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사진작가 이명호] 결과물뿐만 아니라 작업과정 또한 작품
[인터뷰-사진작가 이명호] 결과물뿐만 아니라 작업과정 또한 작품
  • 이은영 편집국장 / 정리 윤다함 기자
  • 승인 2012.06.28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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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에서 바다를...' 7월8일까지 대학로 갤러리정미소에서 ‘작업의 과정’ 볼 수 있어

거대한 작품 속 드러나는 정적을 작고 고요한 웅장함으로 전환, 대형작가 대열 합류
전시와 작품에만 집중할 수 있는 비영리展 필요
‘나무시리즈’는 고민과정을 작업화 해 탄생
파리 LVMH 박물관에 작품 소장되기도
작업 현장에 관객과 함께 해 과정 보여주는 ‘투어’ 구상 중

     손바닥만 한 사진 액자가 쪼르르 이어져 있다. 얼마나 작은지 얼굴을 가까이 대고 들여다봐야한다. 대신 액자 위에 작은 조명들이 있어, 사진을 보다가 눈이 빨개질 염려는 없다. 그저 명상을 하러 온 듯 차분히 감상하면 된다.

     ‘나무시리즈’와 ‘사막시리즈’(바다시리즈)의 이명호 작가 개인전이 7월 8일까지 아트 스페이스 갤러리 정미소에서 열린다. 이는 ‘작업의 결과물’로만 이뤄져 있던 기존과는 차별화된 ‘작업의 과정’에 집중하는 색다른 전시이다. 사진촬영 현장의 모습들과 그에 관련한 영상을 만날 수 있다. 

     이명호 작가는 어마어마한 작업 스케일로도 잘 알려져 있지만, 거대한 작품 속으로부터 드러나는 정적이고도 고요한 웅장함으로 대형작가 대열에 합류했다. 작품 스케일만으로도 얼마든지 더 화려하고 요란하게 연출할 수 있었겠지만 예술에는 반드시 절제미가 있어야한다고 강조하며, 무한할 것 같은 사막을 작은 프레임 속에 가뒀다. 그의 전시가 한창인 갤러리 정미소에서 최근 만났다.

 

 

 

▲사진작가 이명호

 

-중견작가가 대안공안에서 전시를 한다고 해서 의아했다. 이번 전시는 어떤 의미를 가지나?
영리전시와 비영리전시를 적절히 섞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작가가 영리전시만 추구한다면 편협해질 수밖에 없다. 비영리전시는 작가에게 울타리가 돼 주기도 하고, 작가의 이미지 관리를 해주기도 한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영리전시에서는 드러내기 어려운 실험적인 면모를 보여주고 싶었다.

영리전시의 결과물은 곧 작품 판매와 직결되곤 한다. 하지만 그는 ‘비영리전시’인 이번 전시에서는 전혀 그런 걸 개의치 않아도 됐었다며 자신이 하고 싶었던 걸 마음껏 펼쳐냈다고 했다.

-대안공간이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대안공간은 작가들에게 중요한 역할을 한다. 대안공간에서는 작품을 팔지도, 소장도 하지 않고 오로지 전시만 한다. 그러다보니 전시에 집중할 수 있고 정말 좋은 전시를 할 수 있게 된다. 즉 전시를 흩뜨릴 수 있는 요소들을 빼고 실험정신과 도전정신을 집어넣을 수 있는 것이다. 작가가 안정적인 궤도에 있다고 해 대형전시나 화랑전시만 한다면 작가 자신의 신선함도 떨어질 거라 생각한다. 난 앞으로도 대안공간에서 꾸준히 전시를 할 계획이다.

▲7월 8일까지 갤러리 정미소에서 그의 작품이 탄생하기까지의 '작업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작업과정을 담았다. 소재와 장소 선택은 어떤 과정을 거쳤나?
나름대로 예술의 정의를 내리고 싶다는 생각에 고민을 하고 또 고민을 했었다. 하지만 그런 내 모습은 결국 예전 내 자신의 반복이었다. 이성적인 학문이 싫어 예술을 택했던 건데 또 뭔가를 고민만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난 그런 고민 자체를 작업화하기로 결심했다. 다들 화판 안에 뭔가를 집어넣으려고만 하는데, 난 텅 빈 채로 갖고 나가 자연이 채우도록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나무를 그리는 게 아니라 나무 뒤에 캔버스를 설치하게 된 것이다. 또한 비현실을 만들어 보고 싶은 생각으로 사막에 바다를 설치했다. 이번 전시는 사막에서 캔버스를 들고 있고, 때론 덮고 누워있기도 한 모습들을 통해 큰 웅덩이 또는 바다처럼 보이는 퍼포먼스를 연출한 그 과정 그대로를 담고 있다.

