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춘기 전 마포부구청장, “월드컵공원을 한국축구 메카로”
[인터뷰] 이춘기 전 마포부구청장, “월드컵공원을 한국축구 메카로”
  • 서문원 기자
  • 승인 2012.06.27 12: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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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시장에게 마포ㆍ서울시 위한 ‘월드컵 사커파크’ 공개 제안

▲ 이춘기 전 마포부구청장

지난 2002 한일월드컵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에게나 ‘화려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특히 월드컵 개막식이 열린 서울 마포구 상암 월드컵 주경기장은 오늘날 국내 축구계는 물론 프로리그인 K리그를 이끌어가는 중추역할을 담당해오고 있다.

지난 5월 28일 상암축구전용구장 콘벤션 홀에서 2002 한일월드컵 10주년 행사가 차분함 속에서 개최됐다. 이날 초청강사로 나온 이춘기 전부구청장의 소회는 남달랐다. 

그는 15년 전 마포구 난지도 쓰레기 매립지를 오늘날 월드컵주경기장 건립하고 콘텐츠 미디어센터로 각광받는 상암 DMC(디지털미디어센터)를 개발하는데 일익을 담당한 여러 주역들 중 한 명이기 때문이다.

한번 하고자 하면 뿌리를 뽑는 성격인 이춘기 전부구청장은 지난 1990년 5월 서울시청 하수행정과 계장으로 재직 중 주한미군부대로부터 당시 3년 11개월간 사용했던 하수도요금 9억 4천만 원을 징수해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인물이다.

치밀하고 꼼꼼한 그였기에 가능했다. 

본지는 지난 21일 이춘기 전부구청장을 마포 공덕시장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만나 15년 전 상암월드컵주경기장 유치와 관련해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들어봤다.

월드컵경기장과 공원, 스포츠ㆍ문화 메카로 다시 거듭나야

이춘기 전부구청장은 마포구에 대해 ‘월드컵 전후로 수많은 변화가 있었다’라고 밝혔다. 그는 “그럼에도 2002년이후 최근 10년 동안 그 경기장은 물론 105만평에 달하는 공원 등 그 좋은 시설들을 갖추고도 현상유지 외에 아무런 변화조차 없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제라도 마포구를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정신으로 계승 발전시키려면 ‘한국축구의 메카’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마포구는 현재도 변화의 중심지”라며 ‘청년 이춘기’가 품어 온 ‘마포와 서울사랑’을 내비췄다.

 

지난 달 28일 ‘2002한일월드컵개최 10주년’ 행사에 초청강사로 나오셔서 난지도쓰레기장으로 알려진 마포구 상암동에 월드컵주경기장 유치와 공원은 물론 상담 DMC건립 당시 소회를 밝혔다고 들었습니다. 당시 많은 역할을 하신 걸로 알려져 있는데 15년이 지났습니다. 만감이 교차하실 것 같네요.

 

28일 마포구청에서 했던 ‘월드컵개최 10주년 행사’도 실은 동네 돌잔치 분위기였어요. 사실 역사와 기록은 중요하지요. 그런데도 마포구청은 한일월드컵 개막식이 열렸던 곳임에도 개최관련 자료가 단 한 장도 없네요. 그걸 기반으로 마포를 월드컵도시로 만들기 위한 작업이 계속됐을 텐데. 아쉽기만 합니다. 강조하자면 한국, 구체적으로 서울시가 지닌 무형의 자산을 놓고 보면 88서울올림픽이 있었고, 그 보다 더 큰 건 한일월드컵이지요. 사실 “월드컵개최라는 자산을 그동안 어떻게 발전시키고, 활용해왔던가?”라는 차원에서 보자면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월드컵개최 10주년 기념행사를 진행하는 목적이 뭐냐?” 라며 물어보고 싶습니다. 체육, 축구계 전문가들을 모셔놓고 학술세미나, 토론회도 열고 그랬어야 하지 않나요?

서울 마포구, ‘2002 한일월드컵’ 전과 후의 역사로 봐야..

