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어주는 오 시장님'만 다르고 같다?
'책 읽어주는 오 시장님'만 다르고 같다?
  • 강승환 기자
  • 승인 2008.11.04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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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란히 열리는 ‘서울와우북페스티벌’과 ‘서울북페스티벌’의 차이
 
제4회 ‘서울와우북페스티벌’이 개막된 9월 26일 낮, 홍대 앞 주차장 거리는 제법 부산했다. 수십여 개의 부스가 이미 설치되어 시민들이 전시된 책을 구경하고 있었고 중앙무대는 개막공연을 위하여 한창 준비를 하고 있었다.
 
밀폐된 공간에서 밖으로 나온 책들
2005년 제 1회 ‘서울와우북페스티벌’의 슬로건은 ‘거리로 나온 책’이었고 2회는 세상과 소통을 하고자 ‘책, 세상을 보다’로 정했다, 지난해는 책이 즐겁다는 슬로건으로 ‘난 지적으로 논다’로 그리고 올해는 다양한 문화가 결합하여 책과 시민과 거리를 좁히는 ‘책, 연애를 걸다’로 정했다.
 
9월 26일부터 3일간 열린 ‘서울와우북페스티벌’은 도서관, 걷고 싶은 거리, 갤러리, 카페, 대안공간 등을 중심으로 거리도서전, 와우책시장, 저자와의 만남, 북콘서트, 낭독의 밤, 강연 등 지난해와 비슷한 프로그램을 갖고 열렸다. 지난해와 너무 닮은 개막식과 현암사, 문학과 지성사, 실천문학사, 열린책들, 책세상 등 작년에 이어 올해도 참여한 출판사들, 이들 출판사가 참여한 거리도서전은 여러 장르의 도서들을 다양하게 만나볼 수 있는 자리였다.
 
대부분의 도서들이 할인판매 돼 행사장을 찾은 독서광들의 발길이 분주하게 이어졌다. 와우북시장에서는 책 판매 및 교환 그리고 책과 관련된 체험프로그램 등이 진행되었는데, 걸음을 멈추게 한 것이 바로 체험프로그램이 있는 곳과 책놀이터였다.
 
축제 둘째 날, 책놀이터를 찾았다.
지난 7월에 타계한 고 이청준 선생의 동화 ‘할미꽃은 봄을 세는 술래란다’가 마임 퍼포먼스로 공연되고 있었는데 많은 시민들과 같이 감상을 하였다. 부모와 함께 있는 부수는 당연 체험프로그램이 있는 부수였다. 클레이 책과 그림책 만들기, 가면과 갈피표 만들기 등이 아이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었고 직지인쇄체험도 아이들은 신기한 듯 참여를 하고 있었다. 이 축제의 백미는 지난 7월에 타계한 고 이청준 선생을 위한 행사였다. 기상캐스터가 읽어주는 낭독회와 창작 퍼포먼스, 그리고 시민 낭독릴레이였다.
 
텍스트와 예술과의 만남도 있었는데 인형극, 설치미술전, 북콘서트 등도 있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은 프로그램을 보고 장소를 찾는데 여기 저기 물어 봐야 하는 고충을 갖아야 했다. 중앙행사장과 너무 떨어진 장소, 복잡한 홍대 앞 상업 지구를 잘 모르는 시민들이 행사장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또한 거리로 나온 책 축제가 가을의 문화향기를 책과 함께 즐길 수 있어 좋을지 모르지만 특색 있는 프로그램들은 별로 없었다. 부대행사가 제법 다채로워졌는데도 말이다. 시민들과 소통의 길이 그리 크지 않았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할인판매장 같은 출판사 거리도서전은 옥의 티
주 전시장인 출판사가 참여한 거리도서전은 서점의 할인 행사장 같이 보였고, 다양한 책이 아니라 아동도서가 다른 책에 비하여 많았다는 것도 아쉬웠다. 책이 시민에게 연애를 하기 위해서는 좀 더 신경을 써야 하지 않았을까. 책이 시민과 함께 하는 축제가 아니라 판매를 하기 위한 축제였다면 조직위원회나 출판사는 반성을 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와우북페스티벌’은 출판사가 주관하다가 작년부터 조직위원회가 만들어져 행사를 주관해왔다. 출판사가 주관한 행사는 상업주의로 흐를 수 있는 위험이 있었으나 조직위원회가 만들어져 행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출판사나 행사에 참여한 단체, 조직위원회는 이번 축제를 위해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또한 이번의 축제로 인하여 좀 더 성찰된 모습으로 다음 축제를 준비하길 바란다. 이번 슬로건처럼 책이 시민과 연애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대한다.
 
상업성도 문제지만 서울시의 보여주기식 전시행정이 더 큰 문제
‘와우북페스티벌’이 끝나기가 무섭게 서울시 주관으로 ‘서울북페스티벌’을 10월 10일부터 10월 12일까지 경희궁에서 연다고 한다. 주제는 ‘서울에 책이 있다’라는 슬로건이다. 아무리 독서의 계절이라고는 하나 비슷한 내용의 책 축제가 비슷한 시기에 열린다는 것은 낭비가 아닌가 싶다.
 
4년 전부터 열린 ‘서울와우북페스티벌’을 하고 있는데 따로 축제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같이 했으면 더욱 풍성한 축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프로그램도 와우북페스티벌에 비하여 규모면이나 다양성에 있어 많이 떨어진다. 이런 축제를 꼭해야 하는 것일까.
 
책 읽어주는 시장님이 차별성이 있는 프로그램?
‘서울북페스티벌’은 서울시의 생색내기 축제가 아닌지. 시장님이 책을 읽어주니 많은 시민이 참여를 할 것이라는 발상은 어디에서 나왔는지. 상식 밖의 전시행정에 짜증이 날 지경이다.
 
이번 ‘서울북페스티벌’에서 예정된 북크로싱 프로그램이나, 동화구연, 저자와의 대화 등은 이미 2주일 전에 와우북페스티벌에서 충분히 보여주었다. 정말 ‘서울북페스티벌’을 왜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이번 행사로 끝을 내고, 내년에는 와우북페스티벌과 합쳐서 축제를 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합치지 못할 이유도 없어 보이지만 만약 합치지 못한다면 차별성 있는 프로그램으로 행사를 하는 것이 시민들의 다양한 문화경험을 위해 좋지 않을까.
 
강승환 대기자 atleo@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