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경의 일본속보]일본 공무원 3년 연속 월급 삭감과 단 돈 천원에 인생을 망친 두 강도범 이야기
[이수경의 일본속보]일본 공무원 3년 연속 월급 삭감과 단 돈 천원에 인생을 망친 두 강도범 이야기
  • 이수경 교수(도쿄가쿠게이 대학)
  • 승인 2012.07.16 0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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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보내 온 김치로 학생들과 양푼비빔밥을 만들어 먹은 후...

 

▲필자 이수경 교수

아침에 학교를 갔더니 이 달7월부터 [월급 7.77% 삭감]이라는 내용의 봉투가 메일 박스 안에서 필자를 기다렸다. 작년 3.11 대지진 이후 동북 지방의 츠나미 피해 복구로 약 23조엔 예산이 투여되기에 일본 정부는 최대의 절약을 해야 한다는 뉴스는 나왔지만 직접 받아보니 실감이 났다.

이로써 3년 연속 월급이 삭감이 된 것이다. 일본의 대부분의 공무원들은 35년 융자를 받아서 주택을 구입하고, 부부가 맞벌이를 하여 아이 한 둘을 교육시키기에 이번 삭감은 큰 타격임에 틀림없다. 게다가 집을 가지면 고정자산세 등의 세금 지불에 정신 없는게 선진국의 공통점이다. 월급이 감봉 된 만큼 세금 종류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니 큰일이라고 어느 노교수가 말을 한다.

지방 공무원들은 각 지자체 경영에 일임하지만 국가 공무원은 특례법안이 6월 29일에 국회를 통과하였기에 2014년 3월까지는 모두 인내하고 감수해야 하는 입장이다.

물론 일부 반대의 움직임도 있지만, 현실 문제는 물론, 아직도 가설 주택에 살고 있는 동북 지방 사람들의 고충이나 츠나미로 희생된 사람들 혹은 그들 유족을 생각하면 감내해야 할 시기인 것 같다. 그래서 필자도 이런 시기엔 차분히 서고나 사료에 파묻혀 연구나 하며 조용히 시간을 보내야겠다고 다짐을 해 본다.

▲학생식당에서 공수해온 밥과 양푼으로 김치 등을 넣고 한꺼번에 비비는 학생들
그런 필자에게 마침 친구가 마닐라 포럼 이후 냉방병으로 골골하는 필자를 위해 얼큰하게 김치 찌개 해서 먹고 힘내라며 각종 김치나 양념을 공수해 줬고, 일본에선 귀하디 귀한(특히 필자에겐) 참외도 챙겨준 한국 친구들 덕분에 필자는 오랜만에 밝고 행복한 순간을 맞았다.

각종 김치를 박스 가득히 항공편으로 보냈기에 직원들의 연락을 받고 사무실로 갔더니 직원들이 나를 열렬하게 환영한다. 발효식품인 김치 팩이 무더위에 풍선처럼 부풀어서 사무실에 냄새가 퍼지던 터라 내가 안 오면 어쩌나 모두 걱정을 했다고 한다.

농담으로 [김치 찌개 해서 같이 먹으려 했더니 수업 때문에 그러지도 못하네] 했더니 [와 주셔서 정말 고마워요!!] 하며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하긴 그런 걱정을 할만도 하다. 평소엔 수업도 많은데다 학생들 교육 실습 담당도 하는 터라 사무실 우편물 가지러 갈 여유가 없을 때도 많다. 그렇게 되면 이 무더위에 주말을 넘겨야 하니 김치 팩이 고무 풍선 처럼 부풀다가 터졌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고마운 사람들의 따스한 마음을 가슴 뿌듯이 안고 연구실로 와서는 창문을 열어 놓으니 한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 온 4학년생들이 와서는 김치 냄새가 난다며 배가 고프다고 한마디씩 한다. 내 친구는 얼큰한 찌개로 필자가 기운 차리라고 보내줬지만, 내가 끓여서 혼자 먹느니 공수 과정에서 적당히 새콤해진 김치 몇 가지를 넣고 비벼서 이 학생들과 같이 밥을 먹는다면 그것도 값지고 훈훈한 기억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양푼에 비빈 김치비빔밥을 동료교수와 학생들과 맛있게 나눠먹는 모습