예전에 ‘마포’ 하면 떠오르는 게 난지도 쓰레기장, 망원동 물난리, 월드컵이 치러지고 나서 마포의 부정적인 편견이 다 들어갔어요. 지금 상암 월드컵경기장 주변 노을공원, 하늘공원을 보면 누가 쓰레기 매립지로 생각합니까? 월드컵이 열리기 전까지 마포의 역사는 아무것도 없었어요. 마포의 이미지는 한일월드컵 전까지 달동네, 물난리, 난지도의 오명을 벗어날 수가 없었어요. 그만큼 마포구에는 한일월드컵 전과 후를 놓고 보면 극명하게 다릅니다.

지난 1997년 마포구의회 사무국장 재임시절, 당시 노승완 마포구청장을 도와 ‘월드컵주경기장 유치 기본계획’이라는 기획안을 갖고 홍보유치활동을 하셨는데요. 회의적인 시선은 물론, 방해도 많았던 걸로 아는데요. 그런 어려운 여건 속에서 유치할 수 있었던 계기가 있습니까?

사실은 제가 마포구의회로 재임 전에 도시정비국장을 했어요. 지금 상암DMC가 당초 ‘상암택지개발지구’였어요. 농사도 짓기 힘든 40만평 되는 황무지였지요. 당시 상암동 주민들이 오랫동안 농사를 짓고 살았지만 서울시내 건축폐자재를 야밤에 몰래 갖다 버리고 환경오염이 극심했습니다. 농사가 안됐던 겁니다. 상암동 주민들이 농사가 안되니까. 농부들이 생계를 유지하려고 보유했던 토지를 매매했어요.

당시 노승완 청장님이 “땅도 넓은 상암동에 월드컵경기장 하나 지으면 좋은데 서울에는 경기장 건설이 없다네요” 이렇게 말씀하시는 겁니다. 알고 보니 당시 정부는 올림픽 주경기장을 고쳐서 월드컵주경기장으로 쓰기로 했어요. 확정적이었어요. 그때가 IMF사태가 일어났던 해이기 때문에 현지 주민들이 토지매매가 빨리 되길 희망했고, 또 시유지가 다른 유치지역보다 많았던 덕분에 유리했어요. 그래서 직원 한명을 데리고 밤새워가며 유치계획을 기획했습니다.

당시 월드컵주경기장 유치하기까지 매우 힘들었었죠?

내가 잘났다는 건 아니지만 공직사회가 어떤 경우건 복지부동입니다. 강한 리더십으로 끌고 가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입니다. 또 주요안건을 회의에 붙이면 그걸 제대로 된 참모라면 ‘다각적으로 의견을 수렴해서 깊이 생각해봐야할 일입니다“ 라고 해야 하는데 내부에서는 ‘안된다’라며 단호히 반대했었죠.

그럼에도 월드컵주경기장 유치계획을 수립하려고 의회사무국장을 하며 초여름에 곳곳을 돌아다니며 15일 동안 조사하고 다 답사를 했었죠. 원래 저는 집에서는 절대 일을 안했어요. 가령 공무원이 되기 전 해군장교로 복무했을 때입니다. 당시 전력증강사업을 담당했어요. 그 일이 극비보안업무였기 때문에 집에서 일을 할 수가 없었죠. 그런데 월드컵경기장 유치기획을 맡고는 거의 모든 일을 집에서 처리했어요. 시각을 다투는 일이었으니까요. 심지어는 안사람까지 저보고 ‘집에서 뭐하냐?’고 물어볼 정도였으니까요.

어떻든 우여곡절 끝에 기획을 시작한지 보름 만에 다 마쳤어요. 당시 월드컵조직위원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던 이윤재 국장을 찾아갔어요. 운이 좋았지요. 월드컵경기장건립과 관련해 여쭤보니 골치가 아프다면서 이런 이야기를 합디다.

▲ 1970년대 개발독재의 상징인 마포쓰레기매립지(상)는 2002년 한일월드컵을 계기로 오늘날과 같은 월드컵공원(하)으로 조성됐다.

