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간송 전형필’의 애국… 문화재 보존을 위한 특단의 대책 내려야 할 때
[전시리뷰]‘간송 전형필’의 애국… 문화재 보존을 위한 특단의 대책 내려야 할 때
  • 박희진 객원기자(과천시설관리공단)
  • 승인 2012.10.24 02: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먼지낀 전시실, 끊임없이 밀려드는 관람객 차단없어 국보급 유물들 방치 상태 다름없어
▲필자 박희진 객원기자

전시에는 몇 가지 조건이 따른다. 전시가 가능한 공간이 있다고 하여 그것을 나열해 놓는다고 모두 똑같은 전시라고 볼 수는 없다. 관람동선이나 전시방법, 전시물의 보존관리가 기본이 되고나서야 전시기획이 가능한 것이다. 이러한 전시의 기본적인 시설을 갖춰야 할 뿐만 아니라 그 공간의 운영 방식 또한 전시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다.

특히, 전통미술 전시에 대해서는 더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 고미술품을 전시하는 경우 작품소재가 온습도에 민감하고 회화인 경우에는 섬유나 지류 등의 바탕재료와 천연안료 등이 벌레나 곰팡이의 공격을 받아 생물학적 훼손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오랜 세월 방치되다보면 재질이 약해져 조심스러운 것을 수장고에서 꺼내 밀폐되지 않은 공간에 전시하게 되면 급격히 변화된 환경에서 쉽게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시를 기획하는 이들은 욕심껏 자신의 기획에 작품을 맞추려 들 것이 아니라, 작품의 상태와 특성을 최상의 상태로 보존하기 위한 방식을 일반인과 소통할 수 있도록 기획하는 것이 전시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작품의 소중함을 알고 그 작품을 관리할 줄 아는 윤리적인 마인드가 기본이 되어야 제대로 된 전시를 선보일 수 있는 것이다.

작품의 훼손을 막겠다는 일념하나로 74년간 1년에 단 두 번씩 일반인들에게 작품들을 꺼내 보이는 미술관이 있다. 봄과 가을에 약 2주간 전시가 개방되는 간송미술관이 바로 그곳이다. 국보12점, 보물8점 등 유물5000여점을 보유한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사립박물관으로, 설립당시 우리민족의 혼과 얼을 지키기 위해 한 개인이 문화재를 수집하여 전시하게 된 것이 지금의 간송미술관이 되었다.

작품의 보존과 안전을 위해 간송미술관은 연구소에 부속된 박물관으로 연구가 주목적이고, 연구결과를 대중에게 검증받자는 것이 전시 목적이라고 한다. 전시기간이나 시기 등도 보존을 위해 결정된 것으로 미술관 전시가 40년간 철저하게 지켜져 전통이 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간송미술관이 계절별로 문을 연다는 안내표지

최근 이러한 간송미술관이 가을전시를 코앞에 두고 도마에 올랐다. 문화재청 국정감사에서 신경민의원(민주통합당)이 간송미술관의 작품 보존 상태를 두고 문제를 제기한 것.

그럴 만도 한 것이 필자 또한 매 전시마다 전시실 환경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관람동선이나 전시방법까지는 거론하지 않겠다. 다만, 작품의 보존상태를 중심으로만 내용을 정리해보면 이러하다. 첫째, 전시실 진열대, 진열장의 청결상태에 대한 개념은 거의 전무하다고 생각된다. 둘째, 기준치에서 벗어나는 조명과 조도, 차단되지 않은 외부 빛의 작품 노출 또한 전혀 대책이 마련된 바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셋째, 관람객이 직접적으로 느껴질 만큼의 부적절한 전시실 온?습도 상태, 마지막으로 도난의 위험성까지. 누가 보아도 귀중한 문화재를 관리하는 전시실의 풍경은 아니다.

도심 속에서 한적하고 운치 있는 간송미술관의 인기가 하늘을 치솟으며 관람객 인파가 몰리고 있는 것 또한 심각한 문제가 된다. 간송미술관 측은 관람객 수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상태에서 전시가 끝나는 날까지 꾸준히 입장객을 받고 있다.

사람들의 열기와 그 소음은 공기조절 장치가 되어 있지 않은 그 좁은 전시실 공간에서 있는 그대로 작품에 자극을 줄 수 밖에 없다. 전시실에서의 소음은 미세한 떨림으로 끊임없이 작품에 충격을 주고 차단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못한 전시실 내에서는 작품이 그 충격을 그대로 흡수할 수 밖에 없다.

우리 문화재를 지키기 위해 간송미술관을 설립한 간송 전형필 선생은 위대했다. 일제강점기 어린나이에 부모의 죽음으로 상속받은 전 재산을 털어 우리 문화재를 수집했고, 그것을 해방에 대한 의구심 속에서도 끝까지 지켜낼 수 있었던 것은 간송의 애국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간송미술관은 문화재를 방치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다. 훼손된 문화재는 다시 살려낼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잊지 말아야 하며 간송의 뜻을 이어, 미술관 문화재의 공공성 확보를 위해 서둘러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서울문화투데이 박희진 객원기자 (과천시시설관리공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