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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경의 여행칼럼] 필리핀 마닐라의 톤도울링 지역 아이들의 웃음 (3)
의식주 해결한 여유층이라면 약소층에게 베풀고 나눠주는 보람을 가져보자
2012년 07월 10일 (화) 11:51:13 이수경 도쿄가쿠게이대학교 교수 sctoday@naver.com

   
이 지역의 절반 이상은 정부가 만든 가설 주택지로 갔으나 약 40%는 남아서 아직도 쓰레기통에서 숯 재료를 찾거나 쓰레기를 주워서 생계를 잇는다고 한다. 그 옆을 지나서 마을 안으로 들어가니 철창으로 막아 놓은 과자 판매대 같은 구멍가게 아래에서 어린 꼬마들이 과자를 먹거나 작은 비닐에 든 물을 구입해서 마시고 있다. 아이가 먹는 스넥 과자 맛을 보니 정말 짠 맛이다. 냉장고가 없어서 맛이 오래가는 과자를 만들다보니 짠 맛을 선호하게 되는 것 같았지만 이런 두 세살 먹은 애들이 저토록 짠 과자에 익숙하면 앞으로 건강은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연기에 휩싸인 과자 가게

   
알렌의 막내 여동생

Evelyn가 필자를 어느 집으로 안내를 하기에 나무 계단 위의 방으로 들어갔더니 옛날식 TV가 흔들리는 전파도 아랑 곳 않고 켜져 있었고, 문지방 위에는 겨우 엮어 놓은 전기 플러그 세 개가 적당히 전선과 뒤엉켜 꽂혀져 있었다. 가구라고는 거의 볼 수 없었고, 부엌에는 작은 밥솥이 프로판 개스 위에 얹혀져 있었다.

   
알렌의 아버지의 손

방 가운데는 두 손이 온통 뭉그러진 그 집의 남편인 듯한 사람이 의자에 앉아 있었고, 아직 겨우 걸음마를 뗀 어린 딸아이나 아들은 2층 다락방 같은 곳에 오르락 내리락 하며 놀고 있다.

   
알렌의 집의 전기 플러그

   
알렌의 몸은 상처투성이

방 입구의 의자에는 알렌이라는 어린 소년이 가슴 등에 상처가 많길래 필자가 왜 다쳤냐고 물어봤더니 쓰레기 주우며 깨진 유리 파편에 잘리거나 유리가 박혀서 난 상처라고 한다. 나중에 이 아이가 경인방송의 시리즈에 등장한 비운의 아이였음을 알게 되었으나 일본서 정보를 수집해간 필자에게는 그 어린 아이에 대해 알지는 못했다. 단지 그 가난이 참으로 지긋지긋하게 몸서리쳐지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울링안에서 숯 굽는 아이들

아이러니컬하게도 이 동네 이름을 그들은 Happy Land라고 한다. 병원이나 제대로 된 학교는커녕, 물도, 전기도 공급되지 않고, 썪고 오염된 물이 가득한 곳에서 쓰레기를 태워서 살아가는 그들의 환경은 인간이 최소한 누려야 할 기본적 주거 환경조차도 미치지 못하였지만, 그들은 그나마 신앙심으로 현실을 극복하는 것 같았다. 모든 물질적 풍요로움에 젖는 것이 반드시 행복한 것도 아니기에 무욕의 행복함이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지만, 그들의 삶은 초라하다 못해 비참할 정도로 느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울링안의 학교

마을 뒷 쪽의 방파제 밑에 까지 갔다가 마을의 학교라는 창고 같은 곳에 갔더니 일요일이라서 꼬마들이 많이 모여 있었고, 그곳에는 보기에도 비위생적인 고기구이나 과일 몇 가지를 팔고 있는 여자들이 있었다. 애들은 밝고 해맑은 웃음이었으나 얼굴은 모두 숯 연기에 그을린 탓에 새까맣다. 그곳을 돌아 나오다 보니 젊은 친구들이 당구를 즐기고 있었고, 한 곁에는 태어나서 6개월 된다는 어린아이를 달래는 어린 엄마가 있었다. 아기를 좋아하는 필자기에 어린 아이를 안고 보니 아이의 영양은 과히 나쁘진 않다. 걱정은 이 아이의 어린 엄마였다. 몇 살이냐고 물으니 17살이라고 한다. [제인]이라는 그녀의 다소곳한 얼굴이 대화 속에서 웃음을 찾자 앞니가 부서진 게 보기가 안쓰럽다. 제대로 된 기술도, 학교 교육도 받지 못한 채, 앞으로 어린 애를 혼자서 어떻게 키울까?

   
울링안의 아이들과 필자

이 빈민촌에서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결국 다람쥐 쳇바퀴 같은 가난의 구조 속에서는 가진 몸을 팔거나 쓰레기를 줍거나 하는 일 외에 무엇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어린 이 모자나 그녀 뒤에 만삭이 된 다른 어린 소녀를 보다 보니 참으로 가슴이 아플 수밖에 없었다. 하다못해 그들이 관광객을 만나서 물건을 팔며 바가지를 씌울 단계조차 거리가 멀어보였고, 이런 빈민층의 구조기에 결국 풍요로운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를 매매춘과 도박장으로 만드는 마수의 손길이 뻗친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절머리 날 가난 속에서 무너져가는 심신의 비명이 들리는 듯하여, 같은 필리핀 동포를 무시한 채 자신들의 영달과 무사 안일만 추구하며 부를 축적시켜 온 기존의 이기적인 권력자들의 사욕들이 더더욱 역하게 느껴졌다.

