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커뮤니티 댄스, 가치 인식으로 내실 기해야
[특별기획] 커뮤니티 댄스, 가치 인식으로 내실 기해야
  • 김채현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교수
  • 승인 2012.10.23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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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공연저널리즘 서울포럼(Seoul Performing Arts Critics Forum 2012)

     제15회 서울세계무용축제 (SIDance 2012)가 지난 5일부터 오는 20일까지 열렸다. 축제의 중요한 한 축으로 자리잡고 있는 공연저널리즘 서울포럼이 5회째를 맞아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다양한 주제로 5회에 걸친 포럼이 진행됐다. 서울문화투데이는 포럼의 첫날인 진행된 포럼1 ‘커뮤니티 댄스의 가치’에서 발제된 내용과 토론을 지상 중계한다. 이 작업은 이날 토론자로 참석했던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의 김채원 교수가 맡았다. -편집자주-

커뮤니티 댄스 선구자 안나 할프린과 시민들의 '도시 순례 춤', 샌프란시스코, 1976~1979년. (매우 귀중한 사진 자료이다.)

커뮤니티 댄스는 개개인을 주체로 배려하는 인간애에서 출발해

커뮤니티, 개인 그리고 커뮤니티 속의 개인을 주체로 치유와 회복을 지향

   지난 몇 해 한국에서 커뮤니티 댄스는 공론화되어 왔다. 2010년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이론과 주최 국제 심포지움이 있은 다음 해에 국제무용협회 한국 본부가 커뮤니티 댄스 워크숍과 국제적 담론의 장을 제공한 바 있다. 그리고 춤 창작자들이 일반인들로 하여금 공연 무대나 춤 스튜디오에서 공연 주역으로 나서도록 하는 프로그램이 종종 선을 보이고 있다.

   커뮤니티 댄스는 다양한 커뮤니티 속에서 일반인들에 의해 발현되는 춤 활동이다. 그것은 커뮤니티, 개인 그리고 커뮤니티 속의 개인을 주체로 치유와 회복을 지향한다.

   영국 잉글랜드 국립발레단은 파킨슨병 질환자들에게 춤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 그들에게 자신감을 북돋아주고, 자기 움직임의 가능성이나 사회적 교류, 소속감 등을 자극하는 데 춤이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이 프로그램의 의의는 분명해 보인다.

   호주 무용가 베키 힐튼은 한국 무용가와 함께 다국적 프로그램 ‘헬로우 2011’을 진행한 바 있다. 진행자가 여러 개의 질문을 따라 사람들을 움직이게 해서 발견한 제스처들을 엮어 움직임으로 연결하여 호주 사람들에게 가르치고, 그 무용수는 실시간 투사되는 대형 스크린으로 한국 참가자들에게 이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한국 참가자들은 이 움직임을 복제하여 또 다른 호주 참가자들에게 보여주고, 그 사람은 다시 한국인들에게 제스처를 반복하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다국적으로 움직임을 이어 받는 이 프로그램은 몸과 몸 사이에 움직임을 전달함으로써 사람들 상호간의 참여와 이해를 증진시키는 효과가 있었다고 한다.

   이처럼 커뮤니티 댄스는 다양한 커뮤니티 속에서 다면적으로 펼쳐질 수 있다. 국내에서도 커뮤니티 댄스가 공론화되기 전부터 표면화되지는 않았어도 일부 무용가들은 커뮤니티 댄스 활동을 펼쳐왔다. 앞으로 커뮤니티 댄스의 잠재력은 매우 크며 갈수록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10월 중순 국제무용협회 한국본부와 한국춤비평가협회는 ‘한국 커뮤니티 댄스: 가치, 현장 그리고 예술가’ 포럼을 열면서 다음과 같이 지적하였다. 국내에서 “커뮤니티 댄스는 다양한 활동들이 시도되는 가운데, 명확한 기준과 방향성이 혼재되어 있고 프로그램 개발과 전문가 양성에서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이번 포럼은 근래 몇 해 진행된 국내 커뮤니티 댄스 활동을 되살피고 당면 과제를 검토하는 장으로서 3일간 여러 부문 포럼으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각 부문 포럼은 커뮤니티 댄스의 가치, 현장, 활동 체험 및 타 장르의 성과를 주제로 하였다. 여기서는 그 가운데 ‘커뮤니티 댄스의 가치’를 주제로 진행된 첫 번째 부문 포럼 내용을 토대로 국내 커뮤니티 댄스의 향방을 짚어본다.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 열린 공연 포럼1에서 참석자들이 자료영상을 보고 있다.

