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큐레이터 ‘스타 만들기’ 열풍… 기획에 충실할 것!
미술계 큐레이터 ‘스타 만들기’ 열풍… 기획에 충실할 것!
  • 서울문화투데이 박희진 객원기자(과천시시설관리공단)
  • 승인 2012.08.03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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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대한민국 미술계가 떠들썩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 기록을 찾아보면 대한민국 미술대전을 시작으로 국내 최대 규모의 특전들이 줄을 지어 공모전을 소개했다. 당시 공모전은 ‘화려한 입신’을 꿈꾸는 신진작가들의 발판이 되는 기회가 되기도 했고 공신력 있는 공모전을 통해 작가들의 기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었다. 공모전의 역할은 그러하다. 전시를 등용문으로 자리 굳히게 하고 작가들을 발굴하는 데에 한 몫을 한다.

공모전의 후한 상금은 작가들에게 가뭄의 단비 같은 존재이기도 했다. 덕분에 작가들은 더 많은 재료로 다양한 작품을 만들어내는 데에 매진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공모전이 치열해질수록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이들에게는 피 말리는 작업이 되고, 피 말리는 작업 끝에 허망함이나 희열은 극과 극으로 대비된다. 이것이 공모전의 매력이기도 하고 치열한 예술세계에서 자기를 개발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따라서 공모전의 효과를 톡톡히 보려면 공모전시는 그 어느 전시보다도 작품의 선발기준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학연, 지연에 민감한 대한민국 미술계에선 더더욱 중요하다.

최근에는 작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공모전이 아닌 큐레이터 공모전이 유난히 많아졌다. 큐레이터 UCC 대회를 비롯해 독립․신인 큐레이터 공모전 등 큐레이터의 기량을 발휘하는 공모전이 한창이다. 최근 급속히 불어나고 있는 큐레이터 공모전은 나름 숨겨진 인재를 찾고 그들의 열정에 불을 지피는 절호의 찬스가 되기도 한다. 특히 팔방미인 고학력 경력직을 요하는 한국의 큐레이터 세상에서는 실력에 잣대가 분명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성공에 목 말라하던 곳곳에 숨겨진 인재들이 도전해보기엔 절호에 찬스가 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들만의 축제’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을 하고 싶다.

큐레이터는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관람객을 위해 전시를 기획하고 개최하는 사람이다. 그들에게 있어서 작품은 생명이다. 따라서 작품과 작가를 배재하고는 좋은 기획이 나올 수가 없는 것이다. 큐레이터는 작품을 구입하고 수집, 관리하는 업무도 담당한다. 우리가 박물관에서 ‘학예사’라 부르는 사람들이 바로 큐레이터이다. ‘큐레이터’는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에 따라 자격요건을 규정하고 있지만 기존에 화랑이나 갤러리, 전시관 등 이미 자리 굳혀 활동하고 있던 경력자들도 큐레이터임을 인정해야한다.

여기서 경력이라 함은 이력서에 몇 번의 기획을 했느냐 횟수가 중요한 것이 아닌 얼마나 작품을 알고, 작가와 얼마나 협력하여 제대로 된 기획을 했느냐가 관건이다. ‘큐레이터’ 기량을 견주는 대회는 모두에게 예민할 수 있다. 분명 누군가에겐 성공의 발판이 되는 좋은 계기가 될 런지 몰라도 누군가에겐 갈등이 시작되는 계기가 될 수 있으니 큐레이터의 기본이 되는 기획력과 작가, 작품과의 관계에 있어 이를 평가하는 객관적인 잣대가 필요하다.

최근 큐레이터를 대상으로 한 공모전에서는 100여점의 작품 중에 10여점을 선정해 공모전시를 열었다. 전시 후 관람객으로부터 50%평가를 받고 나머지 50%는 심사위원으로부터 평가받아 최종 톱3명을 선발했다. 대중들이 참여했다는 점에서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작가와 작품, 공간은 평가기준에서 얼마나 차지하고 있는 것일까. 큐레이터는 왜 자신이 생존해 있는 데에 가장 핵심이 되는 요소들을 챙기지 못하는 것일까.

필자는 큐레이터 공모전을 비방하려는 것은 아니다. 단지 ‘스타’ 큐레이터의 열정을 살리려다 미술계 하나의 마케팅으로 전락할까 두렵다. 사람이 예술을 창조하는 미술계에선 그 여파는 클 것이라 짐작된다.

전시에는 트렌드가 있을 수 있다. 작가도 작품도, 큐레이터도 축제에 함께 하지 못한 이들의 소외감이나 발전성은 장담하기 힘들만큼 예술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큐레이터에게 있어서 작가는 단순히 WinWin하는 대상이 아니다. 큐레이터의 기획이 되는 작품은 많을수록 깊이있어지고, 작가의 기량이 높아질수록 큐레이터는 관람객에게 시선을 옮겨 전시를 이해하기 쉽게 풀어내는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 신진작가를 발굴하고 작가들에게 열정을 불어넣어주기 위한 공모전이 전시의 기본을 놓치고 갈 수있다. 공모에는 예술의 뿌리가 되는 기본 축에서 트렌드를 반영해 대상을 모집할 수 있어야 경쟁력이 있다.

▲필자 박희진 객원기자
문제의 해결은 큐레이터 자신에게 있다. 최근 큐레이슈머(Curator+Consumer)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적극적이면서도 똑똑한 소비자를 가리켜 '큐레이슈머(Curasumer)'라고 정의한다. 큐레이터(Curator)와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로 전시회의 큐레이터처럼 스스로 삶을 꾸미고 연출하는 소비자라는 뜻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대중들과 소통하려는 기본마인드가 큐레이터의 핵심이라는 점이다. 대중과 작가, 작품, 공간 이것들이 큐레이터가 숨 쉴 수 있게 하는 기본여건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큐레이슈머’라는 이 단어를 보고 ‘소통’의 핵심이 큐레이터라는 생각이 든다면 과연 우리 큐레이터들은 ‘소통’에 대해 얼마나 고민하고 있는지 고민해야 할 때인 것이다.

‘스타’큐레이터가 되기보다는 묵묵히 자신의 전시공간을 찾아 그 곳에서 완활히 ‘소통’하는 전시를 고민해 보는 것은 어떨까.

❚서울문화투데이 박희진 객원기자(과천시시설관리공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