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주 큐레이터 토크 13/미디어극장전 1부의 두 번째 전시
이은주 큐레이터 토크 13/미디어극장전 1부의 두 번째 전시
  • 이은주 큐레이터(갤러리 정미소 큐레이터)
  • 승인 2012.09.17 0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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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을 통한 디지털 이미지의 수용

이번 큐레이터 토크 13에서는 미디어극장전의 1부의 두 번째 전시에서 소개되었던 한승구, 김병호의 작업을 소개하려 한다.

미디어극장전 1부에서는 미디어공간에서 제기되는 디지털 이미지의 속성과 이를 바탕으로 제작되는 설치, 영상, 퍼포먼스 등의 작품들을 선보였다. 1부의 첫 번째 전시에서는 디지털 이미지를 통한 네트워크의 경험에 관한 문제를 제시했다면, 이번 토크에서는 1부의 두 번째 전시에서 다루었던 3D이미지의 몰입경험을 비롯하여 사운드아트와 결합된 형태의 조각이 어떠한 관람 수용의 변화를 이끌었는지 살펴보려고 한다.

▲한승구, 나르시소스의 두 얼굴, 혼합재료, 490×220×240cm, 2011

깁슨이 그렸던 가상공간은 전 세계 컴퓨터를 연결한 네트워크로서 가상현실이 완벽하게 구현된 일종의 컴퓨터 메트릭스 세계였다. 모든 컴퓨터로부터 추출된 데이터베이스를 따라 사물은 완벽하게 재현되고, 재현된 사물은 네트워크를 따라 공간과 공간을 꿰뚫고 흘러 다닌다. 가상공간에서의 몰입은 내가 그곳에 존재 하지 않지만, 마치 그곳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 것이다.

이는 물리적 공간에서 작업을 시각적으로 감상했던 형식과는 다른 방식의 감각이 요구된다. 가령, 전통적 그림의 수용은 단지 시각을 통한 단일감각이 요구되었다면, 매체예술이 전시공간에서는 다중 감각이 요구되는 것이다. 관객을 둘러싸고 있는 360도의 파노라마의 이미지는 물론 시, 청각의 환영이 더해져야 그것을 체험하는 이가 깊은 몰입에 들어갈 수 있다. 가상이미지는 실재를 구성하는 요소가 되며, 리얼리즘의 극대화로 획득된 환영을 통해 몰입효과를 냄으로써 우리의 시?지각 영역을 아우를 수 있는 것으로서 경험된다.

이미지를 실재처럼 보이기 위해 인공적 기계를 설치함으로써 이미지 공간에 통일성을 부여하고 관람자의 전체 시각영역을 통합하고자 한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들을 통해서 관람객은 몰입감, 현존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가상공간에서 몰입은 사용자가 가상의 공간에서 실재의 공간을 항해하는 것에 따라 활성화되고 재조직되고 재결합된다. 이는 인간 몸의 확장인 움직임을 위한 행위를 소통으로 온몸을 사용하는 자연스러운 인터페이스에 의존하게 되는 것이다.

3D의 환영적인 시각의 문제를 그대로 공간 안에 재 배치 함으로 관객에게 이미지를 그대로 체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한승구의 작업 「나르시소스의 두 얼굴」의 또 다른 버전은 한 장으로 표현할 수 없었던 인간 내면의 다중적인 모습을 디지털 이미지로 환원시킨다. 이를 통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얼굴을 만나게 되는 관객은 현실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현실에 존재 하지 않는 가상의 거대한 인물과 마주하게 된다.

▲김병호, White Interfaces, microphone, mixer, piezo, electric wire,가변설치,

현실이미지와 또 다른 디지털의 세계, 즉 디지털 이미지로 구현된 세계는 가상공간을 구축하기 위한 극적인 환경이다. 이를 위해서는 시각적인 이미지외 소리의 수반도 중요하게 인식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기에 많은 미디어작가들은 온몸으로 체감되는 그 모든 정황을 동시에 고려한다.

사운드의 확장적 요소를 가지고 끊임없이 뻗어나갈 것 같은 김병호의 설치 작업에서는 이미지를 보려는, 그리고 조각의 단위가 되는 조형적 오브제로 인해 작품 속의 사운드를 듣고 싶은 욕망을 제기한다. 그는 단일 형태의 조각의 미와 미디어의 사운드요소를 작업에 점진적으로 증폭시켜왔다.

정미소 공간성과의 맥락을 되짚어 설치된 이번 <White Interfaces>는 사운드를 자아내는 400여 개의 피에조를 그대로 노출하여 설치하였으며, 관객은 이를 통해 설치된 선을 따라 진동하는 사운드의 시작과 끝을 지각함과 동시에 작품 안을 배회하며 관람할 수 있었다. 또한 전시 오프닝에는 <White Interfaces>작업과 전자음악이 어우러지는 퍼포먼스를 진행했으며, 실험적인 전자음의 낯선 세계를 김병호의 설치작업 사운드와 조화를 이루게 하여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홍익대학교 대학원 예술학과를 졸업했으며 판화와 사진 전문 아트페어인아트에디션 팀장을 역임했다. 현실과 환타지의 경계시리즈(2008), 다양한 매체 속에서 탄생된 예술작품의 시나리오(2008), 비주얼인터섹션-네덜란드사진전(2009), Remediation in Digital Image展(2010), 미디어극장전-Welcome to media space(2011), 사건의 재구성전(2011), 기억의방_추억의 군 사진전(2011) 외 다수의 기획전 및 개인전을 기획했다. 전시와 출판 관련 일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으며, 현재 아트스페이스 갤러리정미소 큐레이터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