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터 수첩 속 기록된 추억의 전시] 이은주 큐레이터 토크 15
[큐레이터 수첩 속 기록된 추억의 전시] 이은주 큐레이터 토크 15
  • 이은주 큐레이터
  • 승인 2012.10.27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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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극장전 2부 김해민(Kim Hae Min) Special Day

김해민의 <Image Section>은 1988년에 제작된 작업으로 한국의 비디오아트가 실험적으로 생겨나기 시작한 시점과 맞물린다. 전시장 입구에서는 그의 최초 영상작이 흘러나오고 있으며, 이 전시는 바로 지속적으로 연재에서 소개될 미디어극장전 2부의 김해민 스페셜데이다. 본 전시는 2011년 5월 17일부터 18일까지 양일간 아트스페이스 정미소에서 개최되었으며, 1988년부터 2011년까지 총 23여년간의 작업 여정에 한 번에 감상할 수 있는 자리였다.

▲김해민, R.G.B 칵테일 유리잔, 프로젝터, DVD, 2001~10

1992년 <TV Hammer>작을 시작으로 그는 2차원 평면적 공간에서 가상의 경험으로 관객을 이끌었다. 컴퓨터라는 매체가 지극히 한정되어 사용되었던 시절이었던 90년대 초반에 그의 작, <TV Hammer>는 이미 3차원의 공감각적인 경험을 굳이 3D시뮬레이션의 효과를 기술적으로 사용하고 있지 않았다. 마치 2차원의 원근법시각의 캔버스를 보면서 3차원의 경험을 하게 되는 경험과 동일한 선상에서 그는 2차원의 평면 TV에서 매체의 속성, 즉 시간과 공간의 개념을 가지고 3차원적 경험을 이끌어 내었다.

<Image Section>, <24번의 호흡>, <조상에 관하여>의 네러티브 비디오 작업에서 그는 매체가 담고 있는 허상적 이미지의 실체의 문제를 제기하였으며, 2001년에 제작된 <RGB칵테일>시리즈에서는 빛으로 재현되는 영상 세계에 빛의 삼요소인 레드, 그린, 블루가 혼합되면서 일어나는 다양한 색감을 칵테일 잔을 통해 드러내었다. 이렇듯 김해민은 비디오와 TV라는 매체의 프로그램이 가지고 있는 비물질적이고 비가시적인 특성을 시각화하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진행하였다.

특히나 2006년에 제작된 <접촉불량>은 디지털시대에 수없이 쏟아져 내리고 있는 사진, 영화, 기록의 이미지들로 TV라는 매체가 조정당하고 있다는 상황을 설정하여, 중앙적으로 통제되고 조정되는 이미지광경 때문에 왜곡, 대립, 충돌되는 문화적 시각을 담아내었으며, 이러한 통제된 시스템안에서 외부의 힘으로 선택하고 조작하면서 이미지를 마주하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담아내었다.

▲김해민, 접촉불량, 6min, 2006

이는 곧 TV라는 매체를 둘러싸고 이곳에서 상영되는 이미지들의 문화사회적 상관관계와 더불어 이것을 선택하여 관계하는 관객의 힘이라는 쌍방의 소재를 놓고 변모되고 파생되어 가는 TV속의 이미지들에 관한 이야기였다.

최근에 제작된 <삼촌과 고모>라는 작업에서도 알 수 있듯이 특정한 인물이 아닌 대중 속에 묻힐 수 있는 불특정 다수에 관한 이야기로 실제로 화면에서는 남, 녀가 존재하며 그 인물들은 카메라의 눈으로 Zoom in, out 되면서 흐려졌다 뚜렸해 졌다를 반복한다. 무심한 카메라의 시각으로 사람을 대하는 미디어의 본성과 더불어 이러한 속성 때문에 특정인물이 아닌 불특정 다수가 주인공이 되는 현 미디어에 대한 시각을 담아내고 있다.

이처럼 김해민은 TV, 인터넷, 카메라자체가 가지고 있는 메커니즘적 속성을 비롯하여 그것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다양한 문화적 현상과 관객이 작업과 어떻게 조우하게 되는지에 관해 표현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새로운 매체가 등장하면 어떠한 작품으로 시대적 상황을 포착할지 궁금하다.

 

이은주(李垠周) Lee EunJoo

홍익대학교 대학원 예술학과를 졸업했으며 판화와 사진 전문 아트페어인아트에디션 팀장을 역임했다. 현실과 환타지의 경계시리즈(2008), 다양한 매체 속에서 탄생된 예술작품의 시나리오(2008), 비주얼인터섹션-네덜란드사진전(2009), Remediation in Digital Image展(2010), 미디어극장전-Welcome to media space(2011), 사건의 재구성전(2011), 기억의방_추억의 군 사진전(2011) 외 다수의 기획전 및 개인전을 기획했다. 전시와 출판 관련 일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으며, 현재 아트스페이스 갤러리정미소 큐레이터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