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터수첩 속의 추억의 전시] 큐레이터 토크 9 - 후지와라 요지로의 아시아 희망네트워크 프로젝트
[큐레이터수첩 속의 추억의 전시] 큐레이터 토크 9 - 후지와라 요지로의 아시아 희망네트워크 프로젝트
  • 이은주 큐레이터(아트스페이스 갤러리 정미소)
  • 승인 2012.06.29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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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날 미술작품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전국의 수 많은 미술관과 전시장에서 이뤄지는 전시들을 물리적으로 다 감상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에 본지 <서울문화투데이>는 기획 연재를 통해 전시회의 최일선에서 담당하고 있는 큐레이터들의 전시기획 의도와 작가 및 작품에 대한추천글을 '큐레이터 수첩속에 기록돼 있는 추억의 전시' 코너를 운영하고자 합니다.

     코너는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들이 자신들이 앞으로 기획할 전시나 또는 지나간 전시라도 작품성이 높은 작품들을 다시 한 번 리뷰하는 형태로 진행됩니다.

     그 첫번째로 대안 전시 공간인 아트스페이스 갤러리 정미소의 이은주 큐레이터가 맡아서 연재할 계획입니다. 큐레이터님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독자 여러분의 깊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큐레이터는 전시기획뿐 아니라 공공연히 기획되는 크고 작은 프로젝트를 수행하기도 한다. 이번 토크에서 소개할 프로젝트는 2009년에 진행된 일본작가 후지와라 요지로의 <아시아 희망네트워크 프로젝트>이다.

▲후지와라 요지로 희망프로젝트 포스터

본 행사는 금산갤러리 주관으로 이루어졌으며, 일본과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네트워크 활동의 일환으로 기획된 행사였다. 이 시기에 후지와라 요지로의 작품은 헤이리 금산갤러리와 예술의전당에서 소개되었다. 작가는 손수건을 염색하거나 그려진 결과물을 모으고 이어서 자연과 도심의 건물을 덮는다.

▲Handkerchief Art Project in The Okayama Prefectural Museum of Art by Youjiro Fujiwara, 2008

작은 손수건이 모여 결국 거대한 크기의 천이되고, 이는 마치 사회의 작은 단위인 각 개별적 존재들이 하나하나의 소망이 담긴 소소한 이야기들을 엮어서 사회의 거대한 담론을 만들어 내는 행위라고도 할 수 있다.

즉, 그가 직접 제작한 손수건부터 외부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 혹은 프로젝트를 통해 제작된 시민들의 손수건을 엮어내는데 각각의 손수건에는 그들의 꿈과 희망이 모아져 있다. 이렇게 개별적이고 소소한 이야기들이 작은 천에 새겨지고 또 그 작은 천 하나하나가 실로 묶이는 순간 하나의 커다란 외침이 되기도 한다.

▲성동구지역아동센터 도깨비방망이 프로그램

이와 같은 맥락에서 본 행사를 소개하고 싶은 부분은 일반시민, 특히나 어린이들이 참여한 프로그램 결과물이 고스란히 작업화 되어 전시되는 지점과 더 나아가 관객이 어떻게 예술과 관계를 맺고 소통할 수 있는가에 관한 것이었다. 많은 미술체험 프로그램이 특정 이벤트로 막을 내리기도 하지만, 본 프로젝트에서 진행되었던 워크샵 결과물은 작가의 작업을 위한 재료가 되었으며, 곧바로 작품이 되었기 때문이다.

소통이라는 커다란 맥락아래 손수건 프로젝트를 진행해 온 후지와라 요지로의 작업이 2009년 수개월의 워크샵을 통해 완성된 결과물을 전시하는 장이 열렸다. 본 프로젝트 진행에서 예술의 전당에 소개되었던 작업 내용은 어린이들과의 교감을 통해 완성되었다.

이는 기존의 어린이 미술 체험 프로그램과는 차별화된 맥락으로 그 시작을 알렸다. 우선 이 프로젝트의 대상은 한국에 거주하는 다문화가정 혹은 문화적으로 소외되고 있는 차상위계층의 어린이들이었으며, 프로젝트는 작가의 작업의 큰 테제에 상응하는 ‘소통’을 주제로 아이들의 개별적인 꿈과 소망을 손수건에 담아 완성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지역아동센터, 방과후 교실, 문화센터를 중심으로 워크샵을 열었으며, 이 곳에서 제작된 손수건 한 땀 한 땀을 연결하여 하나의 커다란 설치물을 만듦으로써 하나의 개별적 산물이지만, 사회모두가 공감하고 인식해야 하는 오브제로 탈바꿈 시켰다.

4개월간의 워크샵 끝에 30개의 공간에서 2000여장의 손수건이 모아졌으며, 비로소 참여 어린이의 메시지가 하나의 작품으로 엮어졌다. 전시에서는 2000여장의 손수건으로 덮힌 설치물외 본 프로젝트의 진행과정이 담긴 동영상과 사진 아카이브도 공개하여 일회적 이벤트와는 차별화 되는 감상의 기회를 제공했었다.

이은주(李垠周) Lee EunJoo

홍익대학교 대학원 예술학과를 졸업했으며 판화와 사진 전문 아트페어인아트에디션 팀장을 역임했다.

현실과 환타지의 경계시리즈(2008), 다양한 매체 속에서 탄생된 예술작품의 시나리오(2008), 비주얼인터섹션-네덜란드사진전(2009), Remediation in Digital Image展(2010), 미디어극장전-Welcome to media space(2011), 사건의 재구성전(2011), 기억의방_추억의 군 사진전(2011) 외 다수의 기획전 및 개인전을 기획했다.

전시와 출판 관련 일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으며, 현재 아트스페이스 갤러리정미소 큐레이터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