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숲에 문화를 입히다
서울 숲에 문화를 입히다
  • 편보경 기자
  • 승인 2009.06.15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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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내에 공연ㆍ레저시설 넣어... 시민들에게 건전한 여가 즐기도록

인터뷰/ 서울시 푸른도시국장 안승일


마치 마이다스의 손처럼 그의 손이 닿는 곳이면 푸르게 변한다. 서울을 더 푸르게, 도심 곳곳을 문화가 있는 공원으로 만들기 위해 오늘도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서울시 푸른도시국의 안승일 국장. 푸른도시국장이면 숲하고만 관련이 있을 법한데 서울시 문화과장과 파리 주재관까지 지낸 그의 이력이 심상치 않다. 그를 만나 현재 진행 중인 서울의 다양한 녹지ㆍ공원 조성계획과, 그의 삶의 역정을 들어봤다. 서울시 푸른도시국장 자리는 서울시 전체의 도시 환경을 책임지는 한편, 1년에 몇천 억의 예산을 집행해야 하는 중압감과 함께한다. 워낙 분야가 다양하다 보니 소신을 가지고 업무를 추진해야 하는 자리이고, 결과에 대해 막중한 책임감이 따르는 자리인 것이다. 그런 만큼 안승일 국장은 인터뷰 내내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한 명쾌한 논리로 푸른도시국의 행정을 펼쳐 보여주었다. 또한 개인적인 감상이라든가 논리 비약이나 추측성 질문에 대해서는 신중함을 드러냈다.
개인적인 호불호가 있겠지만, 기자가 '정치를 할 생각'에 대해 물은 것은 그러한 이미지의 결과였다. 책임질 줄 아는 공무원, 시민을 위해 진정성이 돋보이는 행정을 펼쳐본 공무원의 경험이 사장되지 않고 더 큰 세계로 뻗어나갈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한쪽에서는 녹지조성사업을 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그린벨트 해제로 녹지를 훼손한다는 비판이 있다.

그린벨트와 녹지를 구분해야 한다고 본다. 실제로 알고보면 그린벨트가 자연이 잘 보존된 곳을 보호하려고 지정했다기보다 지도를 펴놓고 일괄적으로 지정했기 때문에 잘못된 곳이 많다. 그래서 그동안 조정을 조금씩 해왔던 거다.

그린벨트를 해제한다고 하더라도 단순히 해제만 하는 것은 또 아니다. 대체 녹지를 다른 지역에 확보한다.

가령 상도중학교를 지을 당시 해제했던 그린벨트만큼 남태령 쪽에 땅을 사서 대체 녹지를 조성했다. 또 은평에 차고지를 만들면서 일부 녹지를 해제했을 때 그 해제한 만큼을 중랑 나들이 공원을 조성하면서 보충했다.

그리고 문화예술을 접목시킨다. 문화예술 프로그램도 넣고 공연장 설치도 한다. 듣기 좋은 음악도 있고 좋은 예술품도 감상할 수 있고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는 그런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다. 레저와 스포츠가 공원 안에서 이루어지는.

현재 서울시 녹지조성사업의 핵심은 무엇인가?

도심 생활권 안에서 공원 녹지를 접할 수 있도록 대규모 공원을 조성하려는 것, 그리고 자연공원인 산들과 인접해 있는 산과 주택가 중간에 경작지로 훼손된 부분들을 복구해 공원으로 만드는 것이다.

실질적 통계로 볼 때는 서울이 녹지가 부족하지 않다. 파리나 기타 선진국들보다 훨씬 많은 수준인데 문제는 도시 외곽에 위치하고, 산 형태로 되어 있다는 거다. 외곽에 치중되어 있으니까 도심에 녹지가 부족하게 느껴져서 온통 시멘트 덩어리로 보여지는 거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녹지를 늘리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5.16광장을 공원으로 만들고 월드컵 난지 공원도 만들어 놨다. 또 드림랜드를 북서울 꿈의 숲으로 조성 중인데, 그곳이 주택가 한가운데 있다는 것이 주목할 만하다.

