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없었던 스릴러 창극 '장화홍련'
지금까지 없었던 스릴러 창극 '장화홍련'
  • 이은영 기자
  • 승인 2012.11.12 11: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립창극단 '장화홍련', 27~30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파격적인 창극 무대가 '으스스'하게 우리곁을 찾아온다.
국립창극단이 50주년을 맞아 김성녀 예술감독이 부임하며 야심차게 내놓은 첫 작품 '장화홍련'이다.
스릴러창극이란 부제가 붙은  '장화홍련'은 오는 27일부터 30일까지 나흘간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 올린다.

작품에 내재한 어두운 측면을 포착해내 치밀하고 세련되게 표현해내는 대한민국의 대표 연출가 한태숙과 극작가 정복근이 호흡을 맞추는 첫 번째 창극으로, 작자 및 연대 미상의 고전소설 '장화홍련전'을 오늘날을 배경으로 한 색다른 이야기로 탈바꿈시켰다.

장화와 홍련을 진심으로 사랑했으나 경제적 박탈감에 무서운 방관자가 되는 계모 허씨, 대책 없이 무기력한 아버지, 결혼과 유학에 들떠 자신들의 떠남이 다른 가족에게는 큰 고통이 되리라는 것을 짐작하지 못하는 장화와 홍련, 그동안 누려왔던 유복함이 사라진다는 데에 돌변하는 장수 등이 출연해 동시대인들이 공감하는 경제적 고통과 그에 따라 헐거워지는 가족관계 등의 사회적 문제에서 비롯되는 비극이 국립창극단의 ‘한국적 소리’와 어우러지며, 공포를 배가시킨다.

국립국악관현악단 원일 예술감독이 음악감독을 맡았으며, 작창(作唱)은 극중 배무룡 역을 맡은 국립창극단의 왕기석 명창이 했다. 작곡은 월드뮤직밴드 AUX의 작곡가로 최근 국악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는 홍정의가 맡았다.

장면 전환, 등장인물의 심리 등을 무대 오브제와 영상을 통해 모던하게 표현해 효과를 극대화할 예정이며, 무엇보다 ‘스릴러창극’으로서의 밀도를 더욱 높이기 위해 해오름극장 무대 위에서 공연과 관람이 동시에 이뤄진다.

공연에 앞서 12일 오전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는 김성녀 국립창극단예술감독을 비롯 한태숙 연출, 정복근 작가, 홍정의 작곡가와 이번 극에서 도창을 맡은 왕기철과  작창과 배무룡역을 맡은 왕기석, 장화역의 김미진과 홍련역의 김차경, 계모 허씨역의 김금미와 배장수 역의 윤제원(안양예고 연극과2) 등이 참석해 공연 준비과정의 이야기들을 털어놨다.

이 자리에서 김성녀 예술감독은 자신은 “창극단원으로도 있었고 새로운 창극을 모색하기 위한 실험작도 만

▲김성녀 국립창극단 예술감독
들어봤고 관객 입장에서 국립창극단을 지켜봐 왔었다”고 운을 뗀 뒤 “예술감독 위치에서 제일 먼저 국립창극단이 50년을 돌아보며 관객이 외면하는 창극을 만들면 안되겠다는데 화두를 삼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관객이 보고싶은 창극으로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새로운 시도로 논란에 대상이 되는 창극을 만들겠다. 관객이 함께 하는 작품을 하고 싶어 장화홍련으로 첫 고리를 꿰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또 ”우리 창극단원들의 많은 재능을 다양한 작품을 통해 보여줄 수 있다는 기대를 가졌고 이런 나의 기대를 모두 충족시켜주는 분이 한태숙 선생님“이라며 이번 작품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끝으로 김성녀 감독은 ” 현재 창극단은 어느 연극단체보다 더 진지하게 작품분석을 통해 새로운 모습의 장화홍련을 시작했고 스스로 다들 놀라고 열심히 강행군을 하고 있다.“며 ” 이런 바탕으로 우리 창극단이 독창성있고 정체성 있는 단체로 자리매김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태숙 연출은 "창극 소리의 흐름과 현대인들의 동작에 있어 그 갭을 어떻게 극복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가장 고민되는 부분이고 지금까지도 헤매는 부분"라고 솔직히 밝히고 "창극의 정통성과 현대적 표현과 어울리지 않는 판소리의 발림 부분을 걷어내고 최대한 연극적 요소와 뮤지컬 영상 조명 등 시청각 자극을 통해 구축한 새롭고 색다른 창극에 욕심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한태숙 연출(좌)과 정복근 극작가(우)

이날 출연 배우들은 이전과 다른 이번 작품의 연출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솔직하게 털어 놓기도 했다. 특히 계모 허씨 역을 맡은 김금미는 인삿말 도중 연습과정의 어려웠던 연습과정을 돌이키며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눈물을 쏟아내기도 했다.

그녀의 눈물은 이번 '김성녀 표' 장화홍련이 국립창극단원들에게 얼마나 혹독한 시험대가 되고 있는지를 방증한 셈이기도 하다.관객들의 입장에서는 이들의 눈물에 비례해 밀도있고 완성도 높은 작품이 탄생할 것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한편 이번 공연에서는 창극 사상 볼 수 없었던 파격적인 누드씬이 펼쳐져 살짝 더 관객들의 흥미를 잡아 끌기도 한다.

