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김연아만 바라보는 한국
[기자수첩] 김연아만 바라보는 한국
  • 서문원 기자
  • 승인 2012.07.03 16:30
  • 댓글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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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를 향한 황색저널리즘과 몰상식한 언행, 이제 그만했으면..

국내거주 외국인들은 김연아 선수하면 지난 2006~ 2007년 시즌 그녀를 세계적인 피겨스타로 등극시킨 ‘록산느탱고’ 무대와 2009년 ‘죽음의 무도’를 기억한다. “일본 선수들처럼 고난이도 기술을 넘어 예술의 경지를 보여줬다”며 ‘아티스트’라고 찬사를 보낼만큼 그녀는 이미 세계적인 스타이다.

요새 돌아가는 김연아 선수의 동정을 보면 존경은 바라지도 않지만 존중은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 지난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여자 피겨스케이팅 부문에서 세계최고신기록을 세우고 금메달을 수여받은 김연아.

김연아 등장 전까지 피겨스케이팅에 대해 누가 세계신기록과 금메달을 생각해봤던가? 물론 ‘김연아가 하면 모든게 용서된다’는 아니다. 하지만 정상적인 방법을 통해 사는 사람을 너무 몰아세우는 것도 이 사회가 얼마나 삐뚤어진 곳인지 바로 알수 있지 않나?

삐뚤어진 여론과 황색저널기사로 확산 꾀하는 한국사회란 ‘몰상식’ 그 자체

지난 5월부터 온라인 검색어 1위는 단연 김연아 선수다. 그런데 좋지 못한 소식들이 대부분이다. 김연아 황상민, 김연아 고소취하, 김연아 맥주광고, 김연아 진중권, 김연아 피소, 김연아 김미화 등 이루 헤아릴수 없는 ‘마타도어’가 온 매스컴을 맴돌고 있다.

최근 보도된 김연아 선수 긴급기자회견에서 ‘김연아 복귀’와 ‘소치 동계올림픽 이후 은퇴’가 그나마 그녀의 꿋꿋한 의지와 인내력을 엿볼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을 해봤다. 그럼에도 한국은 김연아 선수 안티들만 존재하는 느낌이다. 어떻게 3류만도 못한 황색저널기사들을 무작위로 보도할 수 있는지? 연일 김연아를 향한 비난여론을 확대해석하는 언론사들은 클릭뷰와 발행부수가 그렇게 중요한지? 

가령 지난 5월 22일 CBS 라디오 ‘김미화의 여러분’에 출연해 “김연아 교생 실습은 쇼”라고 발언해 논란을 일으킨 황상민 교수도 이해할수 없는 건 마찬가지이다. ‘김연아 선수 특혜 받았다’라고 지적하려면 먼저 ‘정치인ㆍ재벌 자식들’과 2년 전 검증절차 없이 특혜논란을 일으킨 ‘외교통상부 똥돼지’부터 비난했어야 하지 않을까? 진짜 권력을 가진 강자에 대한 배려 차원인가?

김연아 선수가 최근까지 비난 받는 결정적인 이유로 ‘돈’이 있다. 세계적인 피겨스케이팅 스타로 거액의 개런티를 받아 광고출연도 하고, 관리 회사도 설립하는 등 이런 일련의 과정들이 사람들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온 것이다.

하지만 김연아가 매 해 벌어들인 수익은 ‘권력형 비리’처럼 부정한 방법으로 올린게 아니다. 굳이 ‘얼마 벌었나?’까지 알 필요는 없다. 만약 김연아 선수의 수익을 놓고 따지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박지성 선수는 비난받아 마땅한 스포츠스타로 등극된거나 다름없다.

또한 1980년대 피겨계 여제 카타리나 비트(독일)와 매년 세계 최고의 광고 및 스폰서 등으로 수 억달러를 벌어들인 스포츠카 경주대회 포뮬라1의 슈퍼스타 미샤엘 슈마커도 ‘한국의 김연아’처럼 비난여론에 휩싸인 적이 없었다. 더 써볼까? 테니스 스타로 거부가 된 보리스 베커도 최근까지 이혼과 재혼을 반복했어도 미디어로부터 사생활만큼은 존중 받아왔다.

김연아 선수의 마지막 출전, 비난은 이제 그만!

독일은 30년전 동독출신 피겨선수 카타리나 비트 이래 세계적인 피겨스타가 단 한명도 배출되지 않고 있다. 한때 세계피겨스포츠의 유일한 강국으로 우뚝 섰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피겨계도 퇴보 중이고, 일본과 중국이 세계피겨스케이팅대회를 석권하고 있다.

이런 현실을 감안하면 앞으로 한국도 김연아 정도의 피겨스타가 나오기 힘든게 당연하다. 국내언론에서 어린선수들을 부여잡고 제 아무리 유망주라고 설명해도 일본 피겨선수들에 비하면 한참 못미치는 수준이다.

반면 피겨계의 라이벌로 알려진 일본은 김연아 선수를 바라보는 입장이 생각보다 냉철하다. 세계피겨선수권대회 전까지 아사다 마오와 안도 미키 등을 띄우기 위해 한국의 김연아 선수 깎아내리기, 주변 스캔들 보도 등 황색저널기사들을 보도한다.

막상 경기가 끝나면 ‘역시 스타’라는 찬사를 보낸다. 하물며 유럽과 미국 방송, 언론사들도 지난 2012년 벤쿠버 올림픽에서 김연아선수를 추켜세우며 ‘여왕의 탄생’이라며 앞다퉈 보도한 바 있다. 사실 이런 상황이 거꾸로 한국에서 이뤄져야 정상 아닌가?

피겨계 유일한 한국 대표선수로 출전해 온 국민들의 시름을 잠시 잊게 해준 어린 숙녀에게 과도한 비난은 그만했으면 좋겠다. 최근 김연아를 바라보는 미디어나 여론 어디를 봐도 ‘몰상식’이라는 단어밖에 생각나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