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터수첩 속의 추억의 전시] 큐레이터 토크12 - 미디어극장展 1부의 첫 번째 전시
[큐레이터수첩 속의 추억의 전시] 큐레이터 토크12 - 미디어극장展 1부의 첫 번째 전시
  • 이은주 큐레이터(아트스페이스 갤러리 정미소)
  • 승인 2012.08.27 1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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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공간 갤러리 정미소에서 2011년 4월 14일부터 27일까지 열렸던 미디어극장전 1부 첫 번째 전시에서는 디지털 이미지를 통해 새롭게 구현된 공간을 경험하게 하는 섹션을 다루어 영상, 사운드, 조명이라는 매체를 활용하면 미디어아트의 모양을 갖춘 예술작품으로 인지하는 요즘, 작업의 재료를 표피적으로 사용하여 미디어아트를 흉내내기 보다는 좀 더 시대적인 고민을 안고 미디어아트가 선보여져야 된다는 개념아래 디지털 이미지와 공간을 매개로 하는 작업을 중심으로 전시를 선보였다.

디지털 이미지를 통한 새로운 공간의 경험

비트 그 자체로 존재하여 네트워크라는 새로운 예술의 집을 생성하는 디지털은 전자매체의 확산과 뉴미디어의 사용을 예술작품에 더욱 구체화 하게했다. 디지털 이미지가 네트워크화된 모든 곳에 존재하기에 이를 수용하는 관객은 과거의 전통적인 예술의 관람방식과 다른 또 다른 국면에 도달하게 된다. 그렇기에 오늘날의 미디어 예술이 과거의 아날로그 이미지의 수용방식과 구별되는 점은 주체의 지각방식의 변화이다. 다방면을 에워싸는 음향효과와 관객을 사방으로 둘러싸고 있는 이미지는 더 이상 관객에게 일정한 거리두기를 인정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관람자는 이미지를 보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며, 또한 이미지 앞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 안으로 들어가는 경험을 제공받기 때문이다. 본 전시에서는 김창겸, 손유미, 올리버그림이 참여했으며, 전시장에 찾은 관객이 뉴미디어아트를 기반으로 하는 이미지 안으로 들어가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려 하였다.

손유미作 <한강 샹들리에>

사진을 시작으로 LED기술을 자신의 작업에 사용하기 시작한 손유미의 작업은 디지털 이미지 안으로 들어가기 위한 또 다른 창구가 된다. 그의 초기작 <옥수동>에서부터 사진매체로 공간 전체를 에우게 되면서 단 한 장의 사진으로 구현해 낼 수 없는 공간감을 재현하기 시작했다. 옥수동 골목골목 다녔던 자신의 어린 시절의 상상들을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시각화 시켰다. 그 공간에 놓이게 되는 관객들은 그가 제안한 경험 속에 함께 침투되게 되는 것이다. <옥수동>에서 자신의 어린 시절에 대한 아련한 추억을 담아내었다면 최근작 <한강샹들리에>에서는 폐허공간의 반대편의 화려한 빛을 가진 도시 이미지에 대한 경험에 관한 것이다. 

김창겸作 <Water Shadow>

디지털이미지의 개념이 예술작품에 적극적으로 개입될 시기에 그러한 매커니즘을 적극적으로 사용해온 김창겸의 작품<The mirror>, <water shadow>는 액자의 프레임과 물그림자를 통해 디지털 이미지 투영을 위한 또 다른 캔버스를 제안한다. 그러한 일련의 그의 작업들에서는 관객이 직접 이미지 안에 침투되는 경험을 제공하며, 작품 속 누군가의 이미지를 통해 마치 “여기”의 경험이 “거기”로 이전되는 경험을 제공한다. 

비디오 설치 작업을 위해 다양한 매체에 영상을 담아온 김해민은 캔버스 형태에서 벗어나 비물질적인 디지털 이미지가 가시화 될 때 물리적인 데이터 작업을 거쳐야 하는 과정을 칵테일 잔이라는 물리적인 공간을 통해 이미지를 출력한다. 컴퓨터의 모니터를 통해 투사되는 색감의 표시방식 즉, 빛의 장치에 의해 감지되는 RGB는 무엇보다 디지털 이미지의 가상성을 현실공간에 발현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이다. 그는 이러한 빛의 사용을 통해 미각을 자아낼 수 있는 칵테일 잔에 영상을 담아내는데, 이를 통해 디지털이미지 그 자체가 우리에게 시각성 외의 또 다른 감각을 경험할 수 있다는 단서를 찾을 수 있다.

Harp meets Live Electronic(오프닝 퍼모먼스 리허설 모습) - 이기화(하피스트), 윤제호(라이브 일렉트로닉 퍼포먼스) with Oliver Griem

최근까지 진행시켜온 올리버그림(Oliver Griem)의 3D 시뮬레이션 비디오 설치 및 인터렉티브 360° 비디오 설치 작업은 기존의 단 채널 비디오 작업들과는 전혀 다른 공간성을 만들어 내는데, 그렇기에 그에게 항상 중요하게 작용했던 점은 관객이 이미지 안으로 들어가게 하기 위한 인터페이스의 문제였다. 이번에 선보였던 <Composition for moving lights3>는 어떠한 특정 인터페이스의 매개장치 없이 관객이 이미지 안에 그대로 들어갈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였으며, 오프닝에는 공간에 투여한 영상과 즉흥적 사운드와 전자하프와의 퍼포먼스를 통해 미디어공간의 재해석뿐 아니라, 전자매체가 가지고 있는 음악성, 즉흥적, 기술을 활용한 해프닝으로 관객이 이미지안에 들어가는 경험을 좀 더 입체적이고, 공감각적인 형태로 선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