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충무아트홀 제작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공연리뷰] 충무아트홀 제작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 이용숙/음악평론가
  • 승인 2012.10.24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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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힘 보여준 감동의 고전(古典) 무대

뮤지컬 공연장으로 유명한 충무아트홀이 대극장 무대에 자체제작 오페라를 올린다는 소식이 공연계를 놀라게 했다.

▲1막 '축배의 노래'<사진제공=충무아트홀>
베르디 <라 트라비아타>의 막이 오른 지난 13일, 오페라 공연용 오케스트라 피트가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은 충무아트홀의 여건을 떠올리며, 대극장에 들어서자마자 앞쪽으로 가서 피트부터 들여다보았다. 역시 피트는 상당히 좁았고, 이날 연주한 소리얼필하모닉오케스트라 단원들은 퍽 옹색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러나 최선용이 지휘한 오케스트라 음악은 환경의 열악함을 전혀 느끼지 못하게 했다. 등장인물들의 상황과 감정선을 더할 나위 없이 밀도 있게 표현하는 베르디의 음악은 관객의 심금을 울리고도 남았다. 특히 지휘자 최선용은 가수들의 가창 템포에 지극히 예민하고 정확하게 반응하며 성악을 안정적으로 받쳐주었다.

이 공연의 예술총감독이자 남자주인공 알프레도 역을 노래한 테너 박세원(서울대 오페라연구소장)은 89년 노르웨이 국립극장 공연을 비롯해 긴 세월 동안 무수한 찬사를 받아온 자신의 대표 배역을 아름답게 마무리했다. 1막의 이중창 '축배의 노래'에서는 목소리를 아낀다는 느낌을 주었으나 2막 1장에서 비올레타와의 삶의 행복을 노래하는 아리아를 부를 때는 활력이 넘치는 정교하고 유려한 가창으로 청중의 감탄과 열광적인 갈채를 이끌어냈다.

▲3막 비올레타와 제르몽의 이별 장면 <사진제공=충무아트홀>
타이틀 롤을 맡은 소프라노 김은경은 거의 흠잡을 데 없는 성악적 기교와 섬세한 연기로 객석을 압도하며, 이 고난도 배역을 어려움 없이 소화하는 새로운 비올레타의 탄생을 알렸다. 1막 아리아의 화려한 콜로라투라도 빛났지만, 특히 비올레타가 3막의 '지난날이여 안녕히'와 '이 초상화를 받아요'를 노래할 때 객석에는 눈물이 넘쳐났다.

바리톤 한경석 역시 탄탄한 가창력과 탁월한 표현력으로 제르몽의 현신이 되어 청중에게 깊은 만족감을 선사했다. 역할 해석력과 연기력이 돋보인 듀폴 남작 역의 베이스 전준한을 비롯해 조역 가수들도 모두 조화로운 앙상블을 이뤘고, 인천오페라합창단은 응집력 있는 가창으로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자연스런 구어체의 자막도 관객의 이해에 도움을 주었다.

오케스트라 피트를 제대로 갖추고 무대와 의상 등에 좀 더 비용을 지출할 수 있다면 앞으로 충무아트홀에서 더욱 완성도 높은 오페라를 볼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기존의 뮤지컬 관객들에게도 새로운 장르와 친숙해지는 기회를 열어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