그래서 학생들보고 [그럼 흰 밥과 큰 양푼이 같은 그릇 조달은 어떻게 하지?] 했더니 세계 일주 여행으로 서바이벌을 경험한 남학생이 학교 식당에 가서 흰 밥 몇 인분을 구입하여 스텐레스 양푼이 채로 가져왔다.일단 가장 부풀어 오른 배추 김치와 깻잎 김치 등을 넣고 스푼으로 모두 비비자고 했다. 지인 교수도 합세하여 총 일곱 명이 재잘거리면서 김치 비빔밥을 비비는 것을 보니 왠지 오랜만에 정겨운 분위기를 느꼈다.

물론 독자들도 상상하리라. 이 여름철의 우리 연구동에 김치 냄새가 얼마나 퍼졌을까를… 하지만 동료 교수들도 다문화 체험하며 지나가는 듯 했고, 그들도 간혹 학생들과 연말이나 학기말에는 음식 만들어서 파티를 하기에 이해를 해줬다.

음식에 고추장이나 참기름이 없어서 허전했지만 모두들 김치로 만족하고 있었다. 사실 비빈 그 김치밥에 콩나물 국이 있었더라면 금상첨화였으리라. 영양도 있고 간편하게 만들어서 먹을 수 있는 콩나물 국은 속 쓰릴 때나 새콤하고 매운 음식을 먹을 때는 속풀이에 최고의 음식이다.

일본에서는 콩나물(모야시) 한 봉지가 65엔 전후다. 무더위에 시원하게 식힌 콩나물 국을 마시거나, 신문사의 필자 친구가 가르쳐준 대로 콩나물 국에 채 썰은 무와  마늘 간 것을 좀 넣어서 먹으면 정말 훌륭한 힐링 푸드가 된다. 유학생들이나 일본의 자취생들과 모이면 우리는 아예 [모야시 사마]의 소중함과 가치를 논의하기도 한다. 평소에 잊고 사는 작은 존재가 실은 가장 소박하면서도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절대적인 존재임을 깨닫게 해 준 시간이 되었다.

▲양푼에 함께 비빈 비빔밥을 나눠들고 필자(가운데)와 학생들이 흐믓한 표정으로 카메라를 보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친구의 배려로 김치 시간을 즐긴 뒤 귀가를 하니 별 것 아닌 충동 때문에 인생을 망친 사람들의 뉴스가 나오길래 어수선한 사회 분위기 때문에 사람들의 판단력이 흐려지고 있다는 심각성을 느꼈다.
그 중의 하나를 소개하자면 [ 1엔짜리 동전 66개 털다가 쇠고랑 찬 두 남자] 이야기이다.

▲김치와 함께 한국 친구가 보내준 참외 등의 과일들
7월13일자 뉴스에 의하면 도쿄의 한 러브호텔에서 여성 종업원(56세)을 협박하여 현금 66엔을 강탈하였다고 하여 경시청 조직 범죄대책 2과와 이케부쿠로 경찰서는 강도와 건조물 침입 용의로 도쿄 나카노쿠에 사는 직업 불명의 사와무라 야스시(45세)와 네리마쿠에 사는 무직 하야시 노리가즈(36세) 두 용의자를 체포했다고 한다. 경찰서에 따르면 두 사람 다 용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이름까지 밝혀진 상황이기에 소개를 한다.

