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평우의 우리문화 바로보기]교육권과 문화 권리는 관광보다 우선이다.
[황평우의 우리문화 바로보기]교육권과 문화 권리는 관광보다 우선이다.
  •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
  • 승인 2012.08.07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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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이 추진하다가 실정법에 막혀 거의 포기해야할 지경에 처해있는 경복궁 옆 서울 종로구 송현동 7

▲필자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
성급 호텔 건립이 이제는 막무가내 형태로 정부의 힘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대한항공 측은 서울 종로구 송현동 49-1 일대(면적 3만6642㎡) 옛 주한 미국대사관 직원숙소 부지에 지상 4층·지하 4층 규모의 7성급 고급 한옥호텔과 한국 전통 정원, 게스트하우스, 공연장, 갤러리 등이 함께 들어서는 복합문화시설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대한항공 측은 한옥호텔과 전통정원의 규모와 형태에 대해서 공개한 적은 없다. 필자는 한옥과 전통정원이 7성급 호텔을 건축하는데 인테리어 소품으로 전락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울 뿐이다.

또 이 터의 바로 뒤에는 덕성여중·고, 옆에는 풍문여고 등이 있어 학교보건법상 관할 교육청의 승인이 없으면 호텔 건립이 불가능하다. 대한항공 측은 호텔 건립을 강행하기 위해 서울시교육청과 행정소송까지 갔지만 서울행정법원과 서울고법에서 패소했으며 대법원 판결만 남겨두고 있다. 통상적으로 대법원 판결이 1,2심의 결정을 번복하지 않는다면 대한항공 측의 호텔건립은 불가능해진다. 상황이 어렵게 진행되자 대한항공 측은 대형 로펌을 통해 관련법을 바꾸는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법이 통과되면 대한항공 측은 교육청과 소송을 할 필요 없이 7성급 호텔을 지을 수 있게 된다.

더욱 황당한 것은 민간도 아닌 정부의 문화체육관광부가 나서서 대기업의 막힌 활로를 뚫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문화부는 지난 6월 유흥시설이 없는 숙박시설은 학교 주변에도 지을 수 있는 내용의 관광 진흥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문화부에 묻는다. 유흥시설이 없는 숙박시설에서 손님들은 그냥 잠만 자는가? 어떤 형태로든 공부하는 우리의 자녀들에게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것을 왜 모르는가?

대한항공 측은 단순한 호텔이 아닌 문화복합시설로 짓기 때문에 학생들의 면학분위기를 해치거나 유해환경을 조성할 여지가 없으며, 다양한 전통문화시설이 같이 지어지고 인근 학교에서 호텔내부가 들여다보이지 않도록 주변에 조경을 충분히 할 계획"이고 "학생들이 고급문화시설을 체험학습의 장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교육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조경을 하면 호텔내부가 안 보인다는 발상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무슨 나무로 조경을 하는데 4층 규모의 호텔을 가릴 수 있을까? 나뭇잎이 지고 없는 늦가을, 겨울, 봄에는 무엇으로 가릴까?
여학생들을 고급호텔로 모시고 와서 고급문화시설 체험학습을 한다는 발상은 또 뭔가? 도대체 무슨 체험학습을 한다는 것인가? 왜 이렇게 생각이 없는 짓들만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

그리고 업체들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하는 것이 완공 후 용도변경 아닌가? 완공 후 용도변경은 문화부의 책임이 아니니까 막가파식 정책결정을 하는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

정부의 정책은 공평무사해야한다. 특정기업에 특혜를 주는 행위의 결과는 철장 행 밖에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한다.

서울에 숙박시설이 부족하다는 것은 필자도 동감한다. 특히 중저가 숙박시설이 매우 부족하다. 그런데 서울에 있는 많은 건물들 중 공실률이 높은 것이 많다. 이런 건물들을 구조 변경을 통해 숙박시설로 변경해 보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좋은 환경에서 교육을 받을 권리와 경복궁의 역사문화경관은 관광사업보다 우선해야한다. 우리 학생들의 교육권과 문화재의 경관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리고 MB정부는 더 이상 사업을 추진하거나 만들지 말라. 국민과 국가를 위해 제대로 한 정책이 뭐가 있나? MB정부는 5년 내내 대기업과 특정 세력의 배만 채우는 정책뿐이었다. 이제 국민들은 지쳤다.

*문화연대 약탈문화재 환수특별위원회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