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 세계 9위 국립중앙박물관, ‘한류를 읽어라!’
[전시리뷰] 세계 9위 국립중앙박물관, ‘한류를 읽어라!’
  • 박희진 객원기자 (과천시시설관리공단)
  • 승인 2012.07.10 11: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수한 한국문화로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켜야 할 때

2005년 10월 용산에 한국을 대표하는 박물관인 국립중앙박물관이 문을 열었다. 국보와 보물을 비롯해 15만 여점의 문화재가 소장돼 있는 거대규모다. 아시아 최고라고 자부할 만큼 국립중앙박물관의 규모나 시설 면에서는 세계 6위(2005년 기준)를 자랑하고 있었다. 영국의 아트 뉴스페이퍼(Art Newspaper)미술전문매체에 따르면 2011년에 이어 2012년에도 한국의 국립중앙박물관은 9위를 기록했다. 반면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은 5년 연속 세계 박물관 관람객 순위 1위를 자랑하고 있었다.

국립중앙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은 자국의 역사가 그대로 숨 쉬고 있는 문화유산과 동시대를 상징하는 현대적 건축기술의 문화복합시설은 세계가 감탄할 만큼 놀라운 하드웨어를 갖추고 있는 박물관으로 유명세를 떨쳤다.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한류’에 힘입어 프랑스의 루브르박물관과 국립중앙박물관을 면밀히 비교하자면 자국의 역사성이나 문화유산의 활용가치가 높은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는 우리 쪽이 박물관 운영 면에서도 좀 더 발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여기서 ‘발전의 가능성’이라 함은 전시나 공연 등 박물관 복합시설에서 우리 문화를 생산해낼 수 있는 콘텐츠의 활용정도, 시대흐름에 따른 변화의 능동적 대처능력, 자국의 정신성을 발휘할 수 있는 디자인의 기능이 중요한 요소가 된다.

전시에도 트렌드가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블록버스터 기획전시의 흐름을 타고 세계문명 전시를 기획하여 해외 문화를 국내에 시리즈로 선보이고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한국-터키 수교 55주년을 맞아 ‘터키문명전 : 이스탄불의 황제들’이란 제목의 대형전시를 소개했다. 잉카전과 그리스 특별전에 이어 인산인해를 이루며 많은 사람들이 형제의 나라 터키의 문화유산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터키미술은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중국 실크로드의 종착지 문화가 잘 융합된 예술이다. 터키인들의 삶과 풍습, 종교성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는 세밀화와 유럽의 화려한 장식성, 동양적 채색의 미까지 담아내고 있어 매우 흥미롭다.

필자 또한 터키 예술과 독특한 역사성을 대변하는 예술품들을 관람하는 데에 큰 기대를 안고 있었다.   하지만 전시는 뭔가 불편했다. 세계 유수박물관과 세계문명과의 연계 협력 기획전시는 매우 훌륭하지만 정작 우수한 한국문화를 돋보이게 하는 상설전시는 주목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었다. 고려불화나 황남대총, 외규장각 의궤 등의 특별전시가 아쉬움을 달래기는 하지만 전시실을 가득 채운 관람객의 다수가 정작 우리 문화재 전시에는 주목하지 않는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관람객들의 이용수가 늘어남에 따라 국민들의 문화의식 수준도 높아져가고 이들에게 국가의 역사성이나 예술성의 위상을 높여 자부심을 갖게 하는 것이 박물관의 가장 큰 역할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반면, 한 예를 들어보자. 국립민속박물관은 지난해 세계 박물관 가운데에서 관람객 순위 16위를 차지했다. 국립중앙박물관에 비해 많이 차이가 나지만 국립민속박물관의 50%가 넘는 관람객이 외국인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뿌듯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이 결과는 국내 박물관 중에 최대 외국인 관람객 수를 자랑한다. 세계적인 교류도 필요하고, 세계적인 문화유산을 함께 공유하고 타국의 문화를 이해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지만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을 놓쳐서는 안 된다. 세계적인 하드웨어를 갖췄다면 세계인들이 주목할 만한 우리문화의 콘텐츠를 개발해 한국문화를 알릴 수 있는 박물관이 되어야 한다. 핵심은 ‘한국의 고유한 문화’를 알리는 데에 있다. 문화교류 또한 한국문화와의 관계에서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세계문명을 이해할 수 있는 우리 고유문화와의 연결고리를 잇는 세심한 기획력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