신월동에 정수장 부지로 출입을 제한해 놨던 곳에 신월공원을 만들었고 그 옆에 야구장도 들어섰다. 도봉에 서울창포원이라는 붓꽃이 가득한 공원도 하나 만들었고, 구로 쪽에도 항동수목원을 하나 또 만들려고 준비 중이다.

또 열린 사회 구현이라고 해서, 아파트 학교의 담장을 헐고 녹지를 조성해 소규모 공원들도 만들고 있다. 도로하고 그린웨이(담장을 허물고 나무를 심은 길)를 연결시켜서 선형 녹지를 조성하고 있다. 이를 위해 아파트나 학교의 담장을 헐고 소규모 공원을 만들고 있다.

남산 르네상스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알고 싶다.

남산은 도심 한가운데 있는 좋은 녹지 공간이지만 사실 올라가기가 힘들다. 접근이 쉽지 않다는 말이다. 이렇게 고립되고 소외된 남산을 시민들에게 가까이할 수 있도록 돌려주자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접근로 개설이다. 남산 주변의 균형발전본부에 대형 주차장을 마련하고, 명동부터 새로운 곤돌라를 설치한다. 남산을 둘러싼 각 동네 동네마다 소로를 통해 남산으로 걸어올라갈 수 있도록 정비하는 중이다.

또 그동안 ‘바보계단’이라고 불렸던, 스텝이 안 맞는 계단들도 뜯어 고친다. 시멘트를 걷어내고 자연친화적 목재 계단이나 황톳길로, 인체공학적으로 사람의 스텝이 편안할 수 있도록 바꾼다. 즉 남산 내 각종 반 환경적인 것을 친 환경적인 것으로 바꾸고 남산에 물이 흐르게 하여 생태계를 복원하고자 한다.

역사성 회복을 위해 장충단에서 신라호텔, 타워호텔, 남산꼭대기로 해서 백범광장, 남대문 광장까지 있었던 서울 성곽을 회복하는 것도 사업의 한 부분이다. 남산 봉수대도 고증을 통해 복원하고 보존하려고 한다.

또 수종 개선 사업도 하고 있다. 그동안 남산에 나무 심는 것에만 급급해 나무들이 조밀해진 탓에 건강하게 자라지 못하고 있다. 나무가 햇빛을 찾아 가늘고 길게 올라가고만 있다. 건강한 수림대를 만들기 위해 사이사이 간벌을 해주고 있다.

건강한 산림으로 되돌리면서 일제 때 많이 심어논 아카시아 나무도 현재 솎아내고 있다. 아카시아가 나쁜 것은 아닌데 워낙 성장력과 지배력이 강해서 다른 나무와 함께 잘 자라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 아카시아 뿌리는 땅속 깊이 들어가지 못해 30년 정도 노쇠하면 잘 쓰러진다. 이렇게 되면 가옥 피해나 교통사고의 위험을 증가시킨다. 아카시아를 솎아낸 자리에 소나무를 심고 있다.

원래 남산의 상징인 한국형 소나무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최근 언론에서 남산의 아카시아 나무를 마구 베어낸다고들 보도하던데 그것은 잘못된 표현이다.

도심 가로수로 소나무를 심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소나무가 가로수에 적정한 것이냐’에 대한 질문에는 찬반 양론이 갈리고 있다. 내 생각에는 소나무는 가로수로 부적절하다고 본다. 산소 배출과 공기오염 물질 제거에는 잎이 넓은 활엽수가 좋은 효과를 낸다.

잎이 많은 나무를 심어야 그늘이 많이 생기고 도시 열섬도 줄일 수 있어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 또 소나무는 원래 군집형 수목이다. 소나무는 모여 있어야 멋이 있다. 한 줄로 도열해 있는 수목으로 소나무는 어울리지 않는다.

서울시 문화과장과 관광과장 등 문화관광 관련 부서에서 상당히 오랜 시간 일했다. 특히 파리 주재관으로 나가 있기도 했는데, 그 일들이 어떻게 연관이 있었는가? 

파리 주재관을 지낸 후 서울에 들어와서 제일 해보고 싶었던 것은 각종 문화지원 정책, 문화 예술인들의 지원에 대한 개혁이었다.

