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귀빈실인가
누구를 위한 귀빈실인가
  • 정상철 동방대학원대학교 문화교육원장
  • 승인 2009.06.11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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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 귀빈실을 쓰는 귀빈은 누구?"

▲ 정상철 동방대학원대학교 문화교육원장
“친정엄마 와 2박 3일” 이라는 연극을 가지고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지방대도시 8개 지역에 주말마다 공연을 다녀왔다.

이작품은 동국대학교 이해랑 예술 극장에서 첫 회부터 전 좌석이 매진되는 엄청난 인기를 끌며 50회가 넘는 전 공연이 모두 만석이 되어, 많은 관객들이 관람을 하지 못하여, 급하게 극장 사정이 허락 되는대로 일주일 연장공연을 하기도 했는데, 연장공연을 한다는 보도가 나가자마자 삼십분도 안되어 예매표가 다 팔릴 정도로 대성황을 이룬 공연 이였다.

관람하신 많은 분들의 관극 후기도, 정말 감동 받았다, 너무 훌륭한 연극 이었다, 너무 너무 슬퍼서 소리 내어 울었다라고 올렸고, 또 주인공 역할을 맡으신 강부자님의 연기도 너무 훌륭하셨고 다른 출연자들의 연기도 좋은 앙상블을 이루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기여하였다.

서울 공연이 너무 좋았다는 소문이 나니 자연 전국각지에서 초청을 하려고 애썼고 그중에서 여덟 군데를 선정하여 공연을 가게 된 것이다.

옛날에 비해 요즘 지방 도시의 공연장은 너무나 잘 만들어져 있었다. 극장의 규모나 시설 어느 것 하나 서울의 공연장이나 외국의 유명한 공연장에 뒤떨어지지 않았다. 내가 처음 연극을 할 때는 공연장이 없어 지방 공연을 가면 강당 같은 시민 회관이나, 그것도 없는 지역에서는 영화관에서 먼지가 뽀얀 무대에서 공연을 했다.

그때 비하면 너무나 좋아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제 우리나라 지역의 공무원들도 문화예술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고 지역 주민들이 문화 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노력 하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어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모든 공연장마다 무대 옆 등·퇴장하기 좋은 자리에 고급스럽게 꾸며놓은 귀빈실이 꼭 있다. 출연자들이 사용하는 분장실은 무대 뒤쪽이나, 무대에서 좀 떨어진 곳에 있지만, 어떤 공연장은 무대에서 계단을 통해 한참을 내려가야 하는 아주 불편한 곳에 분장실을 만들어 놓은 곳도 있었다.

그래서 출연자들은 무대에 등·퇴장하기 좋은 귀빈실에서 대기하거나 쉬기도 하였고, 또 급하게 의상을 갈아입을 때도 귀빈실을 이용하였다.

어느 아름다운 도시에서 공연할 때 우리 출연자들은 다른 여느 도시와 마찬가지로 열려 있는 귀빈실에서 막이 오르기를 기다리며 쉬고 있었다. 잠시 후 별로 좋지 않은 인상의 한 사나이가 들어오더니 다짜고짜 왜 여기 들어 왔느냐고 하면서 이 귀빈실 사용허가를 받았느냐고 따져왔다.

이 공연장을 대관하면 이 귀빈실도 당연히 대관계약 안에 포함 되는 것이지 별도로 귀빈실만 따로 계약 하는 것이냐고  따졌더니 이 공연장을 다 사용해도 이 귀빈실은 특별히 허가를 받지 않고는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몇 번을 더 알아듣게 얘기 했지만 이방은 귀빈을 위한 방이기 때문에 아무나 함부로 사용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하며 빨리 나가달라고 해서 할 수 없이 나오게 되었다.

무대 공연장에 귀빈실이 왜 필요한 것인지, 필요하다면 누구를 위한 귀빈실인지, 과연 전문 공연장에 귀빈은 누구인지, 묻고 싶다. 공연장의 귀빈은 관객이 아닐까? 그리고 공연장에 귀빈실이 꼭 필요하다면 객석이나 로비에 두어야 하지 않을까?

과거 공연장이 부족하던 시절, 나라행사나 지방관청의 행사를 하던 시민회관이나 강당을 빌려 쓰던 그 시절의 관행이 아직 남아 있는 것인지, 아니면 일년에 한두 번 있는 행사 때 몇몇 높은 분들이 행사 전에 잠깐 쉬기 위해 만들어 진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어찌 됐건 기분이 찝찝한 건 숨길 수 없었다.

정상철 동방대학원대학교 문화교육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