FIFA규정에 월드컵경기장을 유치건립하려면 해외관중에서 찾아오는 관중들을 위해 임시캠프로 사용가능한 초대형 텐트촌을 지을 공간을 확보해야하는데 마땅한 입지가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제가 요청을 했지요. 좋은 장소가 있는데 ‘한번 찾아주십사’하고 찾아온 이유를 말씀드렸죠. 그 뒤 비밀리에 구청에서 지프를 빌려서 이윤재 국장을 직접 에스코트하고 현재 상암동 월드컵 공원인 105만평 곳곳을 일일이 돌며 제가 기획한 구상을 설명했지요.

호사다마랄까요? 그때 마침 마포 난지도쓰레기 산을 ’안정화’하는 사업이 진행 중에 있었어요. 그 안정화사업은 가령 난지도 산이 90m되는 산입니다. 전부 쓰레기 산이지요.

거기서 나오는 오폐수와 가스가 나와요. 그걸 방지하고자하는 사업입니다. 거기서 나오는 오폐수가 한강으로 흐르지 못하게 하는 거대한 차수벽(물을 막는 벽)이 땅 밑에 세워져있어요.

오폐수를 밖으로 못 새나가게 암반이 있는 곳까지 막고, 이를 뽑아 올려서 난지 하수처리장으로 보내는 겁니다. 그 다음 거기서 나오는 가스를 다 모아요. ‘가스포집시설’이라고 합니다. 지금 난지도 쓰레기 소각장 옆에 보면 지역난방공사에서 발전을 하고 있어요. 그걸 발전용도로 사용한 겁니다.

이런 설명을 하며 이윤재 국장에게 “이 안정화사업을 위해 이미 서울시에서 1천2백억을 들여 공사하고 있습니다. 월드컵 전까지 마무리 됩니다”라고 말하고 여러 호재들이 시너지효과를 낼 거라고 설명 드렸죠. 그럼에도 걱정하시더군요. 서울시 역량이 만만치 않습니다. 올림픽도 치러낸 곳입니다. 이렇게 한 분 한 분 만나 1대1로 설명을 드리고 그랬었죠.

여러 호재와 사건들이 있었군요?

예, 지금 서울문화투데이 대표로 있는 당시 이은영 기자도 큰 역할을 했어요. 초청강연 때도 말했지만 당시 서울시내 월드컵유치지역과 관련해 어느 언론도 다뤄주지 않던 마포구를 이은영 기자가 다뤄졌다고 설명했어요. 당시 제가 그 친구에게 월드컵경기장유치계획을 설명했어요. “가장 오염된 땅을 가장 친환경적인 땅으로 개발한다. 세계인들이 구름처럼 모여드는 곳으로 변화시킨다”라는 구상이라고 말했었죠. 그러자 이 기자가 “재미있는 기획이라고 심층취재로 다뤄보겠다”는 겁니다.

이은영 기자가 당시 주요한 사람 세 분을 취재해요. 노승환 구청장과 구의회의장을 인터뷰해요. 딱 가운데에다 이윤재 월드컵조직위원회 사무국장 인터뷰를 실었어요. 그리고 이윤재 국장이 사견으로 “월드컵경기장은 마포가 최적지”라고 대답한 것을 기사 제목으로 잡은 겁니다. 그게 서울시를 흔드는 대대적인 사건을 만든 겁니다.

상암 월드컵공원, 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ㆍ아시아축구학교 건립하자

지난 초청강연회에서 ‘2002년 한일월드컵을 아시아의 메카로 이어가자’라며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제안을 하셨는데요. 어떤 문화로 탈바꿈 할수 있는지요?

그때 초청강연에서 했던 제안은 ‘마포월드컵 타운을 아시아축구의 허브로 만들자!’입니다. 한국축구가 월드컵무대에서 4강의 위업을 달성했어요. 그건 자랑스러운 일입니다. 특히 개막식이 열린 상암월드컵경기장은 전국에서 가장 넓은 곳입니다. 월드컵 공원으로만 105만평이 있어요. 이를 토대로 파주트레이닝센터를 유치하자는 게 첫 번째 제안입니다.

