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칼럼] 잘 쉬는 것도 전략이 필요하다
[여행칼럼] 잘 쉬는 것도 전략이 필요하다
  • 정희섭 글로벌문화평론가
  • 승인 2012.08.08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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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섭 글로벌문화평론가 /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겸임교수

정말 무더운 2012년의 8월이다. 7월 초에 남들보다 일찍 여름휴가를 다녀온 나로서는 요즘 유행어로 ‘ 대략난감 ’인 상태에 빠졌다. 런던 올림픽에 참가한 우리 선수들의 승전보를 듣는 것이 유일한 피서가 되어 버린 더위에 지친 8월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 휴가 시즌은 여름이다. 휴가를 자신이 원하는 날에 맞추어 갈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도 점점 확산되고 있지만 7월과 8월에 대부분 휴가를 떠난다. 특히 수많은 부품이 들어가는 자동차 회사의 경우, 특정한 생산 공정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휴가를 가면 생산 라인 자체가 멈추기 때문에 특정한 날을 정하여 모든 직원이 휴가를 떠나는 것이 원칙이다. 자동차 회사에서 일하는 후배도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회사가 정한 날에 휴가를 다녀왔다. 본인이 가고 싶은 날에 떠나는 것이 진정한 휴가인데 그렇지 못한 상황이 야속하기만 하다. 물론 우리나라의 휴가는 길지도 않다. 아무리 길어도 열흘을 넘기지 못한다. 직장 상사의 눈치를 보며 삼사일 정도의 휴가를 즐기는 것도 감지덕지다.

짧게는 4주, 길게는 8주까지 계속되는 유럽의 여름휴가는 우리에게는 실로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유럽의 휴가는 그야말로 recreation의 진정한 의미를 구현한다. 휴가를 통해 일 년간 쌓였던 스트레스를 풀고 스스로를 ‘재탄생’ 시키는 계기를 만든다. 하던 일손을 놓고 일상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뒤돌아 볼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는 것은 참으로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휴가를 의미하는 vacation이라는 단어는 ‘어떤 것으로부터 해방되다’ 라는 뜻의 라틴어 vacare 에서 유래되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준다. 자신을 옭아매었던 어떤 것에서 해방된 것과 같이 자유스러움을 느끼는 것이 휴식이고 휴가이다. 모든 것에서 해방되어 관조적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시간을 가지면 해결되지 않을 것 같았던 문제들도 의외로 쉽게 풀리기 마련이다.

학생들이라면 여름은 방학의 계절이다. 방학 때도 수많은 과제를 하느라 뒤떨어진 과목을 공부하느라 방학이 시작되기 전보다 더 바쁜 것이 우리의 교육 현실이다. 학교대신 학원으로 달려가고 외국으로 단기 어학연수나 문화체험학습도 나간다. 무엇을 위해 왜 공부해야하는 가를 생각하기 보다는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한다는 식의 활동도 많다.

우리나라라는 태생적 환경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직장인이라면 귀중한 휴가, 학생이라면 학생만이 누릴 수 있는 소중한 방학을 잘 이용하기 위해서는 전략이 필요하다.

첫째, 모든 것을 잊고 업무나 공부에서 완전히 해방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업무와 공부를 걱정하는 마음으로는 제대로 된 휴식을 할 수 가없다.

둘째,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 평소에 마음속으로는 생각했지만 시간이 없어 할 수 없었던 일을 해보는 즐거움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 한국천문연구원에서 매년 진행하고 있는 하계교사연수 참가하여 천체 망원경의 사용법을 배우는 선생님들의 인터뷰를 방송에서 보았다. 쉬는 것이란 먹고 자는 것이 아니라 매일 반복되는 업무에서 벗어나 무언가 새로운 것을 배우는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셋째, 그러기 위해서는 전략적으로 시간 활용 계획을 잘 세워야 한다. 잘 쉬기 위한 잘 짜인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쉬는 것도 전략이 필요하다고 아니 말할 수 없다. 계획이 없다면 쉬는 것이 아니라 그냥 시간을 보내는 것이 되기 쉽다. 단순히 시간을 보내는 것이 쉬는 것이라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은 그 동안 일하지 않았던 뇌의 다른 부분을 운동시켜주는 것과 같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니 모든 일에 능률이 오르지 않는다. 식욕도 없다. 그러나 이럴 때 일수록 효율적으로 더 잘 쉬는 지혜가 필요하다. 런던 올림픽에서 연일 들려오는 태극 전사들의 승전보와 함께 무더위도 서서히 물러갈 것이라는 희망을 갖는 무더운 8월 주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