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랑 이종상展, 반세기 그림 인생 담은 핵심 소품전
일랑 이종상展, 반세기 그림 인생 담은 핵심 소품전
  • 이은영 기자
  • 승인 2012.11.14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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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15일부터 25일까지 가회동 갤러리한옥에서 개최

일랑 이종상 화백 초대전 '명품전'이 15일부터 25일까지 종로 가회동 갤러리 한옥에서 열린다.

 

일랑 이종상作 <무중력> 화선지에 수묵 54.5 x 68cm 1978

 진정한 한국의 대화가 일랑(一浪) 이종상(李鐘祥) 화백은 이론과 창작, 장인화와 문인화, 사실(구상)과 추상, 산수화와 초상화, 동양화(수묵과 채색화)와 서양화(수채화와 유화), 고대와 현대를 거침없이 넘나들면서 이에 통달한 대가이다.

이종상 화백은 일생동안 투철한 실험정신으로 수많은 화풍을 시도했지만 벽화풍과 독도 진경산수 및 영상 화풍이라는 거대한 줄기가 그 밑바탕이 됐다고 할 수 있다.

등단시기(1961-1964)에는 현실적 사실주의(리얼리즘)에 전념했고, 국전 추천작가시기(1965-1968)의 비구상적 경향, 모색기(1969-1977)의 고대벽화와 옛 초상연구를 통한 시원양식의 모색, 진경산수기(1977-1987)의 독도화풍의 발견, 완성기(1988-1990 중반)의 도형화의 추구, 최근 난숙기(21세기)의 영상화(影像畵)의 완성이라는 이종상 화백의 50여 년의 화사(畵史)에서 위의 세 줄기의 화풍이 끊임없이 추구돼 왔다.

지금부터 30여 년전 한국미술논쟁사에서 빠질 수 없는 유명한 한 사건이 있다. 당시 서울대 동양화과 교수로 누구도 함부로 건드릴 수 없던 서세옥 화백에 대해 건축잡지 '공간'지를 통해 혹독한  비판을 하고 나선이가 있었는데, 바로 갤러리한옥의 대표이자 동국대 불교역사학과의 문명대 교수였다.

그는 서세옥 화백 뿐만 아니라 그 제자들을 향해 비판을 넘어 비난의 칼날을 세웠다. 당시 서세옥 화백은 노발대발 했지만 제자들 중에서도 누구도 나서는 이가 없었다.

그러던 중 서 화백의 제자이자 서울대 교수이던 일랑 이종상 화백이 문 교수의 비판에 정면 반박을 하고 나섰다. 이 화백의 반박에 문 교수는 아무런 반론을 제기하지 않았고 이후 화단은 조용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 화백의 첫 개인전이 인사동 동산방 화랑에서 개최됐을 때, 문 교수는 부인과 함께 전시장을 찾으면서부터 이 화백과 각별한 인연으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이번 갤러리한옥 개관 기념 전시는 이 화백의 전시가 아니면 안 된다는 문 교수의 강렬한 의지로 이뤄지게 됐다는 후문이다.따라서 이번 전시는 두 논객의 인연이 더해져 더 흥미롭다.

특히 이종상 화백의 반세기 화사 가운데 그 전모를 엿볼 수 있는 핵심작 20여 점을 작가가 직접 엄선해 알차게 꾸며져 그동안 접하기 어려웠던 이 화백의 소품전이라는 것에 주목된다.

출품작 중 눈에 띄는 작품은 ‘무중력’이란 작품으로, 비상을 꿈꾸는  타조의 모습이 숨 막힐 정도록 강한 기운으로 다가온다. 그 강렬한 기운은 마음마저 정화시키는 듯하다.

한국미술사를 연구하는 (사)한국미술사연구소의 화랑인 갤러리 한옥의 개관 기념전으로 열리는 이 전시는 현대 한국미술사의 획을 긋는 일랑 이종상의 그림세계를 일별할 수 있는 희귀한 기회이다.

전시 오프닝은 15일 오후 4시 30분이다. (문의 : 02-3426-3425)