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참여와 소통의 현장....2012. 부산비엔날레 '배움의 정원'
[전시리뷰]참여와 소통의 현장....2012. 부산비엔날레 '배움의 정원'
  • 박희진 객원기자(과천시설관리공단)
  • 승인 2012.11.13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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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의 징검다리 일반시민이 참여, '협업'이 핵심!

 

2년마다 짝수해 9월에 열리는 비엔날레가 올해는 유난히 흥미롭다. 국내 최대 규모로 유명세를 떨치던 광주비엔날레는 두달간 '소통의 부재로 퇴보되었다'는 혹평 끝에 11월 11일 막을 내렸다.

비록 광주비엔날레가 '소통'에 아쉬움을 남기긴하였지만 무엇보다 다양한 작가와 작품을 소개하는 데에는 디테일은 부족하나 그 역할에는 충실하였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아쉬움이 남기는 하나 될성부른 작가를 일반인에게 노출시키고 컬렉터들의 안목을 높이는 비엔날레의 역할은 놓지지 않았다고 평할 수 있다.

반면, 부산비엔날레는 눈에 띠게 성장했다. 내용 면에서도 일관성 있는 전시를 선보였고, 디테일한 공간디자인 역시 훌륭했다고 평할 수 있다. 부산비엔날레의 목적성을 정확히 알고 전시의 방향을 일관성 있게 설정하였으며, 안정적인 기획력으로 디테일한 공간디자인과 소통의 수단 등을 고려해 과감한 비엔날레로 도전한 계기가 되었다. 참여의 수단을 장착시켰고 이를 가동하기 위해 철저히 '방법론'에 입각한 열린기획을 시도한 것이 신선한 자극을 준다.

2012. 부산비엔날레는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미술축제'라는 모티브로 일반대중이 현대미술을 접근하는 데에 민주적 예술교육방식을 선택했다. 부산비엔날레의 지휘봉을 잡은 로저 뷔르겔 전시감독은 5년마다 독일 카셀에서 열리는 현대미술제 도쿠멘타 총감독을 지낸 바 있다. 비엔날레는 아트페어나 일반전시와는 애시당초 판이 다른 전시이다. 세계인의 시선을 부산으로 끌어모아야 하는 지역성을 담는 것이 첫작업이 된다. 부산이라는 도시의 냄새를 풍길수 있어야 함이 기본인 것이다.

▲부산비엔날레 전시작품 중 정물(情物)을 위한 정물(靜物)사진 展 : 세 개의 카메라로 부산을 묘사하다. 작가 한상필 作. 

올해 부산비엔날레는 뷔르겔 감독이 얼마나 부산의 지역성을 담아낼 수 있는 냐가 관건이었다. 하지만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뷔르겔 감독은 완연한 소통을 위해 자신의 기획의도에 맞춰 디테일하게 추려낼 수 있는 필터를 장착했다. 바로 부산시민들이 참여하는 '배움위원회'의 기획참여이다. 부산비엔날레 전시는 시민의 참여와 열정으로 비엔날레의 새 이미지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이또한 부산 시민의 참여에서 시작된 것이다.

예술교육에 전통성을 갖고 있는 독일 출신 감독의 지휘는 필자를 매우 기대케 했던 것이 사실이다. '교육'의 방식이 자발적인 참여와 적극적인 협업이 감독의 기획을 중심으로 작가와 관람객, '배움위원회'가 삼각구도를 만들어 낸다. '배움위원회'의 역할은 단순히 전식기획에 참여하는 것 뿐만이 아니다. 교육프로그램의 일부를 이들이 직접 진행하고 부산시민과 시민과의 대화를 이끌어 갈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2012년 부산비엔날레 '소통'의 방식은 참여와 협업이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작품을 표현하는 방식도 공간을 구성하는 방법도 올해는 조금 달랐다. 한 작가당 4-5점의 작품이 섹션별로 다른 공간에 전시되었다는 점도 신선하다. 작가의 작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 점의 작품만으로는 소화해내기 어렵다. 작업과정을 생생히 관찰한다고 하여도 무리가 따른다. 조금 더 가까이 작가를 이해할 수 있도록 관람객을 배려한 기획의 일부라고 생각된다.

게다가 '지금은 공사중'을 연상케 하는 시립미술관 건축물과 미술관 내부에 벽면을 감싼 검은 방진망은 순백의 미술관의 이미지를 깨고 작품을 부각시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게다가 조명과 채광을 적절히 작품에 활용하여 작품의 이미지가 최대 부각될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하고 작품을 배치하였다. 한 명의 작가 작품이 이러한 전시 디자인에 흡수되면서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음을 관람객 스스로가 체험할 수 있었다.

하지만 100% 완벽한 전시는 불가능하다. 올해 광주와 부산 비엔날레의 공통된 문제점은 '대작의 부재'라는 점이다. 광주비엔날레에서도 지적된 바와 같이 다양한 작품과 작가는 소개되었지만 굵직한 대표작품을 내놓지는 못했다. 부산비엔날레도 마찬가지다. 부산의 지역성을 강하게 드러내는 작품, 젊은 작가과 큐레이터, 아마추어들이 참여해 신선한 전시는 훌륭했지만 올해를 대표할만한 작품은 없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부산비엔날레는 대담한 기획을 선보였다. 비엔날레 기획의 신선함은 전시전반에 대한 성공여부를 논할 영역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어렵고 난해한 현대미술을 대중에게 소개하려는 비엔날레의 다양한 실험이 '소통'의 노력 흔적임은 인정해야 한다.

세계 곳곳에서 수많은 비엔날레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는 상황에 국내 비엔날레가 안정적 궤도에 오르기 위해선 국내 미술계의 정체성과 비엔날레 지역성이 짙어져야 하는 것이 정답이 아닐까 싶다. '소통'과 '목적'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결과, 일관성 있는 비엔날레 운영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