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연재]한민족의 색채의식③
[특별기고-연재]한민족의 색채의식③
  • 일랑 이종상 화백/대한민국예술원 회원
  • 승인 2012.08.22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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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색은 공간 시간 감성 윤리 절기ㆍ일기와 연관

[지난호에 이어서]

▲일랑 이종상 화백

우리의 음양사상은 단군신화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천부인(天符印) 3개를 가지고 360여 가지의 인간사를 다스렸다는 기록이 바로 음양의 수리적(數理的) 사상을 내포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런 사상적 바탕 위에 삼국시대에 이미 색채에 대한 개념을 공간과 시간의 종합적인 세계관으로 받아들여, 방위 개념과 계절 개념을 드러내는 특별한 의미를 부여해 왔고 여기에 순응하며 자연과 일치를 이루려는 민속신앙이 싹터왔다.

고구려 유리왕(29년)때 서천이란 냇가에 검은 개구리와 붉은 개구리가 지어 싸우다가 검은 개구리가 죽은 사건이 있었다. 이것을 본 사람들은 검은 색이 북방위를 상징하는 색이므로 북부여가 패망할 징조라고 하였다는 《삼국사기》의 기록을 보면 오방위 오정색의 사상이 그때 이미 성행되고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지금도 전국 아니 전세계를 놀라게하는 한국축구의 승승장구,일취월장하는 그 위세의 이면에는 그동안 이데오로기에 얽매였던 붉은 색상이 ‘붉은 악마’라는 응원단의 상징색상으로 드러나 본연의 민족 잠세력으로 분출되어지고있는 현장을 보면서 이것이 결코 우연만이 아니라는 확신을 갖게한다.

이처럼 방위의 길흉은 한 해 동안 북동방의 귀문(鬼門)과 같이 고정위가 있고 수시로 바뀌는 세덕(歲德), 오방신(五方神), 오방색위(五方色位)의 유덕문(有德門)이 있었다. 민속에서 동, 서, 남, 북방위의 사신(靑龍, 白虎, 朱雀, 玄武)과 중앙위의 황제(黃帝)가 있었고 이를 상징하는 파랑, 하양, 빨강, 까망, 노랑의 오방색(五方色)이 있었다. 무심하게 들으면 미신 같은 얘기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주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현대의 색채이론이 그 안에 내재되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지금 우리가 배우고 있는 빨강(赤), 노랑(黃), 파랑(靑)의 유채 삼원색(有彩三原色)과 까망(黑), 하양(白)의 무채 이원색(無彩二原色)의 원리와 오방위 오정색의 원리가 같다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더구나 우리가 전통적으로 이런 과학적 원리와 부합되게 오정색의 이름만 완벽한 고유 색명으로 사용해오고 있음은 놀라운 일이다.

4. 오방위(五方位)와 오정(五正), 오간색(五間色)

오행사상(五行思想)과 직간접으로 연계되었다고 생각되는 오자(五字) 돌림말로는 오행(五行), 오방(五方), 오색(五色), 오미(五味), 오상(五相), 오경(五經), 오례(五禮), 오륜(五倫), 오성(五性), 오감(五感), 오정(五情), 오심(五心), 오관(五觀), 오욕(五慾), 오기(五氣), 오성(五聲), 오음(五音), 오관(五官), 오장(五臟), 오룡(五龍), 오성(五星), 오시(五時), 오풍(五風), 오계(五季), 등 수 없이 많다. 그만큼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오행(五行)의 사상이 생활 속에 함께하여 왔다는 얘기다. 이렇듯 오색(五色)은 우리의 우주론적 체계인 오행설과 맞닿아 있으며 각기 상징적으로 오분(五分)하여 공간과 시간, 감성과 윤리, 절기와 일기 등을 연관시키고 있다.

우리가 흔히 그리고 있는 사군자도 동매(東梅), 서국(西菊), 남난(南蘭), 북죽(北竹)을 그리고 중앙에 소나무를 더하면 오군자라고 한다. 우리가 나라꽃(國花)은 알면서도 국목(國木)은 모른다. 국목이 정해져 있는지 조차도 알 수가 없다. 그러나 ‘남산 위에 저 소나무....’하며 애국가를 불러댄다. 남산에는 우리의 순종적송(純種赤松)이 두 그루 밖에 남지 않았고 국적불명의 니기다송과 아카시아로 뒤덮인지 오래다. 그렇다고 ‘남산 위에 저 아카시아...’라고 바꿔 부를 생각들을 하지 않는 것은 왜일까? 소나무를 국목으로 지정했건 하지 않았건 상관없이 우리의 적송(赤松)은 오군자의 그것 처럼 이미 우리 민족의 의식 한 가운데 국목으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의 색채의식도 이와 같아서 민요가 구전 되듯이 자연스레 우리의 조형의식 속에 배어있는 것이다. 오행사상은 발전하여 중앙의 주인을 중심으로 네 방향(方向)의 수호신상은 물론, 동쪽의 ‘샛바람’, 서쪽의 ‘하늬바람’, 남쪽의 ‘마파람’, 북쪽의 ‘됫바람’처럼 시정 어린 연계성을 가져왔다. 이처럼 자연과 인간의 감성마저도 합일시킴으로써 한국인의 색채의식은 ‘보이는 색’으로부터 벗어나 ‘생각하는 색’으로 관념화되어 발전해 온 것이다.

음·양의 이치가 다섯가지의 요소로 각기 운행되는데 특히 색의 개념은 공간으로서의 방위와 시간으로서의 계절과 관계하며 오행에 근거한 오색 개념을 만들어낸다. 방위 색으로서 색(色)을 설명한 것으로는 일연(一然)의 《삼국유사(三國遺事)》에서 분명하게 드러나는데, 대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다음호에 계속]

*필자약력:서울대동양화화 교수/초대 서울대미술관장/국전초대작가 및 심사위원/5천원권·5만원권 화폐도안 작가/독도문화심기운동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