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인복지법 18일 시행… 아직 갈 길 멀다
예술인복지법 18일 시행… 아직 갈 길 멀다
  • 이은영 기자
  • 승인 2012.11.06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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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계약서 양식 보급, 산재보험 가입 가능 혜택 있지만 복지재단출범 운영비 확보도 안돼

355억 원 예산 → 70억 원으로 삭감, 법 취지 무색

일명 최보은 법으로 불리는 예술인복지법이 오는 18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고 6일 문화부가 밝혔다.

예술인 복지법 시행령 제정안’이 지난 6일 국무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출범하고 법에 따라 예술인의 직업적 지위와 권리를 보호하고 예술인들의 창작활동을 돕기위한  예술인 복지 지원 정책이 추진된다.

그러나 당초 사업 첫해인 내년도에 355억원의 예산을 확보하려 했던 예술인복지법은 예산을 담당하는 재정부 심의 과정에서 대폭 삭감되고, 4대 보험 중 산재보험만 겨우 도입돼 법 실효성에 대한 의문까지 제기되고 있다.

▲ '찾기 힘든 지원정보, 골치 아픈 예술경영, 막막한 일자리'라는 콘셉트로 열린 2011서울예술지원박람회에 몰린 인파 (기사와 관련 없음)

문화부가 신청한  예산 355억원의 내역은 ▲복지재단 운영 및 인프라 구축 19억4000만 ▲예술인 산재보험 지원 13억6000만원▲예술인 복지금고 지원 200억원 ▲예술인 취업 프로그램 운영 68억원 ▲창작준비금 지원 54억원이었다.

그러나 재정부는 예산의 80%에 달하는 285억원을 삭감하고 예술인 취업 프로그램(40억) 과 창작준비금(30억) 두 개 사업 70억원만 살아남았다.

예술인 취업지원프로그램과 창작준비금 지원 사업 2400명 혜택 그쳐

이로써 예술인 취업지원 교육프로그램 운영(1500명)과 사회공헌 연계한 창작준비금 지원사업(900명)으로 문화부가 추산한 예술인 54만명 중 겨우 2400명에게 혜택이 돌아가는데 그친다.

따라서 예술인복지법이 생계가 어려운 열악한 예술인들에게 실질적인 지원을 하기 위해 마련됐음에도 확정된 예산은 제정 취지를 무색케 한다.

이를 두고 전병헌 의원(민주당)은 지난달 열린 국정감사에서  예술인복지법 을 '유명무실법', '예술인 기만법'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예술인 산재보험 지원금, 예술인에게 창작 지원금을 빌려줄 수 있는 복지금고, 예술인 복지 사업을 수행할 복지재단 운영금 모두 삭감되어, 예술인 복지법이 당초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조차 미지수라는 것이다.

문화부, 국회에 삭감된 285억원 증액 요청

문화부 김재원 문화예술정책관은 “현재 예산 확보 부족 부분에 대해 우려 많은 것을 안다. 안타깝게도 현재 정부예산 반영된 것으로는 예술인들의 실질적 생활지원 은 어렵다.”며, “현재 여야 공히 재원확충이 필요하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고 현재  당초예산에서 삭감된 285억원을 국회에 증액시켜주길 요청해놓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또한 “이번에 확보된 예술인취업지원프로그램, 창작준비금제도는 고용보험에 준하는 일종의 실업급여내지 재취업기회 부여로 고용보험의 역할을 하는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국회에서 특히 문화부가 역점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복지재단 운영비, 예술인 금고의 예산확보로 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예술인복지금고가 설치되면  장기저리 또는 무이자 융자 등으로 복지사업이 좀 더 원활히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예술인복지법안 "예술인 기여, 사회적 인정 시발점"

김 정책관은 이번 예술인복지법 예산안 통과는 예술인들의 시회적 기여에 대해 제도를 통해 인정한 첫 시발점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그는 “첫 술에 배부르지 않겠지만 법률이란 한번 만들어지면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진화한다. 앞으로 국민의식 사회분위기 성숙되면 부족한 생각되는 부분이 개선돼서 채워질 것”이라며 “이런 부분에서 11월 18일 우리나라 복지법의 획기적 시발점이었다고 회고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렇듯  예술인복지법이 제대로 법취지를 갖추려면 국회와 문화부의 적극적인 의지와 예산을 담당하는 재정부의 인식전환이 필요한 과제를 안고 있다.