커뮤니티 댄스에서 사회적 차이는 도리어 역동성의 계기
커뮤니티 댄스 식의 참여에서 감정과 사회 차원의 접촉과 현존감 돋보여

   이 부문 포럼에서 발제한 두 사람은 영국과 호주에서 커뮤니티 댄스 활동에 깊숙이 관여해온 권위자들이다. 영국의 D. 후테라는 저널리스트로서 커뮤니티 댄스 전문 계간지 ‘애니메이티드’의 객원 편집자이다. 그리고 호주의 P. 로스필드는 라트로브대학 철학과 교수이며 멜버른 소재 무용 커뮤니티인 댄스 하우스 대표이고 커뮤니티 댄스 활동을 기획해왔다. 두 사람 모두 저명한 평론가이기도 하다.

   먼저, 후테라는 커뮤니티 댄스의 통합력에 주목하였다. 그에 의하면 커뮤니티 댄스는 “피부색, 문화적, 지리적 배경에 상관없이 팔다리가 몇 개든, 휠체어를 쓰든 말든, 나이, 몸매, 사이즈, 원래 능력과 상관없이 참여하고 싶은 모든 사람들에게 무용은 기회를” 준다. 커뮤니티 댄스의 통합력은 인종, 지역, 연령, 심지어 개인적 장애를 초월하여 사람들을 연결하는 데서 발견된다. 이와 같은 통합력은 커뮤니티 댄스가 엄청나게 다면적으로 행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가 앞서 소개한 잉글랜드 국립발레단의 파킨슨병 치유사례 뿐만 아니라 영국 커뮤니티 댄스는 치유로부터 심신의 회복 그리고 크고 작은 무수한 커뮤니티에서 역할들을 수행해왔다. 후테라는 사람들 사이의 차이를 도리어 역동성의 계기로 강조하였는데, 그런 차이를 초월해서 통합하는 힘을 커뮤니티 댄스에서 착안한 것은 의미심장한 발상이다.

   이어서, 호주의 로스필드는 호주에서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는 데 있어 커뮤니티 댄스가 수행하는 역할을 집중 소개하였다. 로스필드가 커뮤니티 댄스와 공동체 의식 함양 사이의 연관성을 강조하는 배경에는 이민 국가 호주가 다문화 사회라는 특성이 작용하는 것 같다.  로스필드는 세상 사람들이 갖는 민족이라는 개념과 이미지는 자연스런 실체가 아니라 사실은 어떤 필요성들에 의해 지어낸 상상의 산물이라는 이론을 강하게 환기하였다. 민족의식이 강하다는 우리 사회에서 민족이 상상의 산물이라는 이론이 아직은 생소하게 받아들여지는 한켠에서 민족 개념이 재검토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민족개념을 상상의 산물로 해석하는 견지에서 보면, 공동체 의식 역시 상상의 산물일 것이다. 그러므로 공동체 의식의 함양이 절실한 사회에서 공동체 의식 함양에 큰 구실을 하는 활동들이 부각되기 마련이며, 호주에서처럼 커뮤니티 댄스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널리 인정되는 바이다.

   앞서의 몸 움직임 이어받기 활동이 호주에서 진행된 사례를 소개하면서 로스필드는 이 활동이 “호주의 신체와 한국의 신체 사이를 번역하는 문제로서 신체 사이의 소통에 변형가능성을 덧붙이는” 활동으로 해석하였다. 이번 발제에서 로스필드는 커뮤니티 댄스가 이질적인 집단(커뮤니티)들을 직접 대면시켜 신체와 신체 사이의 연결과 소통을 통해 참여를 유발해내는 효과를 강조하였다. 그리하여 커뮤니티 댄스 식의 참여에서 중요하게 부각되는 점은 ‘육체적, 감정적, 사회적, 문화적, 촉각적 차원에서의 접촉, 연계, 현존 그리고 살아있음’이다.

이 세상 몸을 가진 사람은 누구나 커뮤니티 댄스에 주체일 수 있어
몸과 몸이 소통하고 몸으로 커뮤니티를 실현하는 커뮤니티 댄스

   커뮤니티 댄스를 개척하는 현 단계의 한국에서 커뮤니티 댄스의 가치가 무엇인지 묻는 일이 중요할 것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커뮤니티 댄스의 가치란 무엇인가? 이 물음은 커뮤니티 댄스 활동에서나 연구에서나 첫 단추라는 점에서 필수적이며, 이번 포럼이 이를 주제로 시작한 것은 적절해 보인다.

   커뮤니티는 엄청나게 다종다양하므로 커뮤니티 댄스 역시 그럴 수밖에 없다. 이 세상에 몸을 가진 사람은 누구나 커뮤니티 댄스에 참여할 수 있다. 이는 춤 그리고 커뮤니티 댄스의 본원적 특성인 동시에 현실적 강점이기도 하다. 우리 주변에서 커뮤니티 댄스가 활성화된다는 사실은 무용인들이 춤과 커뮤니티 댄스의 그러한 점에 눈떠가는 현상을 나타내므로 그만큼 고무적이다.