파주 트레이닝센터 주변을 가보면 모텔, 술집, 음식점밖에 없어요. 반대로 상암 월드컵공원 내에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가 있다고 가정해보면, 마치 월드컵의 함성이 들리지 않겠어요? 후배들이 “박지성, 이영표 선수처럼 훌륭한 축구선수가 돼야지 라고 생각 않을까요?” 일례로 저는 매주 마다 하늘공원과 노을공원을 번갈아가며 산보삼아 갑니다. 가보면 노을공원은 텅텅 비었어요. 골프장이 있는 노을공원 정상문턱이 10만 3천 평, 이곳에 축구연습장 20개를 만들고도 무려 5만3천 평이 남습니다. 경기 파주는 축구연습장이 현재 7개밖에 없어요.

두 번째 제안으로 초청강연에서 설명했던 것은 아시아인들을 위한 ‘아시아 축구학교를 만들자’ 였습니다. 노을공원 아래에는 기반시설을 지을만한 공간이 충분히 있습니다. 그리고 중국인들이 존경해마지 않는 이장수 감독을 중국에서 모셔와 아시아축구학교 초대교장으로 선임하면 중국과 동남아에서 많은 이들이 축구유학을 올 것으로 생각됩니다.

월드컵 공원에 가면 105만평이라는 그 넓은 곳에 일반시민들을 위한 축구시설이 하나도 없어요. 그곳에 ‘사커파크’ 하나 만들어보자. 헐리우드 배우들이 베버리 힐스에서 손도장을 만들어 전시하듯이 유명축구선수들의 손도장을 제작하고 매번 기념식을 개최하는 겁니다.

제안하신 사커파크는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쉬운 곳인가요?

바로 옆입니다. 월드컵 경기장 바로 옆에 축구문화공원을 마련 할 수 있습니다.

또 마포구는  공연문화가 발달된 신촌, 홍대가 있어요. 가령 마포구에는 ‘홍대 앞 문화’라는 게 있지요? 홍대문화. 이제는 하나의 고유명사가 된 거죠? 이렇듯 홍대문화가 제일 처음 형성된 것은 홍대가 들어오면서 미술학원과 갤러리가 생기면서 시작된 거죠? 젊은이들이 들어오는 곳에 음악이 들어오고, 미술, 출판, 패션이 모인 곳입니다.

지금 경기도 파주출판단지에 있는 출판사들이 현지가 워낙 불편하니까. 물류창고만 두고 다시 마포로 유턴하고 있어요. 끊임없는 창작문화가 이뤄지는 곳은 홍대 앞밖에 없어요. 홍대 앞처럼 작은 공간에서 영국의 에딘버러 축제처럼 각종 프린지페스티벌이 펼쳐지고 있어요. 그런데 현재는 공간이 없어요. 꽉 찼어요.

하지만 마포구에는 이미 수많은 초대형 공연을 적극유치 할 수 있는 월드컵 공원이 있어요. 현재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공연하는 인기가수들을 이곳으로 모셔오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다각도로 활용가능한 공간이 충분한데 왜 10년 동안 서울 마포 상암월드컵경기장과 월드컵 공원을 방치하고 있는지 의아스러울 따름입니다.

제가 5월 28일 마포구에서 개최한 ‘2002한일월드컵 10주년 기념행사’에 초청강사로 갔습니다만, 달라진 건 없어요. 사실 2002년 당시나 지금이나 변한 게 하나도 없어요. 우선 하드웨어만 봐도, 월드컵 공원. 월드컵 경기장의 경우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경기장으로서의 기능만 유지할 뿐,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활용할 콘텐츠 하나 없어요. 소프트웨어 부재입니다.

10년이라면 제법 긴 시간입니다. 그런데 서울시, 축구계는 물론이고 마포구도 월드컵을 계승 발전시키자는 노력이 없어요. 이제는 바꿔볼 때가 된 게 아닌지, ‘마을회갑잔치’만도 못한 한일월드컵기념행사 말고! 국내 축구유망주와 동호회 회원들은 물론 마포구민과 서울시민들이 한데 어우러질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는 게 우리 후세들에게 떳떳하지 않을런지요? 문화란 그런 구상부터가 시작점이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