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 2012광주비엔날레… 진정성 있는 ‘미래’에 대한 논의가 필요
[전시리뷰] 2012광주비엔날레… 진정성 있는 ‘미래’에 대한 논의가 필요
  • 박희진 객원기자(과천시설관리공단)
  • 승인 2012.11.01 10: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희진 객원기자
필자가 전시리뷰를 할 때 반드시 확인하는 몇 가지가 있다. 전시의 목적성과 디테일한 기획력, 전시효과의 파급이 바로 그것이다. 이 세 가지 요소는 어느 전시장이 되었건, 어떤 대상으로 전시를 하던 간에 기본이라 생각하는 리뷰의 가이드라인이 된다. 그 다음 단계에서는 전시를 구성하는 인적관계의 ‘효과’를 확인하는 버릇이 있다. ‘관계의 효과’라 함은 전시에 참여한 대상들이 관계를 통해 무엇을 얼마나 얻어갈 수 있느냐에 대한 질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2012년 광주비엔날레는 전시장에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필자를 궁금케 했다. ‘무엇을 말하고 있는 것인가’ 올해 비엔날레의 과제는 원론적 개념에서부터 집어봐야겠다는 판단이 섰다. 세계각지에서 비엔날레가 열리고 각 국의 전시를 통해 세계 미술 경향을 소개하는 장의 역할을 하는 것이 비엔날레의 목적성이라 한다면, 비엔날레의 의미와 목적의 첫 번째는 바로 2년마다 열리는 ‘전시’, 둘째는 국가 간의 ‘교류’로 요약할 수 있겠다. 단순히 이러한 측면에서 해답을 찾는 다면 올해 비엔날레는 크게 문제될 것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 문제점을 하나씩 찾아보고자 한다. 

2012년 광주비엔날레 전시는 ‘라운드 테이블’이라는 타이틀 아래 여섯 개의 소주세가 소개되었으나 이 소주제들의 통합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것이 여섯 명의 기획자 각각의 공간구성의 개성이 너무 강해서라기보단 오히려 어정쩡한 전시주제가 문제의 핵심이 아니었나 싶다. ‘열린 형식의 협업으로, 서로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서로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기회’라는 이도저도 아닌 전시주제는 명확한 기획이 불가능하여 혼란만 야기 시킨다. 덕분에 전시의 목적성이 흔들리고 기획에 있어서는 디테일하게 접근하는 것이 당초 불가능했을 것이라 판단된다.

둘째는 관계를 배려하지 않은 동선이 문제이다. 동선의 문제는 바로 ‘대중’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작품과 작품, 작가와 작가, 작품과 작가, 작가와 기획, 기획과 작품. 그 모든 관계에 관람객이 있고 그 관계의 연결고리가 디테일하게 이어질수록 대중과의 소통은 원활한 법이다. 아무리 작품설명 횟수를 늘리고, 작품설명가의 친절한 해설이 더해졌다고 해도 진정성 없는 기획과 연결되지 않는 동선으로는 전시전반을 이해하기는 무리가 따른다.

특히 올해 비엔날레는 단체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대미술에 대한 관심도가 낮은 경우 집중도는 확연히 떨어질 수 밖에 없고 번잡한 전시장 속 인파 가운데 또다른 관람객들은 불만이 쏟아질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전시의 이해를 돕겠다며 시작된 작품해설은 2차적인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 작품해설가가 사용하는 이동식 마이크는 공간의 울림현상에 단체를 크게 이동시키기 때문에 관람이 제대로 이뤄지기는 불가능한 전시환경을 조성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비엔날레 운영측은 지난 10월 개막 한 달 만에 입장 관람객 수가 14만 명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관람객 수가 꾸준히 증가한다고 하지만 과연 관람객들을 위해 작품설명 횟수를 늘린 것 외에는 어떤 기획을 했느냐고, 관람객을 배려한 어떠한 환경을 조성하였느냐고 묻고 싶다.

두 번째는 ‘교류’의 역할이다. 올해 비엔날레가 더욱 이목을 집중시켰던 것은 제1회 세계비엔날레대회가 열린다는 점이다. 세계 현대미술계 내로라하는 관계자들이 대거모여 비엔날레 미래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매우 흥분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 또한 정체성 없는 주제가 가장 큰 문제이다. ‘현대미술과 인문, 사회학적 담론에 대해 폭넓게 다루게 될 것’이라는 회의주제에 있어 과도하게 둥글려 놓은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도대체 주제가 무엇인지,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인지 답답할 노릇이다. 하나같이 원론적인 이야기만 늘어놓는지라 식상할 수 밖에 없는 토론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원탁 테이블에 앉은 참여작가들, 기획자들간의 불만어린 속삼임이 회의가 끝난 이후에도 들려왔다.

2년을 기다려왔다. 그 간 쌓아올린 비엔날레 이미지가 뒷걸음질 치고 있다. 전시의 진정성을 다시 찾고 잃었던 방향을 다시 잡아서 겉포장만 요란하지 않은 내실 있는 국제적인 전시로 조금은 디테일하게 기획되길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