   
울링안의 아이들과 필자

각종 범죄와 위험 속에 내팽개쳐진 이 해맑은 웃음의 어린 아이들이 절망 속에서 평생을 살아간다면 정말 너무나도 세상은 불공평하다. 이 톤도 스모키 마운틴 지역에서 쓰레기로 살아가는, 부유층들에겐 존재하지도 않는 이들 3만 명의 생활은 과연 어떤 식의 도움으로 구할 수 있을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내내 걸으면서 온통 그 생각으로 가득했다. 일시적인 경제적 도움을 시도했다가 과거에 몇 번 실패를 경험한 적이 있다. 안일한 경제적 도움이 인생 전체의 도움은 못 된다는 것을 깨닫기에 자립을 돕는 자활 교육, 기술 습득, 고용 창출의 기회, 기업의 도움, 사회적 제도 마련… 그런 교육적 사회적 인프라가 정비되지 않고서는 인생 자체를 도와줄 수는 없는 것을 익히 잘 알기에 많이 갈등하며 고민을 하였다.

   

해피랜드를 돌아보고 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눠보고, 그들의 순박한 성격에 따스함을 느끼며 우리는 해피랜드의 60%가 이주한 가설주택지 Baseco지역으로 갔다. 여기는 해피랜드 보다는 주거 환경이 그나마 정리가 되어 있었고,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놀 수 있는 놀이터가 정비되어 있었다. 게다가 마을 여기저기서 St.Johns Baptist Fest를 즐기느라 사람들이 수도물을 뿌리며 즐거워하고 있었으나 해피랜드에는 그런 놀이조차 할 수 없었고, 꼬마가 물총으로 노는 정도였으니 차이가 현저했다. 커뮤니티 센터도 있고, 그나마 자그마한 슈퍼 같은 모양 새있는 곳도 보여서 안심은 했다.

바세코 지역을 둘러 본 뒤 근처의 시민 극장 부근의 해변 가에서 필리핀 음식으로 점심을 먹은 뒤, 우리는 서둘러서 케손시티에 있는 다른 쓰레기 하치장인 덤프 사이트로 향했다. 가다보니 최고의 사립 명문대라는 아테네오 대학이나 국립 UP가 오른 쪽으로 보였다. 시간이 없어서 밖만 보았으나 높은 빌딩보다는 낮고 넓은 캠퍼스의 대학 같았다. 포럼에 참석한 지인 교수가 별도 스케쥴로 아테네오 대학교를 다녀온 뒤, 필리핀의 별세계 같았고 학생들도 일반 대학생들과는 다르더라고 알려줬다. 그 주변에는 큰 병원이나 현대식 학교들도 눈에 띄었다. 

그곳에서 30분 정도를 달리니 마닐라시와 다른 넓은 도로와 숲으로 한적한 케손시티로 들어섰고, 물어서 덤프 사이트의 스모키 마운틴을 갔으나 이미 실습기관이 되어서 쓰레기 매립장은 폐쇄된 듯하였다. 게다가 도로 곁으로 쓰레기 처리장이 분산되어 있었으나 모두 함석판 등으로 벽을 만들어서 안의 쓰레기 처리가 바깥으로 잘 보이지 않게 되어 있었다. 물론 내부의 쓰레기 분리 작업을 하는 모습이 여러 군데서 보였다.

다행히도 아이들을 포함한 지역 사람들의 거주지는 적어도 해피 랜드 정도의 극빈촌은 아닌 듯하였다. 수도물이 나와서 물장난을 치는 아이들이 많이 보였기 때문이다.

   
마닐라성당

그렇지만 어딘지 모르게 씁쓰레하고 아픈 맘으로 마닐라를 향하다가 Evelyn이 마닐라 대성당을 안내해 준다. 1581년에 건설된 대성당은 인트라무로스(스페인 식민지 당시 1606년에 완성된 성벽도시로, 정치 종교 군사의 요지였다)의 산티아고 요새 입구에 크게 자리하고 있는데, 건설 이후 6차례나 지진, 전쟁, 태풍 등의 손실을 입은 비운의 성당으로, 입구의 청동문이 어딘가 피렌체의 두오모에서 느끼던 중후함과 겹쳐지는 느낌이었다. 그곳에서 설명을 듣고 사진을 찍자니 코코넛 나무로 만든 묵주를 값싸게 사라고 할머니 한분이 다가 오신다.

   
산 오거스틴 교회(유네스코 세계유산)

아주 섬세한 제품에다 별도 기념품을 구입할 시간도 없을 것 같아서 종교를 떠난 기념품으로 간직하려고 구입을 하였다. 그리고 마닐라성당에서 시내 쪽으로 향하는 좁은 길로 들어서니 왼쪽에는 스페인 시대의 흔적을 연상하는 음식점 들이 즐비하다. 그 맞은편에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 지정된 간판이 보이기에 차를 세웠다. 1587년에 건축을 시작한 Church of SAN AGUSTIN으로, 1993년에 유네스코의 세계 유산으로 지정되었다고 적혀있다. 오렌지 색상이 곁들여진 교회 건축은 마닐라성당과는 또 다른 따스함과 나무 조각으로 새겨진 부조물 등이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었고, 교회 안에서는 마침 결혼식이 진행 중이어서 내부까지 세세히 볼 수는 없었으나 웅대하고 화려한 곳이었다. 그 주변에 산토 토마스 대학 등이 있다고 하나 저녁 시간이 되어가던 터라 더 이상 볼 시간이 없이 호텔로 향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산 오거스틴 교회에선 결혼식이 거행중

호텔로 돌아오는 내내 필자의 마음속에는 교단에 서는 자의 사회적 사명에 대해 생각을 했고, 해피랜드의 어린 아이들 웃음이 가슴 속에 박혀있었다. 그런 마음을 간직한 채 어둠이 내리는 호텔 입구에서 Evelyn가 재회를 약속하고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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