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이 끝났다. 제2의 수험생이나 마찬가지였던 가족과 함께 혹은 잠시 홀로 이고 싶은 수험생들에게 추천할 만한 곳을 소개한다.
올해 대입 수험생인 딸을 둔 아빠이기도 한 김영배 성북구청장은 주저 없이 성북동을 추천한다. 한양도성 구간 중 주변 경관이 가장 뛰어난데다가 국가지정문화재 26점과 서울시지정문화재 9점 등 역사문화 자원이 풍부하고 크고 작은 문화행사가 수시로 열리는 등 성북동으로 가야할 이유는 백가지가 넘는다.
그 중 첫 번째는 심우장이다. 독립운동가이자 시인인 만해 한용운 선생이 일제 강점기인 1933년에 지은 집으로 당시 조선총독부를 등지는 방향인 북향으로 터를 잡았다. 그대로 보존돼 있는 만해의 글씨, 연구 논문집 등을 보며 내가 세상에 태어난 이유를 찾아 바로 그 길을 걷는 소명을 생각해 보는 것도 전공 선택에 도움이 될 듯.
혜곡 최순우 옛집도 빠질 수 없다. 한국의 아름다움을 전파하기 위해 평생을 바친 혜곡의 안목과 손길이 배어있는 옛집이다. 1976년부터 이곳에 머물며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등을 집필했다.
성북구립미술관은 서울시 최초의 구립미술관으로 김기창, 김환기, 변종하 등 성북구와 깊은 인연이 깊고 우리나라 근현대 미술을 전개하고 발전시켜온 작가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관람을 마치고 미술관 옆 한옥카페 ‘수연산방’에서 차 한 잔 하는 것도 좋다. 이곳은 원래 상허 이태준 고택으로 상허 선생이 1933년부터 살던 집이다. 당호를 ‘수연산방’이라 짓고 문학작품 집필에 전념해 한국 근대 문학을 이끌었다. 현재는 그의 후손이 한옥카페를 운영 중이다.
길상사도 성북동의 아이콘이다. 평생 무소유를 실천한 법정스님 그리고 법정스님의 법문에 감동해 자신의 전 재산을 기증한 길상화의 스토리는 종교를 초월해 모든 것을 버림으로써 오히려 큰 것을 얻는 비움의 가치를 깨닫게 만든다. 성모상을 닮은 관음보살상도 눈여겨 볼만하다.
성북동은 한양도성 탐방의 출발점이기하다. 도시지역 구간이 끝나자마자 펼쳐지는 북악산과 굽이굽이 이어지는 성곽은 두 말이 필요 없는 서울진경이다. 북악하늘길 진입로에서 성북동 일대를 둘러보면 왜 많은 부호들이 성북동스타일을 고집하는지 알 수 있다.
역사문화유적 외에도 골목골목마다 다양하고 개성있는 맛집, 멋집이 가득한 성북동. 예전에는 홀로 혹은 여럿이 성북동을 걸으며 한주의 지친 심신을 치유하는 성인이 많았다면 최근에는 청소년의 방문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김영배 성북구청장은 “2002년 겨울, 혜곡 최순우의 고택이 사라질 뻔 했던 것을 시민들이 십시일반으로 지켜내어 ‘시민문화유산 1호’라는 애칭이 생긴 것처럼 성북동도 100년 후 미래의 성북 주민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관리해나갈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