-이렇듯 스케일이 큰 작업은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도 많을 것 같은데…
아무리 사전 조사를 많이 한다고 하지만 막상 현장에서 생각대로 풀리지 않을 때가 많다. 물론 그게 매력이긴 하다. 사진이나 영상은 우연적 요소가 발생하곤 하는데, 순간적으로 그걸 잡아내는 감각이 필요하다.

▲<Sea #3 Tundra>  Ink on Paper  H1190xW1940  2012

-사막에서 바다를 표현하다니 참으로 기발하다. 사막과 바다 사이에는 전혀 공통점이 없을 것 같은데 말이다.
예술에는 현실을 비현실로 만드는 기능이 있다. 사막과 바다는 극과 극이지만, 과학적으로 보면 사막은 본디 바다였던 경우가 많다. 참으로 역설적이지 않나? 사막에 서 있으면 오로지 하늘과 땅 밖엔 보이지 않는다. ‘경계’란 단어가 떠오르는 곳이다. 삶과 죽음에 관한 생각이 들기도 하고… 이러한 특징을 갖고 있는 사막에서 역설과 현실, 비현실이 담긴 작업을 하고 싶었다.

-작품에 컴퓨터 리터치 작업이 들어가는지?
최소한으로 가미된다. 나무시리즈 작업할 때 크레인과 사람들이 동원되는데 그런 걸 제거하긴 한다. 처음엔 리터치를 해야 하나 정말 많이 고민했다. 컴퓨터 작업을 안 하게 되면 작업이 전반적으로 쉽게 와 닿긴 하겠지만, 이게 예술이 되기 위해선 마술 같은 느낌이 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관객에게 바로 와 닿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정말 이런 게 가능할까?’란 느낌이 들도록 말이다. 사막시리즈 같은 경우는 파노라마가 길어서 7컷을 촬영하는데, 나중에 이어붙이는 작업을 컴퓨터에서 한다. 이런 정도로 최소한만 컴퓨터가 개입한다. 여전히 필름작업을 고수하고 있는데, 사막에서 필름이 녹아서 나중에 사진을 보면 노란색으로 나와야할 부분이 초록빛으로 나와 있다든지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부분조차도 컴퓨터로 리터치 하지 않고 있다.

손쉽고 편리한 디지털카메라를 놔두고 그는 지금까지 필름카메라를 사용하고 있다. 픽셀로 이뤄진 사진과 화학입자로 이뤄진 사진은 그 느낌이 다르다는 것. 또한 촬영 시 작가의 정성이 다르다고 한다. 아날로그로서 이래저래 손이 많이 가는 필름 카메라로 촬영할 때 정성이 안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이다. 필름은 섭씨 13도 이하에 보관해야 한다. 하지만 사막의 기본 온도는 50도. 열기에 변형된 필름은 각 색깔에 뒤틀린 파장으로 반응하게 되는데, 그는 이마저도 작업의 흔적이라 보고 전혀 손을 대지 않는다고.

▲고비 사막 촬영 당시… 이 때에도 촬영을 위한 많은 인력이 동원됐다.

-작품 촬영에 시간과 인력뿐만 아니라 비용 면에서 엄청난 투자가 필요하다고 들었다. 고비사막 촬영에 300명 인력 동원되고, 한 번 촬영에 기본 3주, 거기에 1억 원의 비용까지…
작품에 대한 믿음과 확신이 없으면 시작조차 할 수 없는 작업이다. 처음에 작업 시작할 때는 전작이 없다보니 아무도 후원을 해주지 않아 부모님의 도움을 받았다. 물론 그때도 자신은 있었다. 지금은 스케일이 점점 더 커지고 있는데, 작품 콜렉터들이나 화랑에서 작품을 미리 구입한다는 개념으로 후원을 해주고 있다.

그는 2007년 국내 첫 개인전 이후, 프랑스 '렌즈 컬쳐', 네덜란드 'FOAM' 등에 특집 기사로 실리며, 세계 사진계의 주목을 받았다. 쇄도하는 러브콜 속에 그는 뉴욕 최고의 사진 전문 갤러리 '요시밀로'에서 개인전을 개최하며 세계적인 작가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또한 지난 5월 글로벌 명품업체 LVMH(루이뷔통모엣헤네시)그룹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은 그의 작품 두 점을 내년에 개관할 파리 LVMH 박물관 소장품으로 구입하기도 했다.

