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콘텐츠 체험 여행(1) -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전통공예
나의 문화콘텐츠 체험 여행(1) -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전통공예
  • 서연호 고려대학 명예교수
  • 승인 2012.11.01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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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호 고려대학 명예교수
  전통공예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사업은 우리 앞에 놓인 급선무이다. 문화재보호법에 근거해 1964년 12월 24일에 갓일(갓 만드는 일)이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면서, 전통공예의 국가 및 지역문화재 지정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전통공예품의 대부분은 시장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기예능보유자(이하 보유자)들은 문화재청에서 작품의 판로를 마련해 주지 않는다고 줄곧 불평을 하고 있다. 전시회를 보고난 사람들은 ‘이 물건을 사서 가져가도 별로 쓸 일이 없다’ 라고 하면서, 눈요기만으로 되돌아서기 일쑤이다. 이것이 우리 전통공예의 답답한 현실이다. 

  1997년 8월 4일부터 보름간 필자는 일본 이시카와현 가나자와시의 문화를 조사하는 연구단에 참여했다. 교토 다음으로 전통문화를 자랑하는 가나자와 시내를 산책하며 유독 전통공예점이 많고 잘 팔리는 것을 목격했다. 연중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기는 해도, 공예품이 관광객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줄기차게 팔려나가는 모습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와는 너무도 다른 실정이었던 까닭이다. 그리고 그렇게 훌륭한 작품을 만드는 원인을 찾다 가 알게 된 곳이 바로 우타츠야마공예공방(卯辰山工藝工房)이다.

  이 공방은 에도시대의 ‘세공소’ 기술과 정신을 현대적으로 계승하고, 동시에 시제(市制) 1백주년을 기념하는 목적으로 1989년 11월 1일에 설립되었다. 공방은 9천2백 평방미터의 대지에 1356명방미터의 연상면적, 2200평방미터의 총건평, 지상 2층, 지하 2층,  철근콘크리트 기와집이다. ‘양성한다’ ‘보여준다’ ‘참가한다’는 설립목표에 따라서 기술연수자를 양성하는 각종 공방(도예, 칠예, 염예, 금예, 유리예), 공예자료를 전시하고 공방을 공개하는 각종 시설(전시관 및 견학코스), 그리고 시민 스스로가 참가하는 각종 교실(상기와 같은 5개 공방) 등을 운영하고 있다. 공방들은 최고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일본에서 가나자와의 공예는 최고로 인식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전통공예의 도시로 널리 알려졌다. 그곳 전통공예는 봉건영주의 용품이나 그에게 바치는 물건을 만드는 일과 영주의 철저한 지원과 보호정책이 계기가 되어 발전했다. 1층과 2층의 전시실에는 에도시대에 세운 세공소에 관한 자료, 공예발전사에 관한 자료, 각종 기법 및 재료에 관한 자료, 공방활동에 관한 자료, 상살전시, 특별전시 등이 공개되고 있다. 공예 사롱과 공예품 수장고, 디자인실과 공예에 관한 문헌자료실 등이 훌륭하게 갖추어져 있다.

  ‘양성한다’는 목표를 위해 2012년에도 기술연수자들을 모집했다. 연수자는 매년 정기적으로 정원을 모집하지 않고, 공방에 결원이 생길 때만 선발한다. 매년 2월 하순에 당해 선발이 완료된다. 3년과정이지만 엄격한 심사를 거쳐 2년만에도 수료가 가능하다. 졸업의 기준은 해당 분야의 우수한 전문가로서 자질과 자격을 인정 받는 것이다. 연수자의 입학자격은 전공분야의 대학을 졸업한 사람으로서 35세 이하를 원칙으로 한다. 이력서, 연수계획서, 소논문, 제출 작품, 면접 등을 종합하여 선발된다. 입학금과 수업료는 무료이고, 3년 연수하는 동안 매월 10만엔의 장학금을 받는다. 총원 35인이 사용하는 매월 에너지 비용만 3백만엔이 넘는다. 연간 예산은 2억엔이 훨씬 넘는데, 전액이 시비로 충당된다. 약 80여 명의 저명 강사진을 갖춘, 일종의 시민대학인 셈이다.

  연수과정의 특징은 전통공예와 현대공예를 동시에 연마하고 각자의 작품을 만드는 데 있다. 따라서 현대 감각과 가치가 돋보이는 전통공예의 멋을 부각시킨 작품들은 시장에서 잘 팔리고 있다. 이 공방은 전국뿐만 아니라 세계의 유명 판매소와 연결망을 지니고 있다. 연수자들만이 아니라 시민들도 참가해 누구나 생활 공예를 만들 수 있는 기회를 누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