그들은 도쿄 이케부쿠로의 러브호텔에 침입하여 프론트의 여성 종업원에게 과일 칼을 들이대고 [돈 내놔!!]라고 협박. 여성의 뒤에서 입을 막은 채 프론트 안을 물색하여 비닐 봉투에 들어있던 현금 66엔을 강탈해서 달아났다고 한다. 경찰에 의하면 프론트 안에는 종업원 월급 등 약 60만 엔이 있었지만 두 사람은 결국 찾지 못했고, 1분 뒤에 도주했는데 여성은 다행히 무사하다고 했다. 그리고 뺏긴 현금은 전부 1엔짜리 동전이었는데, 호텔 앞 길바닥에 뿌리고 도망쳤다고 한다.

66엔이면 7월13일자 환율로 따지면 한국 돈 958.74 원이다. 결과적으로 남의 것을 간단히 빼앗으려는 사욕 때문에 두 사람이 천원도 못 되는 돈을 털다가 강도범이 된 것이다.

인생을 살다 보면 돈이 없거나 힘든 경우에 처해질 때가 적지 않다. 그럴 때는 가능하다면 비록 임금은 적으나 아르바이트나 노동을 하여서 기본 생활이라도 유지하며 힘든 시기를 넘기는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고, 절약을 하며 사람들과의 교제비를 줄이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또한 내게 비축한 것도 가진 것도 없을 때는, 내가 시험 받는 시기라서 다음 도약을 위한 내 자신을 연마하고 수련하는 기간으로 생각하면 남의 것을 탐하지 않고 살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여유가 없건만 있는 사람과 비교하는 어리석음이 탐욕스런 유혹을 자아낼 수 있으니, 결코 남과 비교하여 버거워지는 삶으로 무리하게 살지 말고, [나는 나답게 나의 삶을 걷는다]는 자신의 본분을 깨닫는 것이 초라해지지 않고 당당히 살 수 있는 마음가짐이 될 것이다. 남을 위협하여 쉽게 뺏은 돈이 내 재산으로 남겨질 리가 없지 않나? 30--40대의 그 나이에 범죄자로 전락되어 사회적 신용을 잃으면 정작 사회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려고 할 때는 후회 막심한 걸림돌이 된다는 것은 너무도 명백한 이치이다.

어차피 일장 춘몽의 삶. 한번 살다 가는 것, 범죄자로 치부 받아 삶 전체를 모욕적이고 수치스럽게 살아야 하고, 그 가족 조차도 욕이나 들어야 하는 어리석음은 자제를 해야 한다. 순간적인 욕심으로 판단을 그르치면 평생 씻지 못할 오명의 삶으로 전락하여 밝게 살아가기 힘들게 된다. 힘든 때 나를 다스리며 욕심을 버리고 사소한 것에도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삶이 될 것이다.

일본 기상청은 지금까지 경험한 적이 없는 듯한(これまでに経験したことのないような) 집중 물폭탄이 구마모토(熊本)와 온천으로 유명한 오오이타(大分)를 덮쳐서 많은 이들의 희생이 생겼다고 연일 보도하고 있고, 이 글을 적는 순간에도 도쿄엔 폭우가 쏟아지고 있다.

지구 전체의 이상 기온과 불안정한 경제 상황 때문에 모두들 어두워지기 쉬운 힘든 시기이다. 이런 때일수록 자신을 돌아보고 내가 앉을 자리를 튼튼히 다지는 작업이 필요하다. 앞을 가늠하기 힘든 때 일수록 긍정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희망으로 인생 설계를 꾸미며 앞날에 대한 대처를 강구하는 사람이 빨리 현실 타개를 할 수 있다.

혹시 마음이 힘들거나 우울한 시간에는 오랜 만에 콩나물과 무를 사다가 콩나물 국과 콩나물 비빔밥을 만들어서 편안하고 행복한 순간을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무리한 외식보다 자그마한 만족이지만, 이런 만족에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틀림없이 그 삶은 따스하고 풍요로운 삶으로 이어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