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기획] 차칸남자 VS 착한남자 누가 더 땡겨요?
[Issue 기획] 차칸남자 VS 착한남자 누가 더 땡겨요?
  • 이소리 기자
  • 승인 2012.09.17 01:3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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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어원 “‘차칸남자’ KBS, 공영방송 책임 저버렸다”... KBS ‘나쁜남자’ 상징어

그대는 ‘차칸남자’와 ‘착한남자’ 가운데 어떤 표현이 더 마음 쩌릿쩌릿하게 다가오는가. ‘차칸남자’는 ‘착한남자’를 소리 나는 그대로 드러낸 것이고, ‘착한남자’는 말 그대로 표준말이다. 이 두 가지 낱말을 놓고 국립국어원과 KBS가 서로 이 표현이 맞다, 큰 문제는 없다며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드라마 '차칸남자'의 한 장면(사진=kbs자료화면)

맞춤법으로만 따지자면 국립국어원이 말하는 ‘착한남자’가 당연히 맞다. 그렇다고 KBS가 ‘나쁜남자’ 상징어로 ‘차칸남자’라고 소리 나는 그대로 표현했다고 해서 안티까지 걸 필요가 있을까. 요즈음 젊은 세대들은 인터넷에서 ㅋㅋㅋ(웃음 혹은 비웃음), ㅠㅠ(미안), 저나(전화) 등등 우리말을 여러 가지 재치 넘치는 글로 나타내고 있다.

기자도 우리말과 글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 가운데 한 명이다. 그렇다고 ‘차칸남자’나 인터넷에서 떠도는 여러 가지 발랄한 표현에 문제가 아예 없다는 것은 아니다. 우리말을 압축해서 쓰거나 풀어쓰거나 소리 나는 그대로 옮기는 재치도 우리말과 글이 새롭고 드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데 보탬이 될 수도 있다는 그 말이다.

▲'차칸남자'주인공 송중기 (사진=kbs 자료화면)
국립국어원은 요즈음 KBS2 새 수목극 ‘차칸남자’에 대해 “KBS 측은 공영방송으로서 지켜야 할 책임을 저버렸다”며 개선권고문을 보냈다. 국립국어원에 있는 한 관계자는 한 언론사와 전화 인터뷰에서 “‘차칸남자’의 잘못된 표기법을 시정해달라는 내용의 개선 권고문을 지난 5일 KBS 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송중기, 문채원이 주연을 맡은 ‘차칸남자’는 맞춤법으로는 ‘착한남자’로 표현해야 맞지만 제작진에서는 일부러 어긋난 맞춤법 타이틀로 하는 것으로 매듭짓고 12일 첫 방송을 앞두고 있다. 김진원 PD는 “‘주인공이 자신을 착한 남자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사랑을 위해 또 다른 사랑을 이용하고 복수하는 나쁜 남자”라며 “반어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KBS는 그동안 ‘우리말 겨루기’ 등 프로그램을 통해 올바른 한글 사용을 이끌었던 공영방송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몇몇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제목을 올바르게 수정해달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국립국어원은 “방송은 국민의 올바른 국어 사용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특히나 KBS는 ‘모범적인 국어 사용을 하겠다’는 내용의 협약을 국립국어원 측과 맺기도 했다”며 “최근 한류 등으로 우리 드라마가 해외에 수출되고 있는 상황인데, ‘차칸남자’와 같은 표현은 한글에 대한 그릇된 정보를 외국인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고 우려스런 목소리를 냈다.

▲드라만 '차칸남자' 포스터 (사진=kbs자료화면)
국립국어원은 특히 연출자 김 PD가 쓴 반어적 표현을 위한 사용 이유에 대해 “의도적으로 맞춤법을 틀리면 단어의 뜻이 스토리 상의 의미처럼 달라지는 것인지 의문스럽다”며 “KBS의 이번 결정은 간과하기 힘든 문제일 뿐만 아니라 올바른 한글 사용을 선도해야 할 공영방송으로서 책무를 저버린 처사”라고 꼬집었다.

KBS는 이에 대해 제목이 작품이 지닌 깊은 뜻을 잘 담아냈기에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KBS 배경수 책임프로듀서(CP)는 “맞춤법대로 한다면 ‘착한남자’가 맞겠지만 드라마 작품 배경과 주인공들의 얽힌 관계를 나타내는 의미가 크다”며 “여러 협의 끝에 내용상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차칸남자’ 연출을 맡은 김진원 프로듀서(PD)는 이 제목에 대해 거듭 “드라마 제목이 이미지와 연결된다”며 “‘착하게 살자’는 말이 있다. 좋은 말인데 희화가 많이 된다. 나쁜 남자를 착하다고 표현하기 위해 맞춤법을 틀리게 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 이 드라마에서 말하는 ‘차칸남자’는 바로 ‘나쁜남자’를 상징하는 말이라는 것이다. 그대들은 어찌 생각하는가.

한편, 국립국어원과 한국방송(KBS)은 요즈음 “‘업사이클’ 순화어로 ‘새활용’을 뽑았다”고 밝혔다. ‘업사이클’(upcycle)은 재활용품을 새롭게 디자인해 가치가 높은 제품으로 새롭게 탄생시키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국립국어원은 우리말 다듬기 누리집인 <말터>를 통해 생활에서 흔히 사용되는 외국어 순화어를 공모하고 있다.

국립국어원은 “업사이클을 대신할 우리말을 공모한 결과 267건의 제안이 들어왔다”며 “이 중 의미의 적합성 등을 고려해 새활용을 업사이클의 순화어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국립국어원이 지금까지 선정한 순화어는 국립국어원 누리집(http://www.korean.go.kr)과 말터(www.malteo.net)에서 살펴볼 수 있다.


이소리 기자 sc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