   커뮤니티 댄스가 매우 다종다양하므로 그 가치 역시 그럴 것이다. 이런 사정에서 커뮤니티 댄스는 정의하기가 매우 까다로운 열린 개념이다. 그렇지만 국내 커뮤니티 댄스 활동에서 일반인을 무대에 세우는 활동이 주로 부각되는 식의 쏠림 현상은 분명 재고되어야 한다. 무용가가 무대에다 무용수 대신 일반인을 내세우면 자동적으로 커뮤니티 댄스가 되는 것일까?

   이번 포럼에 한국타말파연구소 대표 이정명은 필자와 함께 토론자로 참여하였다. 상담심리학자인 이정명은 커뮤니티 댄스를 통한 치유방법을 근 50년간 개척해 온 안나 할프린의 타말파연구소에서 감독 수업을 수행한 인물이다. 이 토론에서 이정명은 커뮤니티 댄스를 몸과 몸이 관통-소통하고 몸으로 커뮤니티를 실현하는 과정으로 보았다. 몸이라는 것은 일단 개별적 주체이기 때문에 로스필드도 지적하였듯이 집단 행진에서의 몸은 개별적 주체와는 거리가 멀다. 이런 사실 때문에 커뮤니티 댄스에서는 참여하는 개별 주체가 근본적으로 기본 단위인 것이고, 후테라가 언급하는 차이는 인종과 연령 같은 집단 개념에서의 차이 뿐 만 아니라 개별적 몸들 간의 차이까지 포괄한다. 다시 말해서 커뮤니티 댄스는 개개인을 주체로 배려하는 마음씨에서 출발하며, 그러한 몸들이 참여하는 커뮤니티 댄스는 개별 주체들의 집합으로 진행되기 마련이다.

커뮤니티 댄스에서 관람형의 공연 형태는 비중이 낮고 신중한 접근 필요

   커뮤니티 댄스의 가치는 크게 둘로 나눌 수 있다. 통상적으로 커뮤니티 댄스는 일반인들에게 자아와 집단의 교감, 공감, 소통, 회복과 같은 효과를 낳는다고 말해진다. 이런 효과를 유발하기 위해 커뮤니티 댄스는 춤 또는 몸을 응용하는 치유, 놀이, 여가, 활력 증진 활동과 같은 방법을 동원한다. 심지어 커뮤니티 댄스는 도시 생활을 개선하기 위해 여론을 환기하여 정책에 개입하는 경우도 있다. 무용가가 일반인들 사이에서 조성하는 이러한 효과는 커뮤니티 댄스의 사회적(또는 외적) 가치이다.

   커뮤니티 댄스는 지난 반세기 이래 서구에서 개발된 새로운 춤 활동으로서, 현대 사회의 다종다양한 커뮤니티 속의 현대적 활동이다. 그러므로 커뮤니티 댄스의 동기는 전통 사회의 민속춤과는 큰 차이가 난다. 민속춤이 장구한 세월 지속되는 공동체의 정체성 발현에 초점을 맞추는 데 비하여, 커뮤니티 댄스가 일례로 개개인의 치유까지 지향하는 경우는 매우 흔하다.

   커뮤니티 댄스 선구자들의 활동 이래 커뮤니티 댄스는 춤 예술과 사회에 대한 혁신적 의식, 즉 춤 예술을 생활과 일반인을 위해 응용함으로써 굳이 말하자면 세상의 구원을 지향하는 경향이 농후하다. 경제적 실익이 대단하지도 않을 듯하고 저작권이 전적으로 인정되는 것도 아니며 예술 실적물로서도 애매한 커뮤니티 댄스 활동에 무용가가 기울어지도록 하는 근본 동기는 무용가 스스로 자신에 대해 부여하는 가치 즉 커뮤니티 댄스의 내적 가치라 부를 만하다. 이처럼 예술적 노우하우를 사회로 환원시키는 커뮤니티 댄스에서 가치의 핵심은 무용가가 가질 인간애(휴머니티)라 생각된다.

   일반 춤 공연이 관객을 향한 일방향의 소통을 취하는 것과 달리, 커뮤니티 댄스와 개인 혹은 커뮤니티는 쌍방향으로 소통한다. 그래서 커뮤니티 댄스에서는 쌍방향의 소통 ‘과정’이 중시되며, 그 ‘결과물’은 참여하는 개인 혹은 커뮤니티의 내면적 효과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시 말해 커뮤니티 댄스에서 관람형의 공연 형태는 비중이 낮다. 따라서, 춤 창작자들이 일반인들로 하여금 공연 무대나 춤 스튜디오에서 공연 주역으로 나서도록 하는 프로그램은 자제되어야 옳다. 그럼에도 듣건대는 국내 어느 문화재단이 내년에 커뮤니티 댄스 페스티벌을 계획하고 있다는 소식인데, 모처럼 활성화되는 커뮤니티 댄스를 오염시키지나 않을지 우려부터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