▲기자간담회에 자리한 김성녀 예술감독과 참석자들이 공연을 성공을 기원하며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소리 잘하는 배우’의 시대가 열린다!

<장화홍련>은 작품의 특성상 인물의 섬세한 심리묘사가 관건이다. 국립창극단 단원들이 소리에 있어서 최고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지만, 이들이 창극 무대에서 현대적인 연기를 선보인 경험은 전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장화홍련> 이후로 이들을 창극 배우라고 부르는 데 더 이상의 어색함은 없을 것이다. 한태숙 연출과 정복근 작가의 예리한 안목을 통해 선발된 이번 공연의 출연진들은 배역의 연기와 소리, 그리고 안무까지 매끈하게 소화하며, ‘소리도 잘 하고 연기까지 능한 창극 배우’의 등장을 알리고 있다.
다음은 지난 12일 열렸던 기자간담회에서 연출을 비롯 배우들의 한마디를 옮겨봤다.

작창과 배무룡- 왕기석 명창
“욕 먹더라도 새로운 시도 과감히 해 볼 것”
큰 작품 작창맡게돼 영광이다. 처음에는 과연 창극으로 가능할까라는 의구심도 있었다.
기존 판소리 어법에서 눈(고수의 장단)이 안나오면 소리꾼이 힘들어 한다. 이번엔 장단이 없이 짜여진 소리꾼이 혼자 박세며 창해야 하고 음악적 효과를 내야한다. 장단없이 소리가 어떻게 될까?도전이고 새로운 시도다. 그래서 욕먹을 각오도 한다. 그렇지만 좋은 모습 보여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내면적 공포심리 소리 표현에 굉장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이번에는 어쿠스틱 악기를 사용함으로써 배우들의 소리와 가사가 생생하게 더 잘 전달될 것이다. 이번 공연이 끝나고 나면 다들 한 층 더 성장한 모습을 스스로 느낄 수 있을 듯 하다.

도창- 왕기철
“악마적 본성 충동질”
“도창 역할이 기존 창극과 180도 달라졌다. 극과극의 상황을 전개하면서 이해가도록 만들어 지는데 이번 도창은 분위기를 만들거나 사회현상을 비웃기도 하고 못된 짓도 하고 악마적 본성을 충돌질 하기도 한다. 새로운 캐릭터, 새로운 모습이 기대된다. 단 연출이 너무 섬세해 배우들은 힘들다. 판소리의 발림 등은 거의 없거나 죽인다.”
장화- 김미자 “창극 최초의 상상도 못할 노출씬”
오디션 때가 생각난다. 내가 준비한 오디션과는 달리 겨울에 물속에 들어가는 장면에도 흔쾌히 작품을 위해 할수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사실은 걱정스러웠다. 그러나 샤워장면에 노출신이 있는데 창극 배우로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라 당황하고 놀랐었다. 아이 둘 엄마가 민폐가 아닌가 걱정도 된다. 창극에서도 노출신이 볼만하다는 얘기 듣고 싶다.(웃음)

홍련- 김차경 “창극에 연극요소 도입은 새로운 경험”
 “과감하게 캐스팅해준 한태숙선생님과 작가께 감사드린다.역시 대가는 대가를 알아본다 생각했다(웃음)”고 우리의 소리를 마음껏 무대에서 얼마든지 발산할 수 있겠구나 했는데… 막상 무대에서 노래를 하면 선생님이 ‘그거 아니야’ 해서 몸이 움츠러지며 혼란이 왔다. 이 것이 이 작품과의 싸움이겠구나 생각했다. 이기회에 우리가 몰랐던 부분 새로운 시도 해보자했다. 창극에 연극적 요소 도입하는 것은 새로운 경험이다. 이번 작품 통해 창극이 세계에 우뚝 섰으면 하는 바람이다.”

계모-김금희
“내 몸이 내 것 같지 않아
“많은 작품 접해봤지만 이 작품만큼 몸뚱아리 아파보기는 처음이다. 저희가 그동안 판놀음을 주로 했던 이조극 위주로 작품을 했다면 이번 극은 현대극인데 가져야할 몸자세가 틀린다.
발림을 쓸 수가 없으니 동작도 그렇고 모든 것이 내것이 아닌 다른 것이 와 있는 것 같았다. 아침이면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이런 중요한 자리에도 지각하고… 그럼에도 연습과정이 흥미진진하고 내가 그동안 쌓아올린 것의 120%를 끌어내 주는 선생님께 감사한다. 이것 못해내면 창극을 접어야 할 것같은 각오로 임했다.

장수-윤제원 “오기가 큰 공부”
평소 한태숙 선생님이 쉬는 시간에는 어머니처럼 잘 챙겨주시고 하시는데 막상 연습 들어가면 한 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모습에 많은 것을 느꼈다. 특히 광기 부리는 부분이 많은데 선생님이 ‘아니라’고 하셔서 스스로 오기가 생겨서 해 보게된 것도 크나큰 공부가 됐다.

 

▲ (왼쪽부터) 작창과 배무룡- 왕기석, 도창- 왕기철, 장화- 김미자

▲ (왼쪽부터) 홍련- 김차경, 계모- 김금희, 장수- 윤제원

  티켓은 VIP석 7만원, R석 5만원, S석 3만원, A석 2만원이다. (문의 및 예매 : 02-2280-4115~6, www.ntok.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