수요(영화제작)는 적고, 공급(인력)은 많은 영화계는 노사간의 협의를 통한 점진적인 발전과 기회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운영중인 영화실무교육센터가 영화뿐 아니라, 문화예술 각분야에 롤모델로 활용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과거와 달리 현재 영화계로 들어오는 사람들은 영화관련 학과를 졸업한 고급인력”이라며 “그럼에도 현장실습은 원점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영화인 교육훈련 인센티브제도를 통해 교육을 받고 있는 영화스탭교육생들.

지난 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 앞에서는 찌는 날씨를 뒤로한채 조명들 사이로 방한복을 입은 배우들과 수많은 스탭들이 모여 영화촬영을 하고 있었다. CJ E&M에서 제작하는 ‘나의 P.S파트너’라는 영화였다. 분주히 움직이는 카메라맨, 무전기를 들고 통제중인 스탭, 뭐 하나 시원한 것 없는 땡볕에서 수 십명의 스탭들이 한 곳을 향해 집중하고 있었다. 막바지 촬영같아 보였다. 그 중 몇몇을 만나 촬영현장에 대해 들어봤다.

영화제작부에서 일하는 신성훈씨는 “영화가 곧 크랭크업 된다”면서, “편집만 남겨뒀다”고 전한다. ‘영화제작환경이 어떠냐’는 기자 질문에 “이곳은 대기업이라 급여도 좋고, 다른 곳에 비해 나은 편”이라고 설명하고, “영화제작이 파트별로 나눠져있기 때문에 각자 주어진 일만 하면 된다”고 밝혔다.

현장에 있던 다른 스탭도 비슷한 대답을 했다. “흥행을 목표로 제작되지 않는 영화는 없다. 그러나 요새처럼 불경기에는 확실한 흥행감독이 아니면 작품에 대한 집착이나 불필요한 리스크를 피하고, 누구나 볼수 있는 로맨틱코미디를 주로 선호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곳 보다는 다른 촬영장에서 취재했다면 긍부정이 쉽게 보였을 것”이라고 전했다.

영화촬영현장에서 한참 동안 서성대다 또 다른 스탭을 만나 제작환경에 대해 물어봤다. 그는 “차라리 저예산영화 제작현장을 가봤다면 많이 달랐을텐데”라고 충고했다. 이어 “영화에 대한 열정은 배우, 스탭, 제작자 누구나 갖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제작사의 금전적인 보장이 없는 한, 영화판에서 살아남으려면 투자자의 입장이 재고될수밖에 없는 형편이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예전같지 않은 영화계는 표현의 자유도 제작비도 녹록치 않다”며 일침을 놨다.

   
▲ 코엑스몰에서 영화촬영이 끝난뒤 철수를 하는 모습. 영화촬영 현장속 스탭들은 한 씬을 촬영하기 위해 하루 혹은 며칠간 같은 장소에서 세트를 조립하고 분해하기를 반복한다.

문화예술로 먹고살기 마지막 편인 영화계는 이처럼 제작전부터 영화를 만들지 못해 무너지는 암울한 뒷골목과 반대로 그 경계를 이루는 곳에 영화실무교육센터가 있고, 그 뒤로 대기업이 투자하는 영화제작현장이 존재한다.

적어도 배급사는 물론이고 상영관을 가진 영화제작사는 저예산 혹은 독립영화제작사와 같은 환경에서 영화촬영을 하지 않는다. 더구나 스크린쿼터제도가 연중 73일로 축소된 현재같은 환경이라면 기업과 국가가 원하는 직간접적인 광고물제작 외에 아무것도 할수 없다.

위 사안들이 지난 날 세계영화시장에 이름을 알린 한국영화계의 현주소라면 우리는 지금 ‘한류열풍’이라는 간판부터 내릴 각오를 해야할 시점이다. 적어도 이같은 환경에서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청년들이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걸고 뛰어들 이유는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끝으로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을 분기점으로 솟아올랐던 한류열풍은 현재 한국드라마,  K-POP을 넘어, 클래식, 전통음악, 무용으로 그 영역을 넓히고 있다. 하지만 한국영화는 표현의 자유와 지원축소 및 경기불황으로 제작환경은 날로 열악해지고 있다. ‘이념과잉’으로 치닫던 시대가 과거라면, 지금은 ‘문화과잉’이라는 소리를 들어보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을텐데, 보이는건, 광고물과 뮤직비디오, 그리고 ‘배달의 기수’같은 홍보물만 눈에 띈다.

원점부터 재고되야함은 물론 문화예술계의 각성과 고민이 필요한 때다. 글로벌시대에 콘텐츠시장개척을 부르짖는 작금의 시대란 청년들이 무엇으로 먹고 살아야하는지 다각적인 소통과 대화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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