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칼럼] 인사하기, 즐거운 여행의 시작
[여행칼럼] 인사하기, 즐거운 여행의 시작
  • 정희섭 글로벌문화평론가/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겸임
  • 승인 2012.11.0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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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정희섭 글로벌문화평론가/숭실대글로벌통상학과 겸임교수
Wie geht es Ihnen.?, Buenos Dias, How are you.?, Shalom, Lehiraot.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은 매일 각기 다른 언어로 서로에게 인사를 건넨다. 인사라는 형식을 빌려 커뮤니케이션을 시작한다고 해야 할까. 인사로 시작한 말이 흥정이 되고 거래가 되고, 나아가 수십억 달러 규모의 비즈니스가 되고, 국가 간 조약이 되기도 한다. 국가 간 FTA의 맨 처음도 인사로 시작해서 맨 마지막엔 서로에 대한 감사의 인사로 끝나지 않았던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인간관계가 인사로 시작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인사는 모든 일의 시작점이다.

인사를 한다는 것은 아주 쉬워 보이지만 실은 아주 어려운 일이다.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크기의 목소리와 제스처로 인사하는 것은 고도의 테크닉을 필요로 하는, 흔히 말하는 프로페셔널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나의 인사를 충분히 인지하고 그에 대한 답례로서 나에게도 인사를 한다면 행위로서의 인사는 종결되게 된다. 하지만 상대방이 나의 인사를 무시하거나 방관할 경우에는 인사라는 행위는 종결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큰 오해를 낳을 수도 있다. 섭섭한 마음이 생길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서운함을 넘어 화가 날 수도 있다. 인사라는 언어적이고, 때로는 비언어적인 행위가 포함하고 있는 메시지의 강함과 약함에 따라 미묘한 감정의 파장이 마음속에 일어난다.

인사는 홀로 할 수 없고 반드시 상대방이 있어야 할 수 있다. 상대방은 한 명일 수도 있고 여러 명이 될 수도 있다. 인사는 상대방에게 나의 존재를 알리는 행위이면서 상대방의 현재 상태를 파악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영어 속담에 ‘It takes two to tango’ 라는 말이 있듯이 인사도 두 사람이 교류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룰과 법칙이 있다. 그 룰과 법칙에서 벗어나게 되면 오해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인간관계는 파괴되고 만다.

인사를 상대방에게 자극을 주는 행위라고 말한다면 그에 대한 반응은 자극의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당신이 친절하고 경쾌한 목소리로 인사를 했을 때, 그에 상응하는 톤으로 상대방의 인사를 바라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상대방의 반응이 시큰둥하거나 별다른 감흥이 없어 보인다면 당신은 그 상대방에게 다시는 인사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마음먹을 것이다. 수많은 나라에 해외여행을 다니면서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인사말을 건네는 한국 사람을 본 적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 못내 유감스럽다. 더 심하게 말하면 좀 슬프다.

문화권에 따라서는 인사의 순서도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장유유서라는 유교적 관념 때문에 나이가 어린 사람이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 먼저 인사하는 것이 보편적이지만 그렇지 않은 나라도 많다. 보통 서구에서는 상대방의 존재를 인지한 사람이 먼저 인사를 한다. 먼저 인사할 수 있다는 것은 열린 마음을 가졌다는 말과 같은 의미라고 생각한다. 모든 것에 여유가 있는 사람이 조금이라도 먼저 상대방의 안부를 묻게 된다. 길을 걸어가다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도 미소를 보내고 간단한 인사말을 전하는 서구사람들의 여유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기분 좋은 여행을 시작하고 싶다면 먼저 인사를 건네라고 말하고 싶다. 상대방의 젊고 늙음을 따지지 말고 먼저 인사하는 습관을 들이라고 조언하고 싶다. 서로에게 인사를 건네는 행위는 좋은 자극과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내는 연결고리가 되며, 이 연결고리는 비단 여행에서 뿐만 아니라 모든 성공의 밑거름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