다음은 오는 18일부터 전면 시행에 들어갈 예술인복지법 주요 내용이다.

표준계약서 작성, 예술인 권리보장 장치ㆍ 산재보험 가입 18일부터 인터넷 가입, 지원금 없어

문화부는 이번 법안이 통과되면서 우선적으로 예술인들의 권익을 보장하는 제도로 표준계약서 작성과 산재보험 가입을 꼽았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예술인의 복지 증진에 관한 시책을 수립·시행해야 하며, 예산의 범위 내에서 복지 증진 사업을 지원할 수 있게 됐다. 이와 함께 무계약·불공정 계약 관행으로 인해 직업적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한 예술계의 근로환경 개선을 위해 표준계약서 양식이 개발·보급되며, 예술인의 경력관리에 도움을 주기 위해 예술인의 활동 실적 및 경력 정보를 체계적으로 축적·관리하는 예술인경력정보시스템이 구축·운영된다

예술인 복지법에서 규정한 예술인 산재보험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개정안’이 같은 날 국무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오는 18일부터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예술인의 산재보험 가입도 가능하게 된다.

산재보험 가입은 예술활동 대가로 보수 받는 계약체결 후 활동하는 예술인

가입 대상은 ‘예술인 복지법에 따른 예술인으로서 예술 활동 댓가로 보수를 받는 계약을 체결하고 활동하는 사람’이며, 한국예술인복지재단과 근로복지공단이 협력해 예술인 산재보험 적용을 지원한다.

보험료 부담, 임의 가입 등 예술인 산재보험 제도는 실효성이 낮아 정작 예술인들의 가입율은 저조할 것이란 지적에 따라 산재보험 제도에 대한 홍보와 함께 예술인 복지재단 사업을 통해 보험료 일부를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문화부는 예술인들의 평균 임금을 월 100만원으로 잡고 산재보험요율인 1%인 1만원의 30%를 본인 부담으로 산정하고 13억 6000만원을 예산신청을 했으나 이번 예산에서 삭감된 상태다. 따라서 당장은 보험료 지원은 받지 못하지만 오는 18일부터 인터넷을 통해 본인이 직접 산재보험 가입은 가능하다.

예술인복지재단 출범, 운영예산 확보 안돼 '식물재단' 전락 우려

이와 함께 예술인 복지법 시행의 중심 역할을 할 한국예술인복지재단도 이달 중 설립될 예정이다. 예술인 복지사업의 효율적 수행을 위해 설립되는 예술인복지재단은 앞으로 사회 보장 확대 지원, 예술인의 직업 안정 및 고용 창출, 예술인 복지 금고 관리·운영 등 다양한 복지 증진 사업을 수행할 방침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운영비 및 사업비를 전혀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복지재단만 출범할 경우 ‘식물재단’이 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는 지적이다.

복지혜택 받을 예술인 기준 어디까지?

예술인 복지법 시행에 필수사항인 예술인 정의와 관련한 예술인의 활동 증명 기준은 △공표된 예술 활동 실적 △예술 활동 수입 △저작권(저작인접권) 등록 실적 △국고·지방비 등의 보조를 받은 예술 활동 실적 중 하나의 요건만 충족하면 되며, 네 가지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에는 예술인복지재단의 별도의 심의를 통해 예술인 증명이 가능하도록 했다.

예술인 기준은 예술 활동의 다양성 및 특성을 고려해 직업인으로서 최소한의 예술인 활동 기준을 정했다. 즉,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는 법 대상으로서의 예술인의 범위는 폭넓게 인정하되, 실제 복지사업 대상은 한정된 예산을 감안·지원이 꼭 필요한 예술인이 혜택을 받도록 공정하고 엄격한 기준을 마련한 후 지원 대상 예술인을 선정한다는 방침이다.

또 예술 스태프 등 기술지원 인력과 기획인력 또한 예술인 복지법 대상에 포함돼 있다. 다만, 예술적인 성취나 전문성 없는 활동에 대해 단지 기간과 실적 등의 조건을 갖췄다고 해서 예술인으로 인정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의견이 있다. 이에 대해서 문화부는 사회적으로 합의와 용인이 가능한 수준의 보편적인 기준에서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