-본인이 생각하는 세계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서양에서는 어떤 담론이든 간에 완성도 있게 끌어내는 걸 중요하게 본다. 예술이 무엇인가란 질문에 독특한 형식의 답변을 내놨다고 봐준 것 같다. 특히 서양인들에겐 없는 동양만의 서정적이고 선(禪)적인 요소들이 있다면서, 굉장히 거대하고 스케일이 큰 작업을 절제해서 소박하게 보여줬다는 것이 와 닿았다고 하더라.

-얼마 전, 현대건설 달력 제안을 거절했다는데. 사실 욕심날만하지 않은가.
해마다 달력 제작 제의를 받아 왔지만 거절해 오고 있다. 작가에게 대기업 달력이란 돈도 되고, 대중성까지도 잡을 수 있는 일이긴 하지만… 난 개인적으로 작가라면 대중적으로 알려지고 이미지가 노출되는 게 괜찮을까 하는 염려가 있다. 미술이란 공공성도 중요하긴 하지만, 미술관과 컬렉터가 작품을 소장할 때, 누구나 다 접근할 수 없고 소유할 수 없기 때문에 오는 애정과 의도가 담겨 있기 마련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작품이 너무나 쉽게 세상에 뿌려지게 된다면 기존 컬렉터에게도 누가 된다는 생각이 든다.

▲'나무시리즈' 촬영

-다음 계획 중인 시리즈를 살짝 공개해주길 바란다.
사막시리즈는 6회로 계획했고, 지금까지 아라비아 사막, 고비 사막, 툰드라 사막, 랜소이스 사막 다녀왔다. 조만간 아프리카 나미비아 사막에 다녀올 생각이다. 마지막 사막은 미정. 사막시리즈는 여섯 번으로 끝낼 생각이다. 다음 시리즈에 관한 구상들은 많이 해놓은 상태다. 대충 공개하자면… 말보로 담배 갑이나 스타벅스 종이컵과 같은 코드화된 일회용품을 이용해 작업 중이다. 이런 일회용품이 주는 여러 사회적 문제들에 집중해 보고 싶다.

그는 카메라를 협찬 받아 사용한다. 장비욕심 내면 한도 끝도 없다며, 거기에다가 만약 비싼 장비라고 한다면 신주단지 모시듯 하다가 소극적인 작가가 되면 안 된다는 생각에서 말이다. 사진작가라면 애인보다 더 소중하다는 카메라 한 대쯤은 당연히 갖고 있을 것 같지만 그는 작업할 때가 아니면 평상시에는 카메라를 일절 만지지도 않을뿐더러 아예 사진도 찍지 않는단다.

-경일대 사진영상학부 조교수로 강단에 서고 있다. 학생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얘기는?
‘많이 보고 많이 느끼고 많이 고민해라.’ 예술이란 건 절대로 이성으로 조합한다고 나오는 게 아니더라. 머리로 하는 게 아니더라는 것. 수도승처럼 자나 깨나 고민하고, 작업에 대한 생각을 멈추지 않는다면 어느 순간 이미지가 뿅 하고 올라올 것이다. 작업은 고민의 양에 비례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계획?
작업 구상단계서부터 관객들께 공개하고 싶다. 작업 현장에도 함께 가고… 작업의 첫 시작부터 함께 해 관객들이 다 느낄 수 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싶다. 내 작업은 결과물뿐만 아니라 작업의 과정자체 또한 전시이고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명호

 

1975년 대전 출생

△중앙대학교 일반대학원 사진학과 박사과정 재학, 중앙대학교 사진학과 학·석사과정 졸업

△개인전 : 정미소(서울, 2012), 성곡 미술관(서울, 2010), 요시 밀로 갤러리(미국 뉴욕, 2009) 외 다수

△기금·수상·입주 : 예술지원기금(서울문화재단, 2010), 내일의작가상(성곡미술관, 2009), 창동미술창작스튜디오(국립현대미술관, 2008) 외 다수

△소장처 : 장 폴 게티 미술관(로스앤젤레스, 미국), 키요사토 사진 미술관(키요사토, 일본), 서울 시립 미술관(서울), 국립 현대 미술관(과천), Hermes(파리, 프랑스)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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