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평우의 우리문화 바로보기] 서울시청과 토건세력
[황평우의 우리문화 바로보기] 서울시청과 토건세력
  •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
  • 승인 2012.07.19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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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
토건국가, 토건자본, 토건족, 정권과 건설권력……. 이런 용어가 세간에 화두가 된지는 이미 오래이지만, 정치권과 결탁된 토건세력들이 정치권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천박한 정치권의 만행에 대해 체질적으로 순응만 하는 일부 권력 밀착형 건축가와 토건권력이 있다는 사실이 더 놀라울 뿐이다.

필자는 서울시청 뒤에 있으며 괴상하게 생긴 유리박스를 보면 그 자리에 왜 그러한 형태로 장난감 유리블럭이 있어야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이해할 수 없다는 필자의 말에 건축가들은 화를 낼 수도 있을 것이지만, 건축이 너무 어려우면 건축가만을 위한 건축이 된다. 건축은 쉬워야하며 보기에 좋아야한다.

지나친 의미부여와 억지로 이해시키려고 하는 것은, 보는 이로 하여금 피로만 누적시킬 뿐이다.  어느 건축가가 말하길 건축은 시대를 담아낸다고 한다. 과연 유리박스가 어떤 시대정신을 담아냈는지 궁금할 뿐이다.
심지어 괴상한 유리박스를 설계한 사람은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서울시청을 철거해야할 대상이라고 한 언론인터뷰에서 오만하고 몰역사적인 자신의 한계를 나타냈다.

과연 그 건축가가 역사가 묻어있는 건물에 대해 철거해야 할 건물이라고 말할 자격이 있는가이다. 그 어떤 건축물도 역사가 있다. 감히 철거해야한다는 폭력적 발상은 어디서 출발했는가. 필자는 한국에 있는 일부 권력형 건축가들의 역사의식에 큰 문제가 있다고 본다.

그들은 건축을 어렵게 만들어 놓고, 공간개념, 열린공간, 소통 등등 온갖 미사여구를 들이대며 포장을 해댄다.

앞에서 말했지만 건축은 쉬워야한다. 짓기도 쉽고, 느끼기도 쉽고, 사용하기에도 쉬워야한다. 건축은 인간을 위압하는 형국이어서도 곤란하다. 건물은 사람이 보기에 편해야한다.

또 유리박스(서울시청)를 설계하고 얼마나 자기의 의지를 관철했으며 신축과정에 관여했는지 알 수도 없다.

2009년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조사 연구한 ‘문화재의 공익적·경제적 가치분석 연구’ 가치 산정에는 전국 취업자 1000명을 대상으로 문화재마다 ‘보존활용에 매년 세금으로 얼마를 낼 수 있는지’를 조사해 평균한 금액에 취업자 숫자를 반영하는 ‘조건부가치측정법’(CVM)으로 연구되었다. 미국, 영국, 이탈리아 등 선진국도 자연환경이나 문화재 등 가치를 평가할 때 이 방식을 쓴다.

이 연구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사적 122호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창덕궁(후원 포함)의 경제적 가치는 3097억 4000만원으로 나왔다. 팔만대장경으로 알려진 해인사대장경판(국보 32호)의 가치는 3079억9000만원으로 산출됐다. 울산대곡리반구대암각화(국보 285호)는 4926억 원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종묘제례(중요무형문화재 56호)와 종묘제례악(중요무형문화재 1호)의 가치는 3184억 원으로 평가됐다.

속리산에 있는 수령 600살 정도의 소나무인 정이품송(천연기념물 103호)은 4152억 원으로, 1926년 일제 강점기 경성부청사로 지어진 서울시청 청사(등록문화재 52호) 가치는 2278억 원으로 조사됐다. 현재의 유리박스 시청의 가치는 과연 얼마나 될까?

더 한심한 것은 얼마 전 한 경제지의 칼럼에 덕수궁 돌담을 헐고 서울광장을 더 넓혀보자고 한 건설산업포럼 대표의 주장이다. 그는 덕수궁 담장이 1962년에 지어졌다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했는데, 덕수궁 담장은 원래 있었고 토건족들의 만행인 도로 확장으로 철거되었으나 원래의 모습에서 후퇴하여 다시 만들어진 비운의 역사이다.

문화재이며 우리의 역사와 문화가 담겨있는 덕수궁의 담장을 철거하자는 주장에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으며 그들의 뇌 구조가 어떻게 만들어져 있는지 궁금할 뿐이다.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된 문화재를 철거해야한다는 건축가! 궁궐 담장을 헐어 광장을 넓혀보자는 건설산업포럼 대표의 황당한 주장이 가능한 나라! 오늘의 대한민국! 토건세력들의 공화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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