그래서 2003년에 문화과장을 하면서 각종 문화예술 지원정책을 많이 수립했다. 대표적인 것이, 대학로에 연극인들을 위해 연습실 만들고 아트팩토리라고 해서 예술가 작업실 만든 것이다.

또 서구 여러 나라의 도시 축제처럼 서울에도 축제다운 축제를 하나 만들어 보고 싶었는데, 현재 ‘하이서울 페스티벌’로 진행되고 있다.

사실 파리 주재원으로 갈 때 가장 주요한 미션은 ‘월드컵 준비’였다. 내가 파리에 있었던 기간이 프랑스가 월드컵을 개최하고 정리하는 기간이었다. 프랑스 10개 도시가 각각 어떻게 월드컵을 준비하는지를 잘 보고 국내에 보내서 준비하게 하는 것이 내 일이었다.

돌아와서 도시마케팅을 어떻게 할 것인가하는 것에 대한 기획이었는데 그중  가장 성공적인 것은 ‘거리 응원전’이라고 본다. 그 터를 만들었다. 프랑스 월드컵에서도 보면 대형 스크린을 10개 도시 시청 앞 광장에 다 설치했다.

그래서 서울  시내에다가도 대형 스크린을 다섯 개를 만들어서 경기장에 못 들어가는 사람들도 월드컵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서울광장에 붉은 악마가 합쳐진 것은 서울시에서 장을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성공하고 재미있게 했으니까 일본도 따라서 하고 그랬다.

최근 녹지와 문화가 결합된 정책들을 많이 펴고 있다.

요즘 시민들의 공원 이용 행태를 보면 돗자리를 그늘 속에 펼쳐놓고 앉아서 먹고 자고 그러는 것이 대부분이다.

관리 조례에 따르면 공원에서는 사실 술은 못 마시게 되어 있는데 몰래몰래 공원에서 술을 마시기도 한다. 이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문화가 없고 즐길 거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건실한 문화가 있는 공원을 만들자 해서 최근 공원을 조성할 시에는 문화예술을 접목시킨다.

문화예술 프로그램도 넣고 공연장 설치도 한다. 듣기 좋은 음악도 있고 좋은 예술품도 감상할 수 있고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는 그런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다. 레저와 스포츠가 공원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특히 체육시설들이 공원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공원이 도시 생활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가고 있다.

◆ 문화과장 시절 결국 불발로 끝난 충무로 역사 내 영상문화센터 조성 당시 여러 일들이 많았었는데?

내가 문화과장이 되기 전에 이미 맡겨져 있었던 일이다. 전문가에게 맡겨본다 해서, 10억여 원을 투자해 어떻게 설계하고 시공할 것인지 독립영화협회에 맡겼다.

내가 문화과장이 됐을 때는 거의 완공 단계에 이르렀다. 그런데 문제는 공공기관의 예산을 타 가서 사업했으면 그 예산에 대한 정산· 결산을 해야 하는데 그쪽에서 그것을 안 해줬다. 개개인 사이에서도 필요한 것인데 말이다.

정산을 거부하고 무조건 운영권을 달라는 것이다. 그것 가지고 실랑이를 했다. 운영권은 이미 준다고 당초 약속한 것인데 정산한 다음 운영권에 대해 논하자 했는데도 그쪽은 운영권만 달라며 끝까지 정산을 안 했다.

결국은 불법 점유를 하고 불법 운영을 했다. 우리가 정식 계약을 하지 않았으니 강제철거를 할 수밖에 없다고 하니, 문화를 말살하는 과장이라며 나더러 물러가라고 했다.

정치를 할 생각은 없나?

나는 행정관료지 정치가는 아닌 것 같다. 나하고 정치는 잘 안 맞는다. 양천구 구청장에 출마하려 했던 적이 있다. 당시 예방주사 미리 잘 맞았다(웃음). 법과 질서를 잘 지켜야 하는 사람이라 정치인처럼 필요할 때마다 수시로 바꾸는 것은 못 한다.

서울문화투데이 인터뷰 이은영 국장 young@sctoday.co.kr / 정리 편보경 기자 jasper@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