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터수첩 속의 추억의 전시] 큐레이터 토크10 - Before the Blooming Season전
[큐레이터수첩 속의 추억의 전시] 큐레이터 토크10 - Before the Blooming Season전
  • 이은주 큐레이터(아트스페이스 갤러리 정미소)
  • 승인 2012.08.08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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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날 미술작품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전국의 수 많은 미술관과 전시장에서 이뤄지는 전시들을 물리적으로 다 감상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에 본지 <서울문화투데이>는 기획 연재를 통해 전시회의 최일선에서 담당하고 있는 큐레이터들의 전시기획 의도와 작가 및 작품에 대한추천글을 '큐레이터 수첩속에 기록돼 있는 추억의 전시' 코너를 운영하고자 합니다.

     코너는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들이 자신들이 앞으로 기획할 전시나 또는 지나간 전시라도 작품성이 높은 작품들을 다시 한 번 리뷰하는 형태로 진행됩니다.

     그 첫번째로 대안 전시 공간인 아트스페이스 갤러리 정미소의 이은주 큐레이터가 맡아서 연재할 계획입니다. 큐레이터님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독자 여러분의 깊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이번에 소개할 전시는 2008년 8월 27일~11월 29일까지 열렸던 젊은 작가 17인전이었다. 본 전시는 새롭게 거듭나는 강남구청내의 전시공간에서 세상에 자신의 작품을 드러내기 시작한 젊은 작가들의 작품소개로 구성된 전시였으며, 참여작가로는 공정현, 김민호, 김성백, 김환희, 노세환, 박선민, 이병수, 이승현, 장아로미, 조현숙, 김성호, 박승훈, 박지혜, 여윤경, 오은정, 이호억, 장은지였다.

2007 봄 강변북로 맑음(2007_spring_north side of Han river_clear), 50cm×60cm, 100cm×120cm, digital C Print, 2007

대안적 전시공간형태로의 전향에 대해서

미술관과 박물관의 개념은 일상생활 또는 종교에 기원을 두는 도구나 물건을 수집하는 행위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이는 어떠한 법칙에 따라 제작하거나 재구성한 물건을 자신의 주변에 모아 놓는 것이었는데, 이때부터 인간의 소유본능 형태로서의 컬렉팅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 시기에는 수집욕, 즉 진귀한 물건을 모으려는 열기로 인해 사람들은 값비싼 걸작품 뿐 아니라 단순한 물건에도 관심을 가졌다. 또한 르네상스 시대의 귀족들과 문화인들은 신을 위한 것이 아닌, 자신들을 위한 수집을 했다. (다이엘 지로디, 앙리뷔이에,『미술관, 박물관이란 무엇인가』) 이는 일부 귀족계층의 소유로 인한 예술작품의 지배형태라 볼 수 있다. 하지만 18세기말에 일어난 프랑스 혁명 이후로 다양하고 진기한 컬렉션들이 특정계급의 소유가 아니라 국민 전체의 소유물이라고 인식하게 되었다.

프랑스 혁명이전에 예술품의 향유는 귀족의 저택 혹은 호화스런 갤러리에서만 가능했다면, 그 이후에는 각계각층 시민들에게 공공의 의미가 적용되어 다른 공간에서의 향유가 일어난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 개인의 소유로 인해 미술관의 형태가 미술품을 수장하기 위한 창고로서의 역할로 그쳤고, 그로 인해 소수의 계층들만이 미술품을 소유하고 향유했다면, 오늘날 현대적인 의미의 새로운 전시공간의 형태는 좀 더 다양한 계층의 대중에게 열린 공간으로서 작용되는 대안적 미술관 개념을 탄생시켰다. 19세기에 접어들면서 서구의 미술관 제도들이 급격히 확산되어가고 대중적 영향력을 갖기 시작했을 때, 미술관은 역사적인 작품들을 미술관에 끌어들이고 그것들을 미적 전형으로 세워갔다. (이인범,『미술관 제도 연구』)

박승훈_2007 겨울 올림픽대로 야경(2007_winter_south side of Han river_night view), 50cm×60cm, 100cm×120cm, Digital C Print, 2007

이처럼 귀중한 미술품이 대중에게 개방되기 시작하면서 미술관은 점차적으로 폐쇄적인 공간에서 관객과의 진정한 소통을 위한 열린 공간의 형태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이러한 현상을 오늘날의 관점에서 연결시켜 보자면 바로 끊임없이 발전되고 있는 고도의 과학기술과 연결시킬 수 있을 것이다. 1960년대 이후 개인용 컴퓨터의 보급화는 인터넷이라는 무한한 지식의 공간을 탄생시켰고, 이 공간으로 하여금 특정계급만이 아닌 집단적 수용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는 미술품이 거대한 역사와 담론에 둘러싸인 특정 장소성을 벗어낼 수 있는 다른 공간으로의 이동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는 미술품이 꼭 미술관에 걸려야 제 기능을 다 할 수 있는가의 의문점과 맞물리게 된다. 앙드레 말로에 의하면 그는 벽에 갇힌 소장품이 아니라 벽이 없는 '상상의 미술관'의 설정을 통해 현대의 인류 상호교류와 인식을 통한 새로운 보편적인 인간주의의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이는 특정 장소성에 국한되어 형성되는 예술과 관객의 만남보다는 작품이 어느 곳에 있든 관객과 작품 사이에 얼마만큼의 진정한 소통이 일어나고 있는가에 대한 지적일 것이다. 이로 인해 미술 작품은 인터넷의 무한한 공간에서 발견되는 디지털 이미지들을 통해 혹은 열려있는 공공장소와 일상적 공간을 통해 관객들에게